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공감 콘텐츠, 경향신문 '레거시 내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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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노베이션팀이 관리하는 인스타그램 ‘레거시 내고향’은 기성언론의 문법과는 거리를 두고 ‘권위’ 대신 ‘재미’로 독자에게 다가가려 시도한다.

‘레거시 내고향’(레고향)이란 인스타그램 채널(@legohyang·사진)엔 경향신문 기자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우리 상식과는 좀 다르게 나온다. 가장 상궤 밖엔 채널을 만든 이유진 이노베이션팀장이 있다. 최근 릴스에서 그는 금빛 월계관을 쓰고 여신 옷을 입은 채 영화 <오디세이>에 과몰입한 우아한 팀장으로 분했다. 후배 기자는 오디세우스 모형 투구를 쓰고 편집국을 돌아다녔다. 이 채널의 정체는 무엇일까.


매주 2회씩 기획·출연·편집을 도맡고 있는 이 팀장은 14일 통화에서 “과거엔 언론사의 권위가 뉴스 산업 기초였다면 이젠 개별 기자가 독자와 직접 접촉해 맺는 관계가 중요해졌다”는 크리에이터 저널리즘에 대한 공감을 계기로 밝혔다. “언론사끼리가 아닌 유튜버, 크리에이터들이 경쟁자인 상황에서 권위의 장벽을 낮추고, 기자 개인을 더 많이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경향신문 이노베이션팀이 관리하는 인스타그램 ‘레거시 내고향’ 계정. 현재 업로드 된 30여개 릴스는 직장인 공감류 콘텐츠의 기자 버전으로 볼 수 있다. 기성언론의 문법과는 거리를 두고 ‘권위’ 대신 ‘재미’로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언론계에서 드물었다.

레고향은 ‘직장인 공감 콘텐츠’를 내세운다. 6월부터 업로드 된 30여개 콘텐츠는 ‘선후배들에게 밈 아는지 묻기’, ‘사내 월드컵 스코어 맞히기 게임 현장’, ‘인터뷰 가는 후배 따라가기’, ‘셋로그를 통한 4년차 기자들 하루일과 보기’ 등이다. 어쩌다 팀장이 된 11년차 기자 입장에서 “신문사 사람들을 관찰해” “뭘 하는지 보여주고” “다른 직장인과 같은 고민을 하며 사는” 모습을 숏폼으로 전하는 형태다.


이렇게 텍스트로 적고 나면 레거시 특유의 ‘엄숙’, ‘진지’, ‘노잼’ 기운이 들지만 오해다. 이 팀장 본인부터 조용한 편집국에서 냅다 ‘파라파라 댄스’를 춘다. 선배와 연기 챌린지를 하고, ‘개구리 프사’ 팔로우 계정이 편집국장이 맞는지 확인하는 릴스를 기성언론 범주로 보긴 어렵다. 기존 디지털 부서 뉴콘텐츠팀에서 유튜브 팀 분리 후 ‘점선면’ 뉴스레터와 SNS 담당 부서로 재편·신설된 이노베이션팀 4인의 개인별 서브 프로젝트로 시작된 배경이 있다. 이로써 “화가 많고 에너지도 많은” 기자 개인의 시도는 조금씩 세를 불리며 일반 독자, 관공서 홍보팀의 호평 댓글도 잇따르는 상태다.

경향신문 이노베이션팀이 관리하는 인스타그램 ‘레거시 내고향’ 계정. 현재 업로드 된 30여개 릴스는 직장인 공감류 콘텐츠의 기자 버전으로 볼 수 있다. 기성언론의 문법과는 거리를 두고 ‘권위’ 대신 ‘재미’로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언론계에서 드물었다.

부서 후배로 단골 출연 중인 조해람 기자는 “(선배가) 화가 많고 에너지도 많은 건 사실”이라며 “기자들에 대한 대중의 인상은 좋거나 나쁘거나 정도인데 사실 직장인으로서 희로애락은 똑같지 않나. 그 모습이 그대로 나가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했다. 선배들은 ‘이렇게까지 하다니’ 안쓰럽게도 본다. 퇴임 전 마지막 출근일 기록으로 가장 많은 조회수 릴스 당사자가 된 32년차 서성일 사진부 선임기자는 “고생하는 후배 돕겠다고 한 건데 언론사 동료들이 안부 연락을 엄청 줬다”며 “기자에 대한 편견을 재미있게 깨준다는 점에서 좋게 본다”고 했다.

경향신문 이노베이션팀이 관리하는 인스타그램 ‘레거시 내고향’ 계정. 현재 업로드 된 30여개 릴스는 직장인 공감류 콘텐츠의 기자 버전으로 볼 수 있다. 기성언론의 문법과는 거리를 두고 ‘권위’ 대신 ‘재미’로 독자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언론계에서 드물었다.

2016년 경향신문 입사 후 사회부, 문화부, 산업부를 거쳤고 직전 정치부에서 비상계엄과 대통령 선거, 청와대 출입 등 험악한(?) 일을 해오다 4월 팀장이 된 이 기자의 행보는 ‘우리가 알았던 기자’와 ‘몰랐던 기자’를 오간다. 기성언론에 ‘재래식’ 평가가 붙는 시대, ‘레거시가 내 뿌리’라 선언하며 대중의 공고한 인식에 재미와 유머로 침투하려는 사례는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다.


그는 “장기적으로 구성원들의 장점과 매력이 언론사 자산이 되는 시대가 올 거라 본다”며 “조직 내에서, 이용자들이 함께고 같이 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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