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에서 듣는다] KBS 문제의 해법은
"정 사장 퇴진 압박 방송 공공성 저해"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08.06.26 08:57:29
KBS 문제가 사회적 현안이 되고 있다. 정연주 사장의 진퇴 문제에서부터 공영방송 사장의 자격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각계의 인사와 전문가로부터 KBS 문제의 해법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공통 질문
1. 정연주 사장 진퇴 문제 2. KBS 사장의 자격 3. 독립성 있는 사장 선임을 위한 제도적 정비 |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① 기본적으로 임기제를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감사원은 원장의 10년 임기를 보장한다. 정권의 교체에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하라는 뜻이다. 이것이 원칙이 돼야 한다.
② 대통령 캠프에 있던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이 되면 당장 정부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언론을 정권 품 안에 안으면 비판받을 문제를 은폐할 수 있다. 그러나 나중엔 큰 재앙이 된다. 공영방송 사장이 정권의 전리품처럼 되기 시작하면 언론의 중립성, 독립성 같은 최고의 가치가 무너진다. 결국 정부도 손해를 보게 된다.
③ 어떤 제도도 그 인간 스스로 양심을 넘을 수는 없다. 어떤 정당의 추천을 받든지 중요한 것은 직업인, 지식인으로서 기본 자질이다. 이사가 된다고 해서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국민에게 져야 할 책무와 대통령의 명령 가운데 어떤 것이 중요한지 혼동하면 안된다.
강대인 전 방송위원장
① 현재 이명박 정부가 정연주 사장 퇴진을 위해 압박을 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사회 등이 정치세력들에 의한 여러 가지 압박 수단으로 비춰지는 것 자체가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는 데 역행한다. 1980년대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현상이다. 이에 명백히 반대한다. 다만 정연주 사장의 그동안 행보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 사장의 5년 전 사장 취임이 적절했느냐의 문제다. 공영방송 사장은 방송 전문성을 지니고, 존경받는 인물에서 찾았어야 했다. 결국 노무현 정부 때 인사문제가 여기까지 온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 외압으로 물러나는 모양새가 되선 안된다. KBS가 어느 정도 안정된다면, 본인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좋다.
② 공영방송의 공익성을 지키려면 국민 전체로부터 존경받을 만한 분이 와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서동구 사장 논란이 거듭되면 곤란하다. 정치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선을 댄 사람이라면 KBS 사장 후보가 되면 안된다.
③ 이사회가 어떤 정파적 이해에 의해 추천됐다 해도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수호할 의지를 가지는 것이 역사적 취지다. 유재천 이사장도 그러한 책임감을 갖고 이사회를 이끌어야 한다.
안동수 전 KBS 노조위원장
① 공적으로 약속된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사장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이를 무시하기 때문에 문제가 꼬이고 해법을 찾기 어렵다. 공영방송의 의미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놓은 법이라면 그 선에서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② 일단 자격 조건에서 공영방송을 공정하게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공영방송을 정치도구화하지 않으려면 객관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이 사장이 돼야 한다. 1990년도 4월 투쟁도 이것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 것이다.
③ 이상과 현실의 모순이 항상 우리에게 있다. 장기적 목표를 두고서라도 국회 정부 현업, 시민단체 등이 총망라된 구성체로 이상적인 제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강형철 숙명여대 교수(공영방송 전공)
① 기본적으로 정연주 사장이 물러날 이유가 없다. 공영방송 사장은 임기가 보장돼있다. 특별한 문책 사유 있다면 별도로 이야기될 문제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물러나야 한다는 논리는 확실히 말이 안된다. 공영방송 독립에 결정적인 해가 되기 때문이다.
② 여러 언론기관장에 캠프 특보 출신들이 거론된다. 그 인물의 능력에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이명박 후보의 당선에 협력한 사람은 공영방송의 사장이 돼서는 안된다.
③ KBS 사장을 뽑는 구조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틀은 그런대로 잘 돼있다. 국회나 정부가 인선에 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권이 양심을 갖고 비정파적이고 전문적인 인물을 임명해야 한다. 선거에서 이겼다고 끝이 아니다. 공영방송 사장 선임 과정 자체에서 정부의 신뢰성을 평가받게 된다. 여기서 신뢰를 얻지 못하면 다른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다. 언론처럼 직업의식이 높은 분야에서는 내부구성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사람도 필요하다. 정권창출에 기여한 사람을 앉히는 시대는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