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알고리즘 변화가 언론사에 던진 과제

[스페셜리스트 | IT·뉴미디어]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페이스북 때문에 살짝 시끄럽다. 매체들의 신뢰도를 평가한 뒤 그 결과를 노출 알고리즘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때문이다. 독자들이 신뢰도를 평가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시끄럽긴 매한가지다. 언론의 신뢰도를 어떤 잣대로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게 비판의 골자다.


올 들어 페이스북은 여러 가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연초부터 언론사들의 콘텐츠보다 친구나 가족의 글을 더 우대하겠다고 밝혀 파장을 몰고 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알고리즘 변경으로 뉴스피드에서 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5%에서 4%로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가려내겠다는 발표는 그 후속 조치로 나온 것이다. 페이스북이 왜 이런 조치를 들고 나왔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가짜 뉴스 진원지란 비판에 휘말린 것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해 유럽에서 ‘팩트체크’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알고리즘 변경과 뉴스 신뢰도 평가도 마찬가지다.


물론 언론 신뢰도 평가 부분에 대해선 적잖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게 가장 주된 비판이다. 페이스북이 언론 줄 세우기를 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런 점을 논외로 할 경우 이번 조치는 언론사들에게도 적잖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플랫폼이 유통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에 어떤 전략으로 뉴스를 유통해야 할 것이냐는 근원적인 질문이다. 페이스북보다는 포털이 여전히 주된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는 국내 매체들이라고 해서 이런 질문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뉴스 난립 시대에 어떻게 자기만의 색깔을 낼 것이냐는 존재론적인 질문과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질문은 쉽지만, 제대로 된 답을 하는 건 간단치 않다. 어쩌면 딱 부러진 해답을 찾기 힘든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의식을 공유할 순 있을 것 같다. 소셜 시대 거대 플랫폼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사람들의 대화 소재가 될 수 있는 ‘나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게 관점이건, 통찰력이건, 그도 아니면 남다른 분석이건, 그렇고 그런 수많은 기사들과 구별될 수 있는 나만의 경쟁 포인트가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학자인 미첼 스티븐스는 ‘비욘드 뉴스’란 책에서 ‘지혜의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 전문 사이트 쿼츠는 “기사(article)가 아니라 거리(thing)를 만들라”고 권고했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기사가 아니라 ‘얘깃거리’가 될 수 있는 작품을 만들란 충고다.


표현은 다르지만 둘이 바라보는 곳은 같다. 팩트 너머에 있는 의미를 읽어내는 지혜와 통찰이 있어야만 한다는 뼈아픈 충고다. 어쩌면 그 충고 속에 저널리즘의 미래에 대한 해답이 담겨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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