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고 기자들 마음건강 돌보는 일에 협력할 것"

[기·협·소] 기자협회 협력기관을 소개합니다
②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백종우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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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없는 건강은 없다.’(No health without mental health) 세계보건기구(WHO)가 강조한 이 표현은 정신건강이 신체 건강과 분리될 수 없는 필수 요소임을 의미한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중앙지원단)은 바로 그런 취지에서 1999년 출범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근거한 보건복지부 정책 자문기구인 중앙지원단은 정신건강 전문가뿐 아니라 당사자 및 가족 등이 위원으로 참여해 정부의 정책 방향을 조언하고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백종우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이 9월18일 본보와 인터뷰 후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백 단장은 정신건강 발전과 자살 예방에 헌신해 온 국내 대표 전문가다. /김고은 기자

백종우 중앙지원단 단장은 오랜 기간 위원으로 활동하다 부단장을 거쳐 5월 취임했다. 백 단장은 정신건강 발전과 자살 예방 문제에 헌신해 온 국내 대표 전문가 중 한 명이다. 30년 가까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면서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 중앙자살예방센터장 등을 역임한 그는 현재 한국자살예방협회장과 이재명 대통령이 위원장인 국민생명안전위원회 민간 부위원장도 동시에 맡아 사람을 살리고 지키는 일에 힘쓰고 있다.


정신건강 증진과 자살 예방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백 단장은 “건강보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살 사망자의 3분의 2가 정신과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조현병, 조울증, 우울증의 사망률은 일반인의 10배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자살에 이르는 요인은 복합적인데, 많은 경우 종국엔 우울증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백 단장은 “자살 위기에 몰린 사람들은 절망 때문에 시야가 터널처럼 좁아져 있는 도움도 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 사회의 안전 약자를 어떻게 도울까 하는 문제와 연결”되고, 국가 차원의 종합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정신질환자를 고립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편견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낙인이 치료를 포기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사건·사고나 자살에 이르게도 한다. 중앙지원단은 이런 사회적 편견과 낙인을 줄이기 위해 미디어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을 제정하고, 회복 중심의 보도 확산을 위해 ‘정신건강 우수보도상’을 시상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앞서 자살 예방 보도준칙 제정에도 관여했던 백 단장은 정신건강보도 권고기준을 만들면서 “진실을 알리는 행위를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장 기자들이 주도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 그렇게 작업하면서 “굉장히 보람 있었다”고 했다.


그가 언론, 특히 현장 기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책 <죽고 싶은 사람, 살리고 싶은 사람>에서 지금껏 14명의 환자를 자살로 떠나보냈다고 고백했다. 그중 아직도 기억나는 건 2008년 10월 자살로 사망한 환자다. 그해 10월2일 배우 최진실이 자살로 사망했는데, 며칠 후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한 것이었다. 당시 언론은 상세히 그림까지 그려 가며 자살 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했고, 직후 같은 방식의 자살자 수는 급증했다. 그는 ‘내가 살릴 수 없었을까’ 괴로워하는 한편,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언론과 협력해서 이걸 바꿔야 되겠다,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계기가 됐다”고 그는 말했다. 그 뒤로 그는 “정신건강 전문가보다 기자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의 휴대전화에 등록된 기자 1400명의 연락처가 이를 증명한다. 그는 “정신건강의 변화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지만 법과 제도를 바꾸는 건 국민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고, 그건 언론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고통받는 사람을 다뤄주는 기사가 결국 사회를 바꾸는 데 성공한 수많은 사례를 알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기자는 참 좋은 직업”이라고도 했다.


기자들의 일이 생각보다 더 ‘극한직업’이란 것도 알고 있다. 민원과 악성 댓글, 때론 위협에도 시달리고, 실제 취재 현장이 위험하기도 해서다. 그는 재난보도에서 언론이 수행하는 치유적 기능을 언급하며, 그런 기자들의 정신건강 보호와 치료에도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협회 등과 ‘언론인 트라우마 가이드북’을 만드는 데 참여했던 것도 그래서다. 백 단장은 “참혹한 사건·사고 현장을 마주해야 하는 기자분들을 지켜봐 왔기에 언론인들의 정신건강도 깊이 염려된다”며 “국민 알 권리를 위해 밤낮으로 뛰는 기자들의 마음 건강을 돌보고 지원하는 일에도 기자협회와 함께 협력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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