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손자 '설악산 완주' 메인뉴스에… G1방송 사유화 논란
과거 뉴스에 SG건설 회장 사위·아들 등장한 것도 문제 제기
노조 "특수관계 알고도 보도, 참담"… 기자들 "철저히 진상조사"
강원 지역민영방송 G1방송이 대주주 외손자의 설악산 등반 완주 소식을 메인뉴스 리포트로 내보내며 ‘방송 사유화’ 비판이 불거졌다. 사측 간부·임원 다수가 특수관계를 알던 상황에서 대주주의 아들과 사위에 대한 보도가 나간 과거 사례가 추가로 제기됐고, 사실관계를 두고 임원들 설명이 엇갈리거나 번복되며 파장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노동조합에선 외부 조사위원회 구성을 통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지역사회와 언론단체에선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대상에 지역방송이 포함돼야 할 이유라며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1일 G1방송은 메인뉴스 <특별한 조국 체험 “공룡능선 완주”> 리포트를 통해 미국에 거주하는 10대 청소년이 한국을 찾아 설악산 공룡능선을 완주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3분 분량의 리포트는 15시간에 걸친 산행 과정과 인터뷰를 담은 미담성 보도였다. 이후 보도에 등장한 두 청소년 중 하나가 G1방송 대주주 조창진 SG건설 외손자란 문제제기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G1방송지부는 21일 성명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노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대주주 외손자라는 사실을 알고 보도 지시가 내려졌고, 이것이 어떠한 파장을 가져올지에 대해 어떠한 고심도 없이 일사천리로 리포트가 제작되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송의 사유화가 얼마나 노골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며, 그 현장을 지켜본 직원들의 참담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성명 배포 직전 열린 노사 편성위원회에선 대주주 가족이 보도에 등장한 추가 사례도 언급됐다. 지난해 8월과 12월, 강원도가 도입한 ‘AI 당직 시스템’ 개발 업체 대표인 조 회장의 사위 김모씨가 리포트에 출연했고, 2024년 11월 조 회장 아들이 대표로 있는 골프장 업체의 자선 골프대회가 보도된 게 대표적이다. 현재 ‘대주주 외손자 완주 보도’는 비공개 처리됐으나 이 같은 보도가 나간 구조에 대해 비판이 계속되는 상태다.
성명에 따르면 이번 사안은 노조에 외부 제보가 이뤄지며 인지됐다. 기존 ‘방송클린위원회’, ‘보도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있었지만 유명무실했거나 주말 담당자가 부재했던 운영의 한계 속에 자정이 이뤄지지 못했고, 뿌리 깊은 방송 사유화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게 노조의 문제의식이다. 노조를 비롯해 대표이사, 경영지원본부장, 방송사업본부장, 보도국장 등이 참석한 21일 편성위에서 본부장들은 제보를 통해 특수관계를 알았고 서로 보도국장에게 지시를 했다는 엇갈리는 발언을 하거나 이후 기존 발언을 번복하는 행태 등을 보였다. 보도 전에 이 같은 사실을 사측 주요 관계자들이 알았지만 그럼에도 나간 것을 노조는 특히 문제적이라 본다.
관여가 없었다고 했던 전종률 대표이사가 편성위 말미 본인이 보도국장에게 지시했다고 밝혔지만 25일 이 발언 역시 번복됐다. G1방송지부는 사장과 면담 후 낸 25일 추가 성명에서 “사장은 (중략) 자신이 발언한 ‘외손자임을 알고 보도국장에게 지시했다’는 말이 사실과 다르다며 이를 정정했다. 본인의 말을 또 한 번 뒤집어엎은 것이다. 사장은 본인이 지시하지 않았지만 대표이사로서 책임지기 위해 그렇게 말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며 “사측의 뻔뻔한 발뺌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전에도 G1방송은 대주주 관련 보도로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2018년 대주주가 분양하는 아파트를 뉴스에 내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제재를 받았다. 2023~2025년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통해 마트와 골프장 관련 불법영업 실태를 보도했는데 이를 두고 대주주 소유나 계열사 업체를 위해 경쟁사를 압박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G1방송지부는 진상조사를 위해 외부 조사위원을 꾸릴 것을 제안한다고 25일 밝혔다. 앞서 윤리위원회 개최를 통한 조사를 요구했지만 대표이사, 본부장, 보도국장, 지사장 등 회사 고위 임원들이 두루 연루돼 있고 내부 조사만으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독립성이 담보된 외부 조사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주주 외손자 미담 보도’와 관련한 발언 번복에 대해 전종률 G1방송 대표이사는 26일 통화에서 “(편성위에선) 사장으로서 포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에서 얘기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보도에 일일이 관여를 안 하는데 마치 하는 것처럼 오해가 될 듯해 명확히 하기 위해 그랬던 것”이라고 했다. 보도에 대해 조 회장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그건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제보에 의해 얘기를 듣고 와서 검토가 됐고 기사로서 가치가 있다고 보고 판단해서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리위원회 개최와 구성과 관련해선 “윤리위 개최를 해 경위를 밝히고 윤리규정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노조와 위원 구성을 어떻게 할지 얘기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외부 조사위원회 구성에 대해선 “실무에서 논의 중이라 제가 말씀드리긴 좀 곤란하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 G1방송지회도 26일 성명을 통해 “대주주 일가 보도에 대한 정확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회는 “특수관계인 관련 보도는 이해충돌 소지가 명확함으로 더욱 엄격한 윤리 기준과 심사 절차가 요구된다”며 “참담함을 금치 못한다. 철저한 진상조사와 투명한 공개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다만 지회는 ‘마트와 골프장 불법영업’ 실태 보도가 대주주 관련 이해충돌이란 지적에 대해선 “이해충돌 이전에 불법과 편법 현장을 취재하고도 보도하지 말아야 하는가”, “대주주 또는 특수관계인과 직접적인 관련 있는 보도가 아닌 취재 기자의 정당한 취재 활동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언론단체·지역사회 “민방도 보도책임자 임명동의 시행 법제화를”
이번 사태는 차후 방송 재허가에 영향을 미치거나 방미심위 심의 대상이 될 소지도 안고 있다. G1방송지부는 2024년 재허가 당시 조건으로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관련 보도와 관련 프로그램 방송현황을 매 반기 종료 후 1개월 이내에 제출하라고 했지만 해당 보도들이 방미통위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성명에 적었다. 대주주 가족 관련 보도가 방송법이 보장한 취재·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과 방송제작에서 부당한 압력 등을 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한 G1방송 방송편성규약, 윤리강령 위배 소지도 있다. 실제 방미통위는 24일 G1방송에 사실확인과 경위 파악을 위한 설명을 요구한 상태다.
지역사회와 언론단체에선 진상조사와 투명한 공개, 책임자 처벌, 내부 견제장치 점검 등에 더해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적용 대상에 지역방송이 시급히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4일 성명에서 “일회성 사과나 몇몇 책임자에 대한 징계로 끝나서는 안 된다. 왜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과 관련된 보도 논란이 반복되는지, 왜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보도와 편성 과정에서 경영진과 대주주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있는 구조가 실제로 마련되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를 비롯해 보도책임자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방송법 개정 과정에서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의무 대상에서 지역민영방송과 SBS, 지역MBC가 배제되며 언론계에서 비판과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24일 성명에서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는 공정보도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방송법 개정 과정에서 민영방송의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가 빠지면서 결국 오늘날의 방송 사유화 사태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G1 노사는 즉각 편성규약을 개정해 임명동의제를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는 방송법을 조속히 개정해 민영방송을 포함해 모든 지상파 방송에 임명동의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부연했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