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하면서 정부가 막바지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각 기관 수장이 공석인 데다 조직과 인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한동안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 형사사법 체계를 취재해야 하는 언론도 일단 큰 틀의 변화보다는 새 기관의 역할과 권한이 분명해지기 전까지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법조 기자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검찰 출입기자에게 공소청과 중수청을 함께 맡기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중수청 역할이 커지며 전담 팀을 꾸리자는 논의도 일부에서 나왔으나 조직 안정화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존 팀을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대신 언론사마다 1~2명씩 인력 보강은 이뤄지고 있다. 출입처가 늘어난 데다 취재 동선도 서울 중구와 서초구로 나뉘며 기자들 부담이 커져서다.
백주아 이데일리 기자는 “저희 회사의 경우 개편에 대비해 사건팀 인력 2명을 선제적으로 보강했다”며 “중수청 출범 이후에는 기존 서초동 취재 비중의 상당 부분이 중수청 사무실이 있는 을지로로 옮겨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은 새 조직에 적응하고 취재원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수청이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에 놓인다는 점이다. 기존엔 검찰 출입기자들이 검찰청 상급 기관인 법무부까지 담당했으나 행안부의 경우 이미 출입기자들이 있어 교통정리가 필요하단 이야기가 나온다. 검찰 출입 중인 종합일간지 A 기자는 “법무부 아래 검찰국이 있고, 검사들도 법무부에 파견을 많이 가니 기존엔 검찰 출입기자들이 법무부까지 담당하면서 유기적으로 취재를 해왔다”며 “그런데 행안부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주로 전국사회부나 자치·행정 담당 부서에서 출입하는 곳인데, 당장 궁금한 것이 있어도 어디에 물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새로운 취재원을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그간 관계를 맺어왔던 검찰 취재원 상당수가 각 기관으로 흩어지고, 경찰 출신 수사관이 다수 중수청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 취재원을 발굴하는 것이 기자들의 큰 숙제가 됐다. 이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선 누가 어느 기관에 지원했고, 몇 명이 가는지 등의 정보가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검찰 출입 중인 통신사 B 기자는 “중수청엔 경찰들도 다수 있으니 검찰만 출입하던 입장에선 아무래도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며 “취재원 접근의 문제, 또 행안부와 법무부 간 신경전 문제도 있을 것 같다. 다만 중수청 내 주요 취재원은 어차피 지휘 라인일 테고, 지휘 라인은 검찰 출신들이라 검찰 출입기자를 보낸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형사사법 체계 전환을 새로운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새 취재원을 확보하는 과정 자체는 모든 언론사들이 동일하게 겪어야 해서다. 백주아 기자는 “중수청이라는 새로운 조직이 출범하는 만큼 취재 환경도 사실상 백지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기존 검찰 인력이 넘어오고 이들을 중심으로 수사가 이뤄지더라도, 조직과 수사 체계 자체가 달라지는 만큼 모든 언론사가 새로운 취재원을 발굴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초기에는 취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새로운 취재 영역과 취재원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기본적인 취재 관행 자체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기관은 바뀌어도 중대범죄를 수사한다는 본질은 같아서다. 이홍근 경향신문 기자는 “법무부 산하기관을 취재하느냐, 행안부 산하기관을 취재하느냐가 본질이 아니다. 검찰 출입기자는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을 취재하는 기자들”이라며 “중수청이 출범한다고 해서 취재원을 만들고 수사의 동향을 파악해 기사를 쓰는 관행 자체는 크게 변화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개정 형사소송법에 담긴 ‘수사기록 열람·등사(복사)’ 관련 처벌 규정에 대해선 우려하는 기자도 일부 있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피해자가 수사기록을 언론에 제보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홍근 기자는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 수사 기관이 어떻게 수사하고 있는지 등을 취재하는 게 소위 말하는 외곽취재인데, 취재하는 입장에선 방법론이 하나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피해자들 목소리가 위축될 수 있고 수사에 대한 견제 기능이 약화되는 점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자단 개편 논의는 아직 걸음을 떼지 못했다. 공소청과 중수청 기자단을 어떻게 구성할지, 기존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기자단이 이를 그대로 이어받을지 구체적인 내용이 정해지지 않았다. 일부 기자들 사이에선 대검 기자단이 공소청 기자단으로, 지검 기자단이 중수청 기자단으로 명칭만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행안부 기자단 간사인 김신일 내일신문 기자는 “경찰과 행안부 출입이 다르듯 중수청과 행안부 출입이 다르니, 지검 쪽에 별도로 기자단을 운영하라는 이야기를 전달했다”며 “직제상 중수청 개청준비단이 행안부 소속이라 관련 업무를 하고는 있지만 그 세부 내용은 우리 영역이 아니라고 봤다. 우리가 관여할 부분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검 기자단 간사인 김우영 조선비즈 기자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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