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힘들고 어렵다는데도… 왜 기자가 되고 싶냐면요"

현직들도 손사래치는 업무 환경…
저널리즘스쿨·언론고시반 기자 준비생 8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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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대에, 왜 기자가 되려고 해요?”


언론사 입사를 준비 중인 학생들은 이 질문을 ‘선배 기자가 가장 많이 하는 말’로 꼽았다. 그만큼 현직 언론인들이 체감하는 노동 환경과 업계 현실이 녹록지 않아서다. 업무 특성상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어렵지만 처우는 업무 강도에 미치지 못한다.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줄면서 ‘재래식 언론’이라는 조롱마저 더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자를 꿈꾸는 예비 언론인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들이 기자라는 목표를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본보는 7월29일부터 8월4일까지 저널리즘스쿨 및 언론고시반 소속 기자 준비생 8명을 만나 인터뷰하며 그 이유를 물었다.

자신을 잘 나타낼 수 있는 물건을 가져와 달라는 부탁에 기자 준비생들은 매일 기록하는 다이어리와 노트북, 학생 기자로 활동하는 동안 사용했던 마이크 등을 지참했다.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송다환씨는 마트료시카를, 서지수씨는 꿈을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 ‘치이카와 키링’을 가져왔다.

하고 싶은 일을 좇아, 워라밸보단 자기만족

“주변 기자 준비생들을 보면 언론사가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해서 입사하고 싶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다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기자를 꿈꾸거든요.”


고려대 언론고시반 ‘쿠마’에서 기자를 준비 중인 서혜원씨(24)와 서지수씨(24)는 주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과거 기자가 상대적으로 높은 처우와 사회적 영향력을 누리던 시절에는 조건을 보고 진입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낮은 임금 상승률, 잦은 초과 근무 등 어려운 노동 조건을 알고도 준비를 시작한다. 사기업 취업을 병행하는 경우도 찾기 힘들다.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이 일 말고는 딱히 하고 싶은 게 없다”는 말이 공통으로 나온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만은 아니다. 고려대 국어교육과에 입학했던 김규원씨(25)는 당연히 교사가 될 줄 알았다. 미디어학부를 복수전공했지만 관심 있던 문학과 콘텐츠를 배워볼 생각으로 고른 것뿐이었다. 하지만 ‘저널리즘 글쓰기’ 수업을 들으며 목표가 바뀌었다. 한 학기 내내 경찰서에서 인터뷰하고 재판을 방청하며 수습기자처럼 뛰었다. “종강 때 교수님이 ‘기자를 해도 잘할 것 같다’고 하셨는데, 그 한마디가 마음에 남아 있다가 어느 날 불쑥 치고 올라왔어요. 바쁘고 피곤했지만 너무 재밌었거든요. 안정적인 직업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후회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졸업을 앞둔 황두길씨(28)는 기자라는 직업의 ‘선한 영향력’에 마음이 끌렸다. 황씨가 중학생이던 때 조선업 불황이 닥쳤다. 조선소 노동자였던 아버지는 동료들과 일터를 지키기 위해 서울까지 올라가 농성을 벌였지만 회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장이 방송 뉴스로 보도되자 회사가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황씨는 “기자의 목소리가 수백 명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느꼈다”며 “내 이름을 걸고 글을 쓴다는 책임감과 그 글이 사회를 바꿔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거절당하고 부딪쳐도… “제대로 해보고 싶어졌다”

준비생 신분으로 마주한 첫 취재 현장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MBC 저널리즘스쿨에서 기자를 준비 중인 전예담씨(24)는 학부 수업 과제로 처음 취재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어디에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 몰라 취재 요청 이메일 20통을 보냈지만 절반 이상은 답장조차 오지 않았다. 전씨는 “앞으로 기자가 되면 거절은 수없이 겪겠구나 싶어 아찔했다”고 털어놨다.


황다훈씨(29) 역시 언론사 실무 시험으로 처음 현장에 나섰을 때 막막함을 느꼈다. 삼성전자 파업이 지역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취재하기 위해 무작정 평택으로 내려갔다. 직원들은 인터뷰를 거절했고 전문가 섭외도 쉽지 않았다. 황씨는 “거절이 이어질 땐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다”면서도 “취재는 결국 스스로 부딪쳐 풀어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도전 정신도 들었다”고 했다.


처음 자신의 이름을 걸고 기사를 내보낸 순간도 기억에 남는다. 서혜원씨는 언론사 인턴을 시작한 지 사흘 만에 대학수학능력시험 현장 취재에 자원했다. 길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를 붙잡고 처음 인터뷰를 시도했고, 시험장 문이 닫히기 직전 도시락을 전달하려던 한 학부모의 긴박한 모습도 기사에 담았다. 서씨는 “현장에서 순간을 포착해 기사로 옮기는 과정이 숨 가쁘면서도 벅찼다”며 “처음 제 이름이 걸린 기사가 나오니 신기하면서도 뿌듯해 친구들과 부모님에게 링크를 공유했다. 이름을 걸고 기사를 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이나마 실감했다”고 말했다.


예측할 수 없는 현장 자체에서 기자 일의 매력을 발견하기도 했다. 양이랑씨(26)는 저널리즘스쿨에서 강릉 가뭄을 취재하기 위해 2박3일간 현지에 머물렀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피해 지역을 찾으라는 과제를 받고 강릉시청에 직접 전화를 돌린 끝에 농작물 피해가 큰 마을을 찾아냈다. 현장에서도 취재처를 스스로 찾아야 했다. 택시기사에게 가뭄으로 특히 어려움을 겪는 주민들이 어디에 사는지 물었고, 소개받은 임대아파트를 찾아가 취약계층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양씨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계속 일어나는데 하루가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며 “여행으로 왔을 때보다 취재하러 온 게 더 재미있었다. 기자가 되면 매일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하루하루를 음미하며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렵게 출고한 기사가 독자에게 영향을 미쳤을 땐 더 큰 보람이 밀려왔다. 비영리 독립언론 대학알리에서 활동했던 서지우씨(24)는 취업 불안을 미끼로 대학생 수백 명에게 70만원씩 회비를 걷고도 운영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던 기업형 연합동아리의 실태를 6개월간 추적했다. 취재 내내 ‘대학생 신분으로 법적 위험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내가 잘못 짚은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컸다. “어렵게 취재를 했는데, 기사가 나가고도 파급력이 없는 줄 알았어요. 익명 보도였고, 그 동아리는 여전히 운영되고 있었거든요. 그때 인스타그램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받았어요. 제 기사 덕분에 피해를 면했다고요. 그제서야 뿌듯함이 몰려오더라고요.”

경영난에 AI까지, 그래도 기자를 택한 이유

언론사의 잇따른 경영난은 준비생들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었다. 최근 중앙일보와 JTBC가 각각 워크아웃,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고 주요 공영방송의 적자가 이어지면서 기자라는 직업의 안정성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어렸을 때 서울로 수학여행을 오면 꼭 광화문을 들렀어요. 신문사 사옥을 보면서 ‘저런 곳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우러러봤던 대형 언론사도 이런 상황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죠. 기자로 일하면서 내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처음 들었던 것 같아요.”(황두길씨)


그렇다고 이러한 어려움이 진로를 포기할 이유가 되지는 않았다. 서혜원씨는 “지금 준비하는 사람들은 언론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모르고 시작한 게 아니”라며 “대형 언론사가 어렵다고 해서 기자라는 진로 자체를 다시 고민하거나 준비를 그만두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위기가 언론계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서지수씨는 “지금 한국에서 호황이라고 할 만한 업종이 반도체 말고 얼마나 있느냐”며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어느 업계를 선택하더라도 불확실성을 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준비생들의 고민은 보다 현실적이다. 언론사의 경영난으로 가뜩이나 좁은 취업 문이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규원씨는 “경력이 있는 중고신입들이 신입 채용에 같이 지원하지 않을까 걱정됐다”며 “원래 정말 입사하고 싶은 매체만 지원하려 했는데 지금은 범위를 넓혔다. 주변에서도 ‘가릴 처지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 역시 기자라는 진로를 포기할 만큼의 위협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AI에 따른 고용 불안은 언론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컸다. 마케팅 분야 취업을 준비했던 양이랑씨는 “마케팅은 AI 없이 업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반면 기자는 현장에 나가야 하기에 덜 종속돼 있다고 본다”면서 “오히려 주변 친구들은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이 명확히 있어 부럽다’고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AI 자체보다 언론사가 요구하는 인재상의 모호함에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채용 과정에서 ‘AI 인재’를 강조하지만 정작 어떤 역량을 원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황다훈씨는 “언론사가 AI에 대해 약간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지원자에게 거창하게 AI에 대해 물어보지만 정작 회사도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양이랑씨는 한 언론사의 수습기자 채용 공고를 예로 들었다. ‘AI 시대에 맞는 인재’를 강조하면서도 자기소개서에는 AI를 사용하지 말라고 안내했다는 것이다. 양씨는 “AI 인재를 찾으면서 자소서에는 AI를 쓰지 말라고 하니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입사를 준비하며 바라본 ‘좋은 언론사’의 조건

급여와 복지 등의 조건을 단기간에 높이기 어려운 현실에서, 준비생들은 조직문화와 성장 환경도 언론사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꼽았다. 자신의 노력을 인정받고 선배에게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지우씨가 바라는 것은 ‘칭찬’이었다. 잘한 것은 당연하게 여기고 실수에는 질책이 따르는 언론사 특유의 분위기에서 칭찬은 좀처럼 듣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그는 “언론사에서는 칭찬하는 일이 드문 것 같다”며 “조금 더 자주 칭찬해주시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잘한다, 잘한다’ 하면 날아가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황두길씨는 기자의 수고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인턴으로 근무하던 중 늦게까지 일했던 날에 선배가 ‘내일은 오후에 출근해라’고 말해주시면 정말 감사했다”면서 “‘너 기자 하려고 왔으니까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라고 하기보다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준비생들은 언론사 특유의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전예담씨는 기사의 정확성을 검증하고 잘못된 보도를 걸러내기 위해서는 선후배 간 역할과 책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조직이 너무 수평적이면 잘못된 뉴스를 거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사에는 어느 정도 수직적인 구조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런 관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선배가 후배의 잘못을 바로잡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배울 수 있도록 이끄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봤다. 양이랑씨는 언론사 인턴 당시 계약서 날짜를 네다섯 번이나 틀려 자책했지만 선배가 싫은 내색 없이 새 계약서를 건넸던 일을 떠올렸다. 양씨는 당시 자신을 단순히 실수한 인턴이 아니라 함께 일할 구성원으로 대한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잘못한 건 혼내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르쳐주는 조직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준비생들에게는 기자가 된 이후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황다훈씨는 현직 기자에게서 “10년차쯤 되면 누구나 한 번쯤 기자라는 일에 회의감을 느낀다”는 말을 들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나도 그렇게 될까 봐 두렵다”며 “오래 일한 뒤에도 기자라는 일을 선택한 이유를 잊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준비생들은 현직 기자들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고 했다. ‘힘들다’, ‘오지 마라’고 푸념하면서도 여전히 현장을 지키는 이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었다.


“선배, 다시 돌아가도 기자 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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