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월24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을 전격 방문하며 최근 그의 사망설을 제기한 SNS 게시글과 이를 다룬 보도 모두 허위정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을 단정 짓진 않았지만 기성 언론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인용 보도하며 ‘김정은 사망설’을 확대재생산하는 데 사실상 일조했다. 6년 전인 2020년, 김 위원장이 한동안 잠적하자 보도를 통해 사망설까지 나왔다가 거짓으로 드러난 일이 그대로 반복된 셈이다.
특히 이번 경우 언론사에서 제작한 ‘김정은 대역설’, ‘병원, 계엄령 준하는 통제’ 등 자극적인 썸네일 문구의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퍼졌는데, “레거시 미디어마저 혼란을 부채질했다”는 지적과 함께 “북한·안보 전문성이 부족한 언론 한계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태는 10월19일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로 알려진 셰완진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뇌출혈로 혼수상태에 빠진 김 위원장이 베이징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고 그의 시신은 북한으로 이송됐다’는 내용을 더 선, 뉴욕포스트 등의 외신에서 인용해 보도했다. 이 같은 외신 보도를 재인용한 국내 매체 보도가 나오며 사망설이 국내에서도 삽시간에 퍼졌다. 더구나 북한은 사망설이 제기되고 하루만인 20일, 김 위원장이 부인 리설주, 딸 주애와 함께 신발전시회를 둘러보는 사진을 공개했으나 이번엔 ‘대역설’ 주장까지 나왔고, 그사이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전방 시찰도 사망설의 정황으로 소비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6년 전 ‘김정은 사망설’ 사태와 비교해 더욱 “정통 매체의 위기”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이영종 뉴스핌 통일연구소장은 “언론이 유튜브 방송과 다를 게 없었다. 언론이 유튜버에 흔들렸다고 본다”며 “이 정도의 내용이면 증시 지라시 정도에서 한동안 떠돌다가 사그라져야 했지만 조회 수를 노린 유튜버들이 부풀렸고 언론도 방송사 시사 프로그램, 온라인 기사, 유튜브 영상 등으로 썼다. ‘걸치기식’ 보도로 많은 사람들의 혼란을 부채질한 건데, 유튜버에 끌려 다니는 레거시 미디어라면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실제 ‘김정은 사망설’을 다룬 보도 영상은 유튜브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대표적으로 10월20일 게재된 YTN의 <“김정은, 중국서 응급치료 받던 중 사망” …SNS발 소문 급속 확산> 영상은 559만(3일 기준)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오보의 반복이 불러올 ‘양치기 소년’ 효과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연합뉴스 외교·안보 담당 기자를 지낸 이우탁 서강대 대우교수는 “의도를 가진 이른바 ‘가짜뉴스’가 반복되면 정말로 중요한 정보적 관찰을 놓칠 우려가 있다. 신뢰도가 높은 정보 당국의 확인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소셜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억측과 전망이 혼재되고, 알고리즘을 탄 소문이 순식간에 퍼지고 있는 구조에선 앞으로도 김 위원장과 관련된 불확실한 소문은 지속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오보가 쌓일수록 ‘또 그 얘기냐’는 피로가 생기고, 정말 중대한 징후가 나왔을 때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을 키워내지 못한 국내 언론의 한계도 거론됐다. 이영종 소장은 “우리 언론이 전문적인 인력 양성, 연구 조직을 오랫동안 방치해왔다. 통일부 출입기자 한 명 두기도 쉽지 않고 보도자료나 브리핑 내용을 받아쓰는 수준이라면 그 자체로 판단할 능력을 언론사가 갖추지 못하는 것”이라며 “셰완진이라는 최초 발설자의 정교한 스토링텔링에 속은 거다. 인력을 전문화하지 않으면 인공지능(AI)으로 정교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시대엔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북한학 박사이자 한국기자협회 남북통일분과위원회 간사인 김수한 헤럴드경제 기자는 “북한·국방 분야에선 극단적인 보도가 폭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무책임한 보도에도 유독 제재를 가하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다”고 지적하며 “유튜버들의 특징은 소스를 기성 언론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서로를 먹잇감으로 삼는 환경이다. 외교·안보 담당 기자들이 자정을 위한 어떤 협의나 선언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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