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없었으면 이재명 대통령이 있었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10월 열린 취임 500일 간담회에서 자신의 SNS 활동을 ‘목숨줄’과 ‘숨구멍’에 비유하며 한 말이다. SNS를 통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 정치적 위기를 견디고 대통령이 되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돌이켜보면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당시 이 대통령의 유튜브 라이브는 SNS의 순기능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유튜브 라이브를 켜고 “민주주의를 강건하게 지켜낼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하며 국회로 이동했다. 그리고 240만명이 이 대통령이 국회 담장을 뛰어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의 SNS는 소통보다는 논쟁과 대립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을 둘러싼 논란은 이런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10월27일 공개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농촌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내국인에게 농업 일자리를 제공하고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런데 불필요한 발언이 더해지며 논란을 일으켰다. “외국인 노동자들 불러다 해도 국가 경제에 크게 도움이 안 되고 전부 송금해 버리니까”라는 대통령의 발언이 노출되며 ‘농촌 일손 부족’과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이주 노동자 폄훼’로 화두가 옮겨 갔다. 논란이 쏟아지고 비판이 쇄도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는 대신 관련 사안을 보도한 한겨레신문으로 화살의 방향을 돌렸다. <“외국인 노동자, 국가 경제에 도움 안 돼”…이 대통령 발언 비판 쇄도>라는 제목의 한겨레 기사를 자신의 엑스(X)에 링크하며 “‘도움이 안 된다’는 말과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은 ‘크게’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정정과 사과도 요구했다. 한겨레가 이 기사 제목에 ‘크게’를 추가한 후에도 대통령은 재차 X에 글을 올려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짧은 기사 제목에 발언의 모든 맥락과 수식어를 담기는 어렵다. 그리고 부사 ‘크게’의 유무와 관계없이 외국인 노동자의 경제적 기여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크게’가 그렇게까지 문제였다면 그날 대통령의 발언 중 “(외국인 노동자들이) 전부 송금해 버리니까”의 ‘전부’라는 표현은 어떠한가. 전부 송금하는 것과 송금하는 것은 크게 차이가 없나. 정정하고, 사과하지 않고 넘어가도 괜찮은 건가.
대통령의 SNS는 야당 대표의 SNS와 다르다. 대통령에게는 지지층과의 소통만큼이나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지엽적인 단어 하나를 놓고 공방을 벌이고, 편을 가르는 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을 이끌어야 한다. 소통을 위해 시작한 SNS가 갈등과 분열의 통로가 되고 있다면 그 소통 방식부터 돌아봐야 한다.
계엄의 밤, 국민에게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던 SNS가 국민 사이의 갈등을 키우는 통로가 돼서는 안 된다. 한때 대통령의 ‘목숨줄’이자 ‘숨구멍’이었던 SNS가 국민에게도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논쟁에서 이기는 기술이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조정하고 갈등을 줄이는 정치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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