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다 문화적 접근 우선, 작은 것부터 가까워져야"

뤼디거 클라우스 IIJB 연구소장 인터뷰
다국적 세미나서 만난 북한 기자들 성실하고 열정적




  뤼디거 클라우스 IIJB 연구소장  
 
  ▲ 뤼디거 클라우스 IIJB 연구소장  
 
“북한 기자들에게 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해서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뤼디거 클라우스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국제저널리즘연구소(IIJB) 소장은 IIJB가 주최하는 다국적 세미나에 매년 참석하는 북한 기자들은 인터넷 검색과 디지털 편집 등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밝혔다.



‘2005 아시아기자포럼’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한 클라우스 소장은 1일 기자협회 회의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기자들이 IIJB의 다국적 세미나에 참가하는 이유는 단지 기사 작성과 리포팅 방법, 토론참여 방식, 인터넷 검색, 디지털 편집 방식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이것은 현재의 독일-북한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세계적으로 고립된 북한을 세계무대로 불러낼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 다국적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북한 기자를 포함시키려 했던 이유는 독일과 같은 분단의 경험 때문. 과거 분단 당시의 독일과 현재의 한반도가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서로간의 교류가 없었다는 점이라고 그는 꼽았다.



그는 “서독의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거의 모든 동독 지역에서 수신할 수 있었다”며 “서신과 전화통화도 가능했고 서독에서 동독을 방문할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꿈같은 이야기”라고 그는 덧붙였다.



클라우스 소장은 다국적 세미나에 참가하는 북한 기자들에 대해서 “매우 근면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 기자들을 “근면함, 책임의식, 항상 대학 졸업자만 오는 교육 수준, 그 중에서 어느 것 하나도 부족한 적이 없었다”며 “특히 그들에게 집중적으로 전달된 것은 창의력, 고정관념 탈출, 독립적인 사고와 근거 제시 그리고 현대적인 미디어 기술의 습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두달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지만 북한 기자들은 온지 3일 만에 날을 새기도 하면서 열심히 배웠다”며 북한 기자들의 열정에 대해서 높이 평가했다.



또 클라우스 소장은 “북한 기자들이 특히 관심 있게 여기는 것은 독일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지하철과 인터넷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며 “인터넷을 통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을 읽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클라우스 소장은 IIJB의 다국적 세미나를 마친 북한 김 모 기자의 소감문을 보여줬다. 소감문에는 베를린에서 29살의 생일을 맞은 한 북한 기자가 문화적 차이를 넘어 8명의 외국 친구들을 사귀고 독일의 각 지역을 여행하면서 느낀 경험이 가득했다.



클라우스 소장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까지 남북한 양국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우선 작은 것부터 가까워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기자들이 먼저 북한과의 정치적인 이해관계보다는 북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 무엇에 웃고, 무엇에 우는지에 대한 것을 알려 좀더 문화적 관계가 친밀하게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기자포럼이 앞으로 지역적인 색채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관심이 되려면 기자들이 이 지역의 데탕트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베를린-브란덴부르크 국제저널리즘연구소는 독일 콘라드 아데나워 재단의 후원으로 북한 기자 2명을 포함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나라 등에서 매년 총 12명의 인원을 각 국가에서 추천받아 6주에서 8주간의 미디어 연수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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