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편향성 논쟁의 진짜 의미

[스페셜리스트 | IT·뉴미디어] 김익현 지디넷코리아 미디어연구소장

최근 미국에선 페이스북의 편향성 문제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IT 전문 매체인 기즈모도가 ‘트렌딩 토픽(Trending Topic)’에서 보수 성향 기사를 홀대하고 있다고 보도한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지난 2014년 도입한 트렌딩 토픽은 편집자들이 큐레이션 해주는 뉴스 서비스다. 한국에선 볼 수 없지만, 영어권 이용자들에겐 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결국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보수 논객들을 만나 해명하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됐다.


논란이 커지자 뉴욕타임스는 ‘페이스북은 저널리즘을 구할까? 망칠까?’란 논쟁을 붙였다. (뉴욕타임스 기사 원문보기:

http://www.nytimes.com/roomfordebate/2016/05/17/is-facebook-saving-journalism-or-ruining-it) 이 논쟁엔 아스테크니카, 와이어드 같은 매체 종사자와 저널리즘 연구자들이 참여해 첨예한 공방을 벌였다. 찬반의 기본 논리는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논쟁에 참여한 매체 종사자들의 항변은 꽤 설득력이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알고리즘의 힘’이었다.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바꿀 때마다 언론사들이 장단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동영상을 강조한다고 선언하면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동영상 기사 생산에 매달리는 식으로 대응한다. 페이스북이 메신저 앱을 통해 채팅 봇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얘긴 언론사들에겐 채팅 봇을 적극 활용하라고 권고하는 것으로 들린다. 실제로 최근 페이스북이 동영상을 우대하는 경향을 보이니까 미국 주요 언론사들은 너도나도 실시간 동영상 중계 쪽에 힘을 쏟고 있다.


뉴스 유통의 중심이 개별 매체에서 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으로 넘어간 지 꽤 됐다. 한국에선 포털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거대 플랫폼이 알고리즘을 조금만 바꿔도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 새로운 알고리즘에서 우대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카드뉴스 열풍’도 비슷한 차원에서 바라볼 수 있다.


미국의 페이스북 논쟁은 한국의 포털 논쟁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 편향성 문제가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도 빼놓은 듯 닮았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는 사전에 설정된 알고리즘에 따라 작동한다. 그러다보니 늘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공세가 끊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포털의 편집 원칙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곰곰 따져보면 ‘편향성’이란 건 모든 매체에 내재돼 있는 숙명이다. 생각해보라. 100% 객관적인 편집원칙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 지를. 뭔가를 취사선택하는 순간 이미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왼쪽에 서서 보면 오른쪽에 있는 것 같고, 오른쪽에 서서보면 왼쪽으로 치우쳐 보일 수밖에 없단 얘기다. 실제로 뉴욕타임스의 페이스북 논쟁에 참여한 미네소타대학의 캐서린 스콰이어스 교수는 “미디어에서 편향성은 새로운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나도 스콰이어스 교수와 같은 생각이다. 페이스북보다 개별 언론사들이 더 편향적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보다 더 편파적인 개별 언론사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페이스북이나 한국의 포털은 억울한 걸까? 그건 또 아니라고 생각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들은 보편적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알고리즘에 대해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엄정한 비판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과 포털의 진짜 문제는 ‘지나치게 커져 버린 영향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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