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와 시청자미디어재단(시청자재단)을 통폐합해 한국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진흥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법안이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조만간 본회의 의결이 전망되는 가운데 내년 진흥원 출범까지 채 4개월도 남지 않아 조직과 기능, 인력과 예산 등을 충분히 논의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사위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진흥원을 설립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방송법,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3건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안 공포 즉시 설립위원회가 설치돼 코바코와 시청자재단 통폐합 및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한국전파진흥협회 등 5개 기관의 관련 사업과 재산·권리·의무·직원 등을 재편성한다. 설립일은 2027년 1월1일로, 향후 방송미디어 분야의 진흥과 방송광고 산업 활성화 등을 위한 총 31개의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다만 진흥원의 재원과 조직, 인력운영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범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오며 코바코와 시청자재단에선 “졸속 처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단 진흥원 설립과 관련한 비용부터 마련되지 않았다. 정부가 3일 국회에 제출한 2027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살펴보면 진흥원 설립과 관련해 별도로 배정된 금액은 없었다.
앞서 4월 말 국회예산정책처가 작성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진흥원 설립 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소요되는 비용은 총 428억5200만원, 연 평균 85억7000만원이었다. 코바코 현 사옥인 한국프레스센터 임대수익을 감안하더라도 첫 해에만 시스템 구축비 31억500만원, 이전비용 1억5700만원, 설립위 운영비용 1500만원 등 총 113억3500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계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기관 설립이 확정되지 않아 이번 정부안엔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진흥원 설립위가 설치되면 논의 후 기획예산처와 협의해 관련 비용을 내년도 예산안에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진흥원이라는 이름에 맞는 별도의 진흥 예산까진 추가로 배정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해승 지역MBC 전략지원단장은 “진흥을 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통폐합 등 대상이 되는 기관이 대부분 지출을 하는 곳들”이라며 “사실상 인건비 조달하기 바쁜 조직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진흥원이라면 외부에서 공적 재원을 가져와 진흥을 해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고 특히 지역방송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더욱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조직 통합을 위한 시간 역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코바코와 시청자재단은 설립 목적과 운영 방식, 직급과 승진 체계 등 노동조건이 현저하게 다른 기관들로, 임금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코바코와 시청자재단의 지난해 정규직 평균 보수는 각각 8890만원, 5684만원으로 3200만원가량 차이가 났다. 전체 인력 대비 무기계약직 비중도 코바코 2.2%, 시청자재단 30.2%로 고용 구조 또한 이질적이다.
김태중 전국언론노동조합 시청자재단지부장은 “근로조건이 생각보다 많이 다른 걸로 알고 있는데, 새로 출범하는 진흥원에선 어떤 방식이 직원들에게 더 효율적일지 빨리 논의가 돼야 한다”며 “통합이 되고 나서 논의가 시작되면 직원들 간 세력화가 이뤄질 수 있다. 두 기관이 핵심 보직 등 서로 유리한 부분을 가져가기 위해 갈등을 벌일 수 있어 걱정이 많이 앞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설립위가 사실상 설립등기를 하는 정도에서 역할을 마칠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관 통폐합 기간이 가장 짧았던 국토안전관리원도 국회 본회의 통과부터 기관 출범까지 7개월여가 걸렸기 때문이다. 당시 통합 대상이었던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건설관리공사는 통합 직전까지 상이한 임금과 직급체계 때문에 갈등을 빚었고, 정부는 갈등 중재 역할을 못해 비판을 받았다.
한편 새로운 진흥원 입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앞서 정부가 이달 초 수도권에 남아있는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하면서 새 진흥원 입지도 지방이 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다만 코바코의 경우 지방 이전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전국 12개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운영하며 순환근무를 수행하는 시청자재단과 달리 코바코는 대부분의 직원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지방 이전이 확실해질 경우 사업 재편성 대상인 5개 기관 직원들은 자체 규정을 근거로 기존 조직에 남을 가능성이 커, 진흥원 직원들의 업무가 과중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양승광 언론노조 코바코지부장은 “진흥원이 지방으로 갈 경우 5개 기관 직원들은 안 올 가능성이 높은데, 사업은 늘어나면서 전문가는 빠져버리면 기능적으로 손해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코바코의 경우 방송광고를 직접 판매해야 하는데 현재 방송사와 광고주, 광고회사 등이 모두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만약 지방 이전으로 인해 경쟁력 하락, 매출액 감소가 일어나면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 결합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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