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오늘, 유진이 YTN 지분 샀고 모든 게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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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오늘,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주변은 평소와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투숙객처럼 보이지 않는 이들이 호텔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는가 하면, 그들과 적당히 거리를 둔 채 주위를 서성이는 경찰 몇몇과 방송사 ENG 카메라도 눈에 띄었다.

2023년 10월23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한 연회장에서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매각 입찰이 이뤄졌다. /김고은 기자

호텔 안에선 30년 가까이 공공기관들이 보유해 왔던 YTN 지분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지분 30.95%가 동시에 매물로 나오면서 입찰 경쟁이 붙었고, 이날 최고 가격을 써낸 희망자가 낙찰을 받게 될 예정이었다.

1인 기업이 보도채널 대주주가 됐다?

그 결과는 익히 아는 대로다. 유진그룹, 정확히는 유진이엔티가 3199억3000만원을 써내면서 낙찰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최저 입찰 금액(1263억원)의 2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었다.

입찰일 기준 YTN의 시가총액보다 높은 금액을 써낸 유진이엔티는 자본금 1000만원의 신생 기업이었다. 임직원은 대표이사 한 명이 전부인. 불과 1주일 전 유진그룹이 YTN 지분 인수를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이었기 때문이다.

언론사, 그것도 뉴스를 전문으로 하는 보도전문채널 사업자의 지분 30.95%를 사들이면 바로 대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상황. 그런데 그 입찰은 오로지 가격만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고, 그다음에 어떻게 할 것인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YTN은 상법상 주식회사인 동시에 방송법상 엄격한 규제를 받는 승인 사업자여서 지분을 산다고 바로 최대주주로 인정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보도채널 같은 방송사업자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승인을 받지 못하면 지분을 아무리 많이 가졌더라도 해당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방통위 명령에 따라 지분을 되팔아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당시 유진이엔티로선 낙찰을 받았다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남은 방통위 변경승인 심사가 사실상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매각자문사 삼일회계법인도 당시 매각 공고문에서 “본 매각은 방통위의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중략) 등을 조건으로 완결되는 거래”임을 밝히며 “관계 행정기관의 승인 등 제반 요건과 절차 준수”에 관한 책임은 “전적으로 매수인이 부담”한다고 알린 바 있다.

서울 마포구 YTN 사옥.

낙찰을 받은 유진이엔티는 다음 절차를 서둘렀다. 그해 11월10일 한전KDN, 한국마사회와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한 유진이엔티는 닷새 뒤 방통위에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종편 승인 이후 가장 중요한 심사”라면서 열흘만에 종료

YTN만 30여년 만에 공기업에서 민간 기업으로 ‘주인’이 바뀌는 엄청난 변화를 앞두고 있었던 건 아니다. 방통위도 2008년 출범 이래 처음으로 보도채널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심사하는 중요한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당시 “이번 보도PP 대주주 변경승인 심사는 2011년 방통위가 종편 출범 때 승인 심사를 한 이후로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심사”라고 말했다.

그만큼 중요한 심사이니 숙의를 바탕으로 한 엄정한 심사와 검토를 기대했지만, 이후 전개된 상황은 달랐다. 방통위는 바로 다음 날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했고, 1주일 뒤 심사위원회를 열어 나흘 만에 심사를 끝내버렸다. 유진이엔티가 YTN 지분을 낙찰받은 날로부터 34일,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신청한 지 11일 만이었다.

이어 방통위는 심사 종료 사흘 뒤 전체회의를 열고 ‘승인 취지 보류’라는 결정을 내렸다. 심사위원회가 “승인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방송의 공정성·공적책임 실현과 YTN 발전을 위한 투자계획 등을 확인한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심사 기준에 포함돼 있었고, 심사 과정에서 당연히 평가돼야 했을 항목을 심사가 완료된 후 추가로 확인하겠다고 한 셈이다. 심사 자체가 ‘졸속’이었단 비판이 나온 이유다.

그 결과 역시 익히 아는 대로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사퇴한 이동관 위원장 후임으로 온 김홍일 위원장은 취임 40일 뒤,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을 의결했다. 그사이 시간을 번 유진이엔티는 추가 자료를 만들어 방통위에 제출했고, 방통위는 이를 토대로 방송법에도 나와 있지 않은 ‘자문’ 등의 과정을 거쳐 승인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은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를 진행하기만 한 게 아니라 앞선 지분 매각 과정에도 관여한 사실이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로 밝혀졌다. /뉴시스

일련의 과정은 여러 의문점을 낳았는데, 최근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단지 이상하기만 한 게 아니었다. ‘매각 후 승인’ 단계 책임자인 이동관 당시 방통위원장이 지분 매각 단계부터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로도 밝혀졌다. 이동관 위원장이 YTN의 공정성과 공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대기업 등의 입찰 참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들어 한전KDN과 한국마사회 담당 부처에 ‘지분 통합 매각’을 요구한 것이다.

매각 방식 결정에 관여한 당사자가 매각의 결과이자 후속 조치인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심사 계획을 심의·의결하고, 심사 절차까지 진행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과 최종 승인까지 모두 ‘2인 방통위’ 의결로 이뤄졌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에서 대통령이 추천한 위원 둘이서만 의결한 사안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4월 정식 출범한 방미통위와 김종철 위원장은 YTN 문제에 대한 조속한 처리 의지를 보여왔다. ‘변경승인 직권취소’ 등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앞선 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직권취소든 재심사든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방미통위는 벌써 반년 넘게 ‘숙의’만 거듭하고 있다. 절차상 하자 문제로 처분 취소 판결이 나온 만큼 어떤 하자나 공정성 시비도 없도록 신중을 기하는 듯하더니, 유진이엔티 청문을 앞두고 청문 주재자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면서 관련 절차를 연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방미통위 위원들은 YTN 문제와 관련해 고려할 사항이 많다고 말한다. 3년 전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처리한 대가를 뒤늦게 치르고 있는 셈이다. 그 불똥은 YTN과 구성원들에게 튀었다. 지난 3년여, YTN에서 벌어졌고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라. 잘못된 행정의 대가를 구성원들이 치르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3년 전 지분 매각 공고문엔 이런 내용이 있었다. “관계 행정기관의 승인 등 제반 요건과 절차 준수에 관하여” 매도인인 한전KDN, 한국마사회는 물론이고 대상회사(YTN) 역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며 이에 관한 책임은 전적으로 매수인이 부담”한다는 내용이었다.

권한도 아닌 지분 매각 방식에까지 관여한 당시 방통위원장, 그에 따른 입찰에 참여해 지분을 산 유진이엔티, 그리고 2인 체제에서 보도채널 대주주를 바꾸는 결정을 내린 방통위. 주체는 명확하다. 엉킨 실타래를 뚫어져라 들여다보기만 할 게 아니라 꼬인 지점을 찾고 풀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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