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 못 벗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국민의힘이 100일 넘게 미뤄온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마쳤지만, 후보들의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며 개정한 방송3법에 따라 처음 구성되는 이사회에서부터 인사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공영방송을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는 법 개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6일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EBS 이사 후보를 각각 2명씩 추천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요청한 추천 시한을 100일 이상 넘긴 뒤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7월 추천을 마쳤고, 공영방송 3사 이사회는 국민의힘 추천 인사들이 빠진 상태에서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왔다.


문제는 뒤늦게 추천한 인사들의 면면이다. KBS와 MBC, EBS 노조를 비롯한 언론단체들은 후보들의 과거 행적과 정치적 편향성 등을 문제 삼으며 일제히 반발했다. 일부 후보에게는 과거 보도 공정성 훼손이나 노조 탄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특정 정당의 선거 활동에 참여한 경력도 논란이 됐다. 노조와 언론단체들은 추천 철회와 후보들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과거 경력이나 정치적 성향만으로 후보의 자격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영방송 이사는 사장 선임과 경영 감독에 관여하는 자리다. 무엇보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 국민의힘이 이 같은 기준에 따라 후보들을 충분히 검토했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방송 현장에서 제기된 우려에 대해서는 추천한 정당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검증 과정에서 부적격 논란을 해소하지 못하더라도 임명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개정 방송3법은 법정 결격사유가 없는 추천 후보를 정해진 기한 안에 임명하도록 하고, 기한을 넘기면 자동 임명되게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정치적 편향성이나 과거 행적에 대한 비판이 곧바로 법률상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추천 단계에서 적격성을 충분히 따지지 않으면 임명 과정에서 바로잡기 어렵다. 법적으로 임명할 수 있다고 해서 공영방송 이사로 적합한 인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민주당 추천 인사였던 오태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역시 과거 이재명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활동 경력을 둘러싼 논란 속에 자동 임명된 전례가 있다. 민주당 역시 이사 추천 과정에서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방송3법 개정을 주도한 민주당부터가 법의 취지에 걸맞은 인사를 추천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정치권이 추천권을 자당에 가까운 인사를 앉히는 수단으로 여긴다면 어떤 제도도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논란이 제기된 후보들의 적격성을 재검토하고,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킬 인사를 다시 추천해야 한다. 방미통위 역시 자동 임명 규정을 이유로 검증 책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법이 정한 권한과 절차 안에서 결격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그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한다. 공영방송 이사는 정당의 몫으로 나눠 갖는 자리가 아니다. 정치권이 기존의 인사 관행을 바꾸지 않는다면 방송의 정치적 독립이라는 법 개정의 취지마저 무색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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