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통한 의문 해소가 기독교 발전 도와"
SBS스페셜 '신의 길, 인간의 길' 김종일 PD
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 | 입력
2008.07.16 14:3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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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김종일 P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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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요구한 ‘반론방송’을 13일 내보내면서 양측의 갈등은 진정국면을 맞았다. 그러나 약 3주간 SBS와 한기총의 갈등이 극에 달했었다. 한기총은 ‘SBS 스페셜’ 측이 예수의 신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는 이유로 SBS 시청 거부 및 광고 중단 운동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SBS 사옥 앞에서 1천~2천명이 모인 가운데, 두 차례 항의 기도회도 열었다. 기독교계와의 정면충돌도 예상된 상황이었다.
SBS 스페셜 ‘신의 길, 인간의 길’의 제작 당사자인 김종일 프로듀서(PD)는 담담한 어조로 “예상됐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선 수차례 보도된 내용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도를 꺼려왔던 분야이기에 반발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죠. 다만 한국 기독교계의 수준도 예전처럼 맹목적 신앙심만 강조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있었어요.”
반론 방송 결정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SBS는 한기총이 더 이상 시위와 법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한기총의 반론 방송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대해 김 PD는 “순수한 신앙심을 가진 신도들의 마음까지 다치게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SBS 측에서 ‘신의 길, 인간의 길’의 방송을 결정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한 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1년 전 ‘아프간 피랍사태’가 벌어지면서 종교 문제를 다룰 필요성이 제기됐고 김 PD의 기획안이 ‘대 기획’의 하나로 받아들여진 것.
“보수 개신교의 의심없이 믿을 것을 강요하는 태도는 문제가 있습니다. 질문이 없는 곳은 썩게 마련이죠. 그런 마음으로 이번 기획을 결심했던 겁니다.”
당초 SBS는 ‘신들의 고향’을 가보자는 쪽이었으나 김 PD는 ‘타 종교와의 소통’에 방점을 찍었다. 중동에서 만난 한국인 기독교 선교자들이 그들의 언어와 문화, 종교(이슬람교)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선교를 펼치는 것을 보며 타 종교의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신의 종교만을 강요하는 후진적 종교인이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했다.
김 PD는 2002년 ‘예수는 신화다’라는 책을 접한 이후 해외 기사와 자료를 스크랩하고 신학자들과 종교학자, 종교인들을 다수 만났다. 그는 “아마도 ‘신의 길, 인간의 길’의 본격적 준비는 이때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논란이 많았으나 용기 있는 보도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본격적 종교 프로의 서막을 열었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그는 ‘신의 길 인간의 길’에서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풀어놓진 못했다고 했다. 가능하다면 외국 학자들을 초청해서 보수교단과의 대토론회를 가져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소통을 통한 의문의 해갈이 결국 기독교의 건전한, 건강한 발전을 돕는 길”이라며 “앞으로도 그런 차원에서 제가 만든 프로그램이 기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