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아시안게임 병역특례 논란, 이대로 괜찮나

[박종민의 K-스포츠랩]

국제대회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바로 병역 특례 제도의 적절성 여부다. 이번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관련 논란은 이어졌다. 특히 한국 야구 대표팀이 대회 결승에서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을 3-1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 병역 특례 혜택을 받게 되면서 제도를 다시 손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야구 대표팀 선수들이 9월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체육 분야 병역 특례의 출발점은 1973년이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에서 한국(공동 33위)이 북한(22위)보다도 못한 성적을 내면서 국가 차원에서 체육 육성에 힘을 기울이기로 한 결과다. 명분은 국위선양과 문화창달이었다. 양정모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병역 특례 혜택 최초 수혜자가 됐고, 이후 1981년 올림픽·세계선수권·유니버시아드·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등 3위 이상으로 기준이 세워졌다.

그러나 특례 대상자가 급증하자 1990년에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로 대상이 대폭 축소됐다. 이후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위에 오르자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월드컵 16강 이상'도 수혜 대상에 포함했다. 2006년 한국 야구가 처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에 진출하면서는 'WBC 4강 이상'도 추가됐다. 하지만 다른 종목과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반발이 커졌고, 결국 2008년에 월드컵과 WBC 특례는 폐지됐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24명 중 16명이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게 됐다. 병역 의무를 마친 조병현을 제외한 다른 7명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미 혜택을 받았다. 대회 직전 코뼈 골절상을 입은 김도영은 강한 출전 의지를 보이며 조율 끝에 대회에 나서 병역 특례 혜택 수혜자가 됐다. 이를 두고도 일각에선 “병역 특례 혜택이 걸린 대회가 아니었다면 과연 골절 부상 중에도 출전을 강행했을지 의문이다”라는 말들이 돌았다.

일본은 야구 대표팀을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꾸렸고, 농구 대표팀 또한 미국프로농구(NBA) 소속 선수들을 제외하고 사실상 2진급으로 구성했다. 아시아 스포츠 강국이자 이번 대회 개최국이 주요 종목 대표팀 선수단을 정예 멤버로 꾸리지 않았다는 건 아시안게임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는 걸 방증한다.

올해 2월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부터 6~7월 북중미 월드컵,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까지 국내에서는 그다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국제대회는 물론 각국 스포츠 리그들은 꾸준히 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인기는 대체로 예전보다 못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 비해 스포츠 말고도 즐길 거리가 너무 많아졌다. 유튜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서 다양한 분야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고 있고, 다시보기 기능에 따라 시간적으로도 구애받지 않게 됐다. 이는 국제대회 시청률 하락 등 흥행 부진을 초래했다.

병역 특례 제도도 시대 흐름에 맞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늘날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 53년 전 내세웠던 ‘국위선양’의 취지에 여전히 부합하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역대 올림픽 종합 순위를 살펴보면 한국은 불참하거나 30위 안팎을 오르내렸던 이전 대회들과 달리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10위)부터 스포츠 강국 반열에 올랐다. 이후 여태까지 종합 4~16위를 오갔다. 아시안게임의 경우 병역 특례 제도 도입 후 주로 2~3위를 맴돌고 있다. 오늘날에 이르러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국위선양이 됐다는 건 어느 정도 비약이 있어 보인다.

3일(현지 시각)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결승전에서 일본에 1-0 승리로 금메달을 차지한 대한민국 선수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표팀 선수 중 병역 의무를 마친 선수를 제외한 20명이 이번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뉴시스

한국은 경제적으로도 이미 10대 대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이 벌써 30주년이나 됐고, 한국의 1인당 GDP는 4만 달러에 가까워지고 있다. 개발도상국 시절의 잣대를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일하게 적용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과연 K-팝 한류의 주역 방탄소년단(BTS)보다 국위선양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어왔다. 물론 그사이 BTS 멤버들은 전원 군복무를 마쳤다.

아시안게임에 나선 선수들의 땀방울과 금메달의 가치는 여전히 숭고하지만, ‘공정(公正)’을 향해 나아가는 시대적 흐름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병역 특례 제도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들로는 누적점수제 도입 등이 거론된다. 공정성과 형평성 등의 가치 아래 병역 특례 제도에 대한 더 진지한 사회적 공론화로 국민 눈높이에 맞게 제도를 손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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