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장윤기 사건 수사 은폐·축소 의혹

[제431회 이달의 기자상] 신용일 SBS 기자 / 취재보도1부문

신용일 SBS 기자.

퇴근 후 서울 모처에서 만난 A는 파라솔 아래에서 반쯤 취한 채로 입을 뗐다. 나는 다섯 번은 넘도록 “사실이 맞느냐”고 되물었다. 그렇게 튀어나온 한 마디에서 취재는 시작됐다.


SBS 취재팀의 초기 보도는 내용이 간단하다. 경찰이 살인 피의자 장윤기의 성범죄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를 일부러 누락했고, 수사 정보를 장윤기 아버지에게 흘린 데다 경찰 간부인 장윤기 아버지가 그 정보 덕에 또 다른 핵심 증거를 인멸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수사 과정에서의 여러 부적절한 행태를 폭넓게 취재해 조각들을 하나씩 맞춰나갔다. 7월1일 SBS 8시 뉴스에 첫 단독 보도를 내보낸 뒤, 한 달 넘게 쭉 더 보도했다.


‘끝까지 가보자’는 부서 차원의 판단이 있었는데, 이따금씩 취재가 막혀 속이 타고 늘어질 때면 “채원이 부모 인생은 5월5일 이후 멈췄다”던 누군가의 말이 나를 정신차리게 했다.


법조팀 막내 기자로 서초동에서 겨우 몇 달을 보냈다. 범인을 잡는 이들도, 그들에게 붙잡혀 온 범인도, 때로는 그 범인에게 당했다는 피해자도 서로 목적은 달랐지만 자신의 유불리를 따져가며 기자를 찾는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나는 느꼈다. 그렇게 생산된 각자의 말과 글이 늘 기자를 현혹한다.


그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정혜진 반장, 박상진 팀장이 있어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 이번 취재도 마찬가지였다. 첫 보고부터 줄곧 힘을 실어준 김정인 사회부장의 뒷받침이 있었다.


우리의 보도로 드러난 ‘진실’에 마음이 또다시 힘들었을 이채원 양 유족분들께 이 글을 빌려 위로의 뜻을 전한다. 채원 양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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