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탄핵과 대선으로 유튜브 호황기를 누렸던 신문사들이 지식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조회 수와 시청 지속시간이 내리막을 타는 상황에서 신문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지식 콘텐츠’를 새 무기로 꺼내든 것이다. 신문사들은 지식 콘텐츠가 시청자 층을 넓히는 것은 물론 유료 멤버십과 강연·출판 등 수익사업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한국일보는 9월부터 잇따라 지식·교양 유튜브 콘텐츠를 내놨다. 가장 먼저 발걸음을 뗀 곳은 경향신문이다. 경향TV는 ‘구교형의 정치비상구’, ‘이용욱의 인물비상구’에 이어 9월10일 ‘박은경의 지식비상구’를 선보였다. 박은경 국제부장이 목·금요일 낮 12시 생방송으로, 국제 뉴스의 맥락과 세계의 흐름을 한국의 시선에서 풀어내는 콘텐츠다. 이용균 영상·콘텐츠랩 에디터는 “정치 콘텐츠로 모을 수 있는 구독자는 꽉 찼다는 생각, 또 가능한 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봤다”며 “어떤 콘텐츠가 좋을까 고민하다 국제 뉴스가 가장 효과적일 거라 생각했다. 엉뚱한 콘텐츠를 내면 알고리즘, 또 채널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어 그 부분까지 고려했다”고 말했다.
경향TV의 변화는 “종합 지식미디어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최근 회사 방침과도 연결돼 있다. 박종성 사장은 이달 초 창간 80주년 비전선포식에서 “철학은 지키되 방식은 과감히 바꾸겠다”며 신문을 넘어 지식을 만드는 기업으로, 뉴스를 넘어 정보·데이터를 해석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겨레 역시 박찬수 사장이 후보 시절부터 ‘경제와 지식’을 핵심으로 관련 보도전문채널 진출을 강조해왔다. 박 사장은 “제조업 공장의 틀에서 벗어나 지식·정보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취임 후 영상 조직을 손질하기도 했다. 3월 편집국과 영상센터로 쪼개져 있던 관련 조직을 영상국으로 통합했고, 최근엔 영상국을 뉴스영상부와 지식교양부로 이원화해 새 채널 개설 및 콘텐츠 IP(지식재산권) 개발 기능을 강화했다.
지식교양부가 내놓은 결과물 중 하나가 1일 문을 연 ‘지식과몰입’ 채널이다. 지식과몰입은 지역과 공간, 생태를 핵심 가치로 ‘시간이 지나도 빛바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대표 콘텐츠는 ‘제철과몰입’으로 주요 식재료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인류학적·영양학적 배경을 전문가들이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한겨레는 28일부턴 ‘과학촙촙’이라는 새 채널도 추가로 개설할 예정이다.
최성진 영상국장은 “과학과 기후, 동물을 주제로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쉽고 빠르게 전하는 게 과학촙촙의 목표”라며 “한겨레가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처음으로 시도하는 숏폼 콘텐츠다. 분량과 기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지식과몰입의 목표 시청자 층은 PC나 TV 등 큰 화면에서 지식·교양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이들이고, 과학촙촙은 모바일 중심의 짧은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이용자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일보도 ‘김지은의 이슈전파사’에 더해 9월12일 ‘지식환전소’ 콘텐츠를 새롭게 선보였다. 정치 분야로 쏠린 시청자 층을 넓히고, 정치·시사와 함께 지식·교양·정보 채널로 변모하겠다는 취지에서 3~4개월 전부터 준비한 콘텐츠다. 지식환전소는 ‘당신의 질문을 유용한 지식으로 환전해드립니다’를 핵심 문구로 지금까지 반도체주와 쿠팡, 러·우 전쟁을 다뤘다.
박서강 기획영상부장은 “한국일보의 정체성은 뉴스룸 기자들에서 나온다”며 “그 방향성을 구체화시키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기자들이 더 많이 참여해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슈전파사 역시 지금 정치만 다루고 있지만 연내엔 사회·문화 등으로 분야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문사들이 지식·교양 콘텐츠를 강조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중앙일보의 ‘듣똑라’ 같은 사례가 있었고, 지난해 9월엔 서울신문이 ‘시냅스–당신을 깨우는 지식’ 채널의 운영을 시작하기도 했다. 차이가 있다면 지금은 회사 차원의 전략이라는 점, 그리고 정치 콘텐츠에 기대어 온 신문사 유튜브가 필연적으로 이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박서강 부장은 “정치 뉴스만 보더라도 미디어끼리 경쟁을 하는 게 아니라 개인 유튜버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과연 신문사가 가장 잘 하고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게 뭘까 따져보면 결국 기자들이 그간 분야별로 쌓아온 통찰력과 지식, 네트워크다. 이 방향으로 가는 건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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