"눈 앞에서 추가시간에 두 골… 느꼈다, 내 뺨에 뭔가 흘러내리는 것을"

[월드컵 독일전 현장서 본 기자들]
"카메라로 선수들 보며 공감... 한국 기자를 보는 시선도 달라져"
"2002 월드컵 취재했던 선배는 '이탈리아전 이후 최고'라 평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대한민국-독일의 경기, 한국 김영권(왼쪽 두번째)이 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우리 국민들에게 짜릿한 독일전 승리의 희열로 기억되지 않을까. 피파랭킹 1위를 침몰시킨 ‘극장골’의 순간, 기자들도 뒤집어진 건 마찬가지였다. 길게는 한 달 가까이 월드컵을 취재하고 돌아온 기자들은 여전히 현장의 흥분을 간직하고 있었다.


지난달 3일 대표팀 전지훈련에 합류해 지난 1일 귀국한 오종찬 조선일보 사진기자는 독일팀 골문 쪽에 자리 잡고 경기를 취재했다. 밤 11시에 시작한 게임 탓에 실시간 마감을 해야 한 상황. 오 기자는 “선수를 눈높이로 보니까, 특히 두 번째 골 나고 벤치에서 울먹이며 선수들이 달려 나오는데 망원 카메라로 보니까 감정이 다 느껴져 눈물이 핑 돌더라”며 “끝날 때까지 전혀 (승리)예감을 못하다가 인저리 타임에 두 골이 나서 정신 없었는데 마감 하면서 울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자 보는 시선도 달라지더라. 특히 멕시코 응원단이 우리만 보면 흥분하고, 일본팬도 ‘너네 멋있었다’고 해주고…. 카타르 월드컵 땐 아이를 데리고 경기를 직접 보여주려 한다. 숨소리와 관중들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오후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3차전 대한민국-독일의 경기, 한국 손흥민이 후반 두번째 골을 넣고 있다. /뉴시스

첫 월드컵 취재를 한 4년차 하무림 KBS 기자는 20일간의 이번 출장 후 “제가 본 옵저버석에선 독일 기자들 분위기가 아주 침통했다. 독일전은 투지가 느껴졌고 관중석 분위기에 동화되니까 앞 경기처럼 냉정하게 보기 쉽지 않았다”며 “2002년 때 취재한 선배는 당시 이탈리아전 이후 최고라고 하더라. 이거(독일전) 하나만으로도 계속 기억날 경험”이라고 했다. 대표팀이 귀국 후 달걀 세례를 받은 데 대해선 “분명 전력차가 있고,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는데 투혼을 보여주지 않았나. 건전한 비판이 아니라 도를 넘은 지나친 관심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기자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공통적으로 꼽은 가장 어려웠던 점은 ‘이동거리’였다. 땅덩어리가 너무 큰 나라다보니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가 있던 로스토프, 니즈니, 카잔 등 이동에만 수십 시간이 걸린 것. 항공기 외 교통편을 고려키 어려운 상황에서 촬영장비를 갖고 탈 수 있는지를 두고 실랑이도 있었다. 보름 간 러시아를 헤맨 김창금 한겨레신문 기자는 “일반 항공기로 갈 때 올 때 모스크바를 거치고, 대기도 너무 길어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니즈니 호텔까지 가는 데 12시간이 걸리더라. 역대 가장 힘든 월드컵 취재가 아니었나 싶다”며 “기자들이 무척 힘들었고, 1, 2차전 패배로 같이 다운돼 있었는데, 독일전에서 두 골이 터지며 피곤함이 한 순간에 날아가긴 했다”고 말했다.

최승영 기자 sychoi@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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