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기다려도 기소조차 안 된 이유, 논문으로 풀어 쓰다

[인터뷰] 쿠팡 블랙리스트 관련 논문 쓴 차주혁 M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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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쿠팡 블랙리스트 16,450명> 보도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차주혁 MBC 기자.

2024년 2월 <쿠팡 블랙리스트 16,450명> 보도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차주혁 MBC 기자가 최근 고려대 노동대학원 석사학위논문 <근로기준법상 취업방해금지 법리에 관한 연구>를 발간했다.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 1만6450명이 6년에 걸쳐 재채용 제한 명단에 올랐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이후, 2년이 지나도록 검찰이 결론을 내리지 않자 그간의 문제의식을 논문으로 풀어낸 것이다.


차주혁 기자는 “1만6450명이 오른 명부, ‘PNG’와 ‘대구1센터’ 같은 비밀기호, 실제 일용직 채용에 그 명단을 썼다는 정황까지 확인했다”며 “이 정도면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이 처음으로 판단해 줄 줄 알았는데 2년이 지나도록 기소도, 판결도 없었다. 판결문을 읽고 기사를 쓰려 했는데, 판결문을 기다리다가 그 판결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논문으로 썼다”고 말했다.


차 기자는 노동전문기자가 되기 위해 2022년 3월 노동대학원에 들어갔다. 노동법을 공부하면서 사건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걸 느꼈고, 같은 사실인데도 어떤 조문을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문제가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쿠팡 블랙리스트 취재를 시작하면서는 휴학계를 냈다. 강의와 병행할 규모가 아니었다. 2024년 첫 보도를 한 이후 1년 뒤에 대학원을 수료했고, 계속 법원의 판단을 기다렸다. 취업 방해를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40조가 쿠팡 같은 방식의 취업 배제를 규율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2024년 2월 <쿠팡 블랙리스트 16,450명> 보도로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차주혁 MBC 기자.

수사는 느리게 진행됐다. 보도가 나온 뒤 시민·노동단체의 고소·고발과 특별근로감독 요구가 이어졌지만 고용노동부가 감독에 착수한 것은 거의 2년이 지난 올해 1월이었다. 그 사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적도 없는 경찰청 출입기자 71명을 취업제한 목록에 올린 쿠팡의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수사기관은 자사 재채용 배제를 ‘취업 방해’로 볼 수 있을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 그간 검찰은 남의 회사에 못 가게 막으면 취업 방해지만 자기 회사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면 취업 방해가 아니라고 해석해왔다.


차 기자는 “법이 보호하려는 것은 회사들 사이의 경쟁이 아니라 노동자의 취업 기회”라며 “일하려는 사람에게는 다른 회사든 전에 일했던 회사든 취업 기회를 잃는다는 결과가 같다. 특히 일용직처럼 계약이 반복되고 센터나 채용대행 업체가 채용 여부를 각각 판단하는 구조에서는 다시 근무를 신청하는 일 자체가 새로운 취업 기회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문언과 연혁, 죄형법정주의, 보호법익과 반복고용 구조, 행정해석과 비교법 등 다섯 갈래로 나눠 검찰이 법규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 없는 요건을 더해 적용 범위를 좁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을 고치거나 새로 만들기보다 이미 있는 법을 제대로 해석하고 집행하는 일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차주혁 MBC 기자가 최근 고려대 노동대학원 석사학위논문 <근로기준법상 취업방해금지 법리에 관한 연구>를 발간했다. /차주혁 제공

차 기자는 “모든 재채용 거부가 취업 방해라는 뜻은 아니다. 사용자의 정당한 채용권도 보장해야 한다”며 “다만 회사가 특정 노동자를 명부로 분류하고 이를 반복적인 채용 배제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단순한 인사평가인지, 취업 기회를 막는 행위인지 따져봐야 한다. 입법적으로도 전자적 명부와 분류코드 등을 법이 어떻게 다룰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고, 명단에 오른 노동자가 등재 사실과 이유를 확인하고 잘못된 정보를 고칠 절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쿠팡은 보도 당시 블랙리스트 의혹을 폭로한 MBC 기자 4명과 내부고발자를 형사 고소했다. 다만 MBC 기자 4명에 대해선 지난해 1월 국회 청문회에서 고소를 취하하겠다 약속했고 이후 실제로 취하했다. 차 기자는 “명단을 만든 행위의 위법성을 따지기 전에 그 명단을 폭로한 행위부터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됐다”며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공익제보자다. 기자들에 대한 고소는 취하됐지만 이 문제를 외부에 알린 제보자의 형사사건은 아직 남아있다”고 말했다.


차 기자는 논문이 나온 뒤 가장 먼저 노동부 장관에게 이를 전달했다. 단순히 연구 결과를 알리려는 것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제40조를 해석하고 실제 사건을 수사하는 기관이 노동부여서다. 그는 “제 논문에 동의해달라는 뜻이 아니라 찬성하든 반대하든 이제는 노동부가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었다”며 “법이 있는데 왜 적용하지 않는가, 저는 이 문제가 입법의 공백보다 집행의 공백에 더 가깝다고 본다. 앞으로도 흩어진 사실을 하나씩 맞추고,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문제에 정확한 이름을 붙이는 취재를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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