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기협 "과방위원장 딸 자문변호사 위촉에 사장 개입 정황"
KBS기자협회, 자문변호사단 위촉 과정 자체 조사 보고서 발간
'이해충돌 우려' 의견 뭉갠 정황도…KBS "자격 충분하다 판단"
송기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자녀의 KBS 자문변호사 위촉 배경을 조사해 온 KBS기자협회가 박장범 사장이 특정 변호사를 위촉하기 위해 운영규정 변경을 추진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위촉 과정에서 KBS가 이해충돌 우려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위촉 방침을 유지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KBS기자협회는 8월28일 ‘KBS 자문변호사 위촉 과정 자체 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앞서 KBS 자문변호사단에는 송기헌 국회 과방위원장의 자녀가 임명돼 이해충돌 논란이 일었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송모 변호사는 자문변호사직에서 물러났고, KBS기협은 위촉 절차의 적절성을 점검하기 위해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KBS기협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박장범 사장이 특정 변호사를 자문변호사단에 넣으려 했다. 자문변호사단 운영규정 개정 작업은 이런 목적으로 시작됐다”며 “이 과정에서 현업자들은 반대 의견을 반복적으로 밝혔지만 새로운 자문변호사단이 대거 위촉됐고, 그들의 추천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인을 자문변호사단에 넣기 위해 사측이 실무자의 반대에도 운영규정 변경을 추진한 정황이 드러났다. 4월 사측이 자문변호사단 규정 변경을 추진하자 법조팀은 운영에 문제가 없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당시 사회부장은 “윗선에서 이걸 제기해서 진행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시기 법조팀에는 “윗선에서 원하는 건 특정 기업 소속 변호사”라는 말도 전해졌다. KBS기협은 “이후 6월 개정이 다시 추진되는 과정에서 사회부장이 법조팀에 ‘자문변호사 운영규정을 바꾸고자 의지를 가진 사람이 사장이란 점을 확인했다’고 전달했다”고 했다.
그러나 KBS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KBS 관계자는 “자문변호사는 지원자와 사내 추천을 통해 최종 선정했다”면서 “자문변호사단 운영규정 또한 보도시사본부에서 자체적으로 검토해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KBS는 송기헌 과방위원장 자녀를 자문변호사로 위촉하기 전부터 이해충돌 가능성을 인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문변호사단 간사는 위촉 변호사 명단을 통보받은 뒤 “과방위원장 딸을 위촉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며 위촉식 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의견을 전달했다. 종전 관행과 달리 송 변호사의 변호사 경력이 지방 법무법인 2년가량 근무에 불과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사측은 여성, 젊은 변호사, 전문성 등을 이유로 위촉 방침을 유지했다. 다만 송 변호사는 관련 언론 보도가 나오자 사의를 표명했다.
심사 기준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공식 지원자 가운데 한 명은 송 변호사보다 기수가 높았지만 “경력이 한참 모자란다”는 평가를 받아 탈락했다. 10년 이상의 변호사 경력과 타 방송사 뉴스 자문, 언론 관련 소송·중재 경험을 갖춘 여성 지원자 역시 평판 조회가 이뤄지지 않고 탈락했다. KBS기협은 “타 방송사 출신이라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제외했다는 사측 관계자의 구두 설명이 있었다”면서도 “공개 위촉의 이유로 내세운 여성 변호사 비율 확대와 장기 재직자 교체라는 명분이 실제 위촉 결과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KBS는 8월12일 입장문을 통해 “위촉식을 앞둔 시점에 기존 자문변호사 한 명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심사위원이 이 사안에 대해 다시 검토한 결과 해당 변호사가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에, 대한변협 간부와 미디어소통위원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점, 여성 변호사라는 점 등 자격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BS기협은 이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자문변호사 위촉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이해충돌 방지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추천 주체를 보도 현업 부서와 자문변호사단, 변호사 단체 등으로 한정하고 외부 추천 시 추천자를 문서에 명시하는 한편, 위촉 후보 전원에 대해 평판 조회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KBS를 감독하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의 구성원 및 그 배우자·직계 존비속은 위촉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별도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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