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키우는 정신질환 보도 대신 회복과 희망 조명했으면"

한국기자협회·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2026 사건기자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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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를 ‘누구’를 통해서 접촉하게 될까요? 바로 여기 계신 기자들의 기사와 보도를 통해서입니다.”


백종우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경희의대 교수)은 6일 한국기자협회와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제주 오션스위츠 제주 호텔에서 진행한 ‘2026 사건기자 세미나’에서 언론이 정신질환을 다루는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국 언론사 사건팀 기자 90여명이 참석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사건·사고를 다룰 때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키우지 않으면서 원인과 제도적 대책을 짚는 보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백종우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이 '2026년 사건기자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주제발표에 나선 백 단장은 정신질환을 진지하게 다룬 기획 기사보다 범죄 관련 기사에 댓글이 집중되는 현실을 언급하며 기자들의 고민을 짚었다. 정치적 이슈나 범죄 사건에서 정신질환이라는 단어가 자극적으로 소비되는 상황에서 언론도 독자의 관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백 단장은 피의자의 정신질환 이력을 부각하는 보도가 환자와 가족을 치료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 효과가 심해질수록 환자와 가족들이 병을 숨기게 되고, 치료 타이밍을 놓쳐 증상이 악화된다”며 “‘정신질환자의 흉악 범죄’라는 자극적인 프레임으로 분노와 편견을 키우기보다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언론이 죽음과 절망을 보여주는 대신 회복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을 조명해 주길 바란다”며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이 우리 사회와 따뜻하게 ‘접촉’할 수 있도록 기자들이 다리가 돼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형철 KBS 기자가 '정신건강보도 권고 기준과 언론인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지형철 KBS 기자는 보도준칙을 따르는 것이 기자 자신을 보호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지 기자는 2024년 발표된 ‘정신건강 보도 권고기준’에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다고 명시된 점을 짚었다. 그는 “기사를 읽는 독자가 당사자이거나 그 가족, 친구일 수 있다”며 “기사를 잘못 쓰면 방심위(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이 들어오고, 심의 안건으로 회부되면 기자와 데스크 모두 곤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 기자는 권고기준이 정신질환과 범죄의 관계를 다루는 데도 판단의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신질환이 범죄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단정 짓지도, 정신질환과 범죄는 아무 연관이 없다고 무조건 부정하지도 않으면서 균형 잡힌 시각으로 취재하고 보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취재의 시작인 질문 단계부터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권고기준을 더 깊이 있는 취재를 돕는 도구로 활용해 달라고 덧붙였다.

'2026 사건기자 세미나' 참가자들이 '언론과 정신건강, 변화를 향해'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환 뉴스1 기자, 백종우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 지형철 KBS 기자, 김유나 국민일보 기자. /한국기자협회

다만 취재 현장에서는 권고기준을 지켜야 하는 이유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7년째 사건팀에서 근무 중인 이승환 뉴스1 기자는 토론에서 “3년 전 서울 신림동과 경기 분당 등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잇따른 뒤 경찰과 기자들 사이에서 정신질환 이력을 범죄 원인을 설명하는 주요 사실로 다루려는 인식이 생겼다”고 짚었다. 최근에도 경찰의 사건 설명자료에 가해자의 정신과 진료 이력이 세세하게 담기는 등 취재 단계부터 관련 정보가 여과 없이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자살 보도는 모방 자살을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와닿지만, 정신건강 보도는 권고기준을 지켰을 때 구체적으로 무엇을 방지할 수 있는지 기자들이 체감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낙인 해소’라는 취지만으로는 현장에서 ‘왜 이 내용을 보도하면 안 되는가’라는 의문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섣부른 보도가 편견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며 권고기준의 확산과 사전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리기준 지키면서도 필요한 기사 쓸 수 있다는 인식 퍼져야”

약 5년간 사건팀에서 근무하며 캡(사건팀장)을 맡기도 했던 김유나 국민일보 기자는 현장 기자가 데스크에 권고기준 준수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현장의 발제는 강력한 힘이 있고 현장 기자의 의견 또한 매우 중요하다”며 “권고기준에 따라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한다는 것을 데스크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기자는 “권고기준을 지키는 나만 바보가 되는 건가 하는 회의감이 찾아올 수도 있다”면서도 “우리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소신을 갖고 이러한 생각이 언론계 전체로 확대될 때,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기사는 윤리기준을 지키면서도 충분히 쓸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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