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아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언론·소통 행보를 두고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대체로 이렇게 평했다. 기자들과의 즉석 만남, 수시로 올라오는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 일부 반대에도 고수 중인 국무회의 생중계 등을 통한 대통령 발 메시지가 부쩍 많아졌다. 이 같은 기조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란 평가가 있는가 하면, “단방향식 일방 소통”이란 날선 반응도 나온다. 이런 극명한 온도차에도 급격히 늘어난 대통령 발 메시지를 어떤 방식으로 전할지에 대한 청와대 출입 기자들의 고민 지점은 비슷했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늘어난 맥락과 이유에 대해 기자들은 ‘낮아진 국정 지지율’, ‘정책 반대 여론’ 등을 꼽았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신문사 A 기자는 “‘왜 그렇게 됐을까’를 기자들도 굉장히 궁금해 한다. 주변 참모들이 ‘자제하시라’ 조언을 했었던 시기에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대통령이 판단하기론 지지율 하락 방어에 도움이 안 됐다는 것, SNS를 하지 않을 때 본인의 답답함이 계속 쌓여 ‘내 스타일대로 한번 해보겠다’는 것 아니겠냐고 얘기하는 참모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직거래 잘하는 농사하는 사람이 훨씬 더 성공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SNS는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직접 호소하는 목숨줄”이라고 말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다른 신문사 청와대 출입 B 기자는 “지금 돌아가는 정책을 두고 부처에서도 따라와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답답하니 내가 뛴다’라는 건데, 단순히 횟수의 문제가 아니라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문제라 본다”며 “김지용 중수청장의 국무회의 출석과 관련해 ‘탄핵’이란 단어를 대통령이 직접 꺼낸 건 본인에게도 마이너스라 본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대통령의 언어가 아닌 격한 표현과 말투를 가지고 기자로서 어디까지 전해야 할지, 무엇이 옳은 방향인지 고민도 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쌍방향 브리핑’ 전 부처 확대 기조가 알려지며 기자들의 우려가 나온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20일 서면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성과 홍보를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영향력 있게, 동시대적인 소통 방법으로 전환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에 맞춰 정부는 현재 전 부처에 쌍방향 브리핑을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질문하는 기자들을 카메라로 비추고 질의응답 과정을 생중계하는 쌍방향 브리핑을 앞서 1년 넘게 경험해온 청와대 출입 기자들은 이 방식이 동시대적 소통이란 취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쌍방향 브리핑 도입 초반 발생했던 기자 인신공격 문제는 국정 지지율과 정부에 대한 국민 관심도가 떨어지며 함께 줄어들었으나, 기자가 질문을 가려 하게 되는 위축된 분위기는 이미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출입 경제지 C 기자는 “대변인 등 답변자 태도가 조금 부드럽게 바뀌었다는 것과 함께 질문 수 자체도 줄었다는 문제가 있다”며 “쌍방향 브리핑이 안착됐다고도 하지만 그게 아니라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니 관심 있게 보는 사람도 줄어들면서 기자들의 좌표가 덜 찍히고 있는 것이라 본다. 하지만 기자들이 공격에 노출된 문제는 지금도 잠복해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지 D 기자도 “초반엔 대통령이 곤란해지거나 정부가 싫어하는 질문을 했을 경우 기자의 신상을 털고 공격하는 사람들로 문제가 됐었는데 지금은 그런 관심이 많이 사그라진 것 같다. 그렇다고 이미 생겼던 문제가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 부처 쌍방향 브리핑 확대가 꼭 필요한가 싶다. 국방부야말로 안보 현안으로 특히 민감한 부처다. 생중계로 인해 오해도 생길 수 있는데 부처 특성을 감안해야 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취임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대통령과 기자들의 빈번한 만남과 소통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으나 최근 화제가 됐던 19일 기자간담회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비보도 전제였던 자리가 대통령의 즉석 제안으로 공개 일정으로 급작스레 전환된 탓이 크다.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 따르면 당일 30분쯤 전 대통령과 점심식사 및 티타임 공지가 나왔고, 즉석 간담회가 진행되던 중에 이 대통령이 참모진에게 비보도 전제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묻고는 기자들에게 “(기사) 내도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청와대 측이 기자들에게 속기록을 전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고, 일부 민감한 내용이 수정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C 기자는 “일종의 선택적 소통이라고 본다.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형식으로 소통을 하는 게 소통인건지 의문”이라며 “일방적 정책 홍보, 대통령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기자들이 동원되는 건 아닌가 싶어 마냥 긍정적인 행보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B 기자는 “어떤 현안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물어볼 수 있고,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통령의 육성으로 듣는 건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공식 기자회견이라면 기자가 미리 맥락을 짚는, 날카로운 질문을 준비할 수 있는 반면, 이번 경우는 대통령의 일방적인 말을 계속 들어줘야 하는 측면이 있긴 했다”며 “이번엔 비보도에서 공개로 전환되며 문제가 된 건데, 대통령이 계속 소통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다고 해 춘추관에서도 조금씩 개선해 나가지 않을까 싶다. 즉흥적인 소통도 중요하지만 공식적인 자리를 수시로, 여러 번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