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끈 놓지 않으렵니다"

동아 김동수 기자 7년째 '의식불명' 투병
98년 쓰러져…부인의 끝없는 사랑 '애틋'


  7년째 투병중인 동아일보 김동수 기자(어문연구팀)가 12일 인천 길병원에서 아내 박추영씨의 간호를 받고 있다. <사진=동아일보 제공>  
 
  ▲ 7년째 투병중인 동아일보 김동수 기자(어문연구팀)가 12일 인천 길병원에서 아내 박추영씨의 간호를 받고 있다. <사진=동아일보 제공>  
 
“애기아빠가 못 일어나는 것은 제 정성이 부족한 탓입니다. ‘언젠가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렵니다.”

인천 길병원에서 7년째 의식불명상태로 투병중인 동아일보 김동수 기자(47·어문연구팀). 부인 박추영씨(44)는 9일 문병을 온 동료기자들에게 “애기아빠가 빨리 일어나 고마움을 보답해 줘야 하는데, 항상 고마울 뿐”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박 씨는 방형남 부국장과 여규병 어문연구팀장, 손진호 차장, 박재역 기자를 만난자리에서 지난 7년동안의 ‘병상일지’를 한 올 한 올 풀어냈다.

김 기자는 1998년 10월25일 퇴근길에 과로로 쓰러졌다. 병명은 ‘상세불명의 뇌출혈’. 당시 김 기자는 기자협회 축구대회 출전선수로 활동할 만큼 건강했다. 하지만 새벽야근과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앞에서는 버티질 못했다. 김 기자는 과로로 쓰러진 뒤 1년 후에야 업무상 질병으로 산업재해판정을 받았다.

김 기자는 현재 말을 할 수도, 눈을 뜰 수도 없는 상태이다. 꼬집거나 가슴팍을 때리면 약간의 반응을 보일 정도이다. 그야말로 ‘식물인간’ 상태로 7년을 견뎌 온 셈이다.

하지만 부인은 “17년만에 깨어난 사람도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만큼 남편에게 온갖 정성을 다해 왔다.

불교신자인 박 씨는 남편이 쓰러진 후 김포공항 인근 절에서 1백일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3천배를 올렸다. 또한 기도하면 효험이 있다는 곳은 한 곳도 빼놓지 않고 모두 다녔다.

뿐만 아니라 7년동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남편 곁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것도 남편이 의식을 잃을까봐 의자에 앉아 밤을 새야했다. 지금도 밤에는 모든 병수발을 혼자서 하다시피 하고 있다.

아침일과는 남편의 면도와 세면으로 시작된다. 호스로 주입되는 아침식사후 30분 뒤에는 호르몬분비를 위해 운동을 시킨다. 가슴을 치기도 하고 휠체어에 태워 돌아다니기도 한다.

이러한 정성덕분에 김 기자는 단 한 번도 욕창(병상에 오래 누워 있으면 발생하는 피부상해)이 발생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간병경험은 삶의 작은 밑거름도 됐다. 박 씨는 그동안 호스피스와 간병사, 산후조리사 자격증을 각각 취득하고 지난해 10월에는 자그마한 호스피스학원을 냈다. 아직 시작단계에 이지만 삶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박 씨에게 힘든 것은 자녀문제였다. 지은(고 3), 지훈(중 3) 두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에는 애들한테도 남편만큼이나 신경을 써야했다.

특히 사랑에 목말라 있는 아이들을 위해 매일 집과 병원을 왕래해야 했다. 피곤한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가족을 위해 내가 무너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견뎌왔다. 박 씨는 이제 엄마, 아빠를 이해하는 아이들이 너무 대견스럽고 고맙다고 말했다.

박추영 씨는 “아침에 눈뜨면 제일먼저 남편의 손을 꼬집고, 애기아빠가 반응이 있으면 하루가 저절로 간다”며 “의식이 없는 사람도 청력은 남는 만큼, 남편은 여러분들이 오늘 한 소중한 이야기를 너무 고맙게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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