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미정인데 시설 인력부터 정리? 서울신문 외주화 논란
서울신문, 시설관리 노동자 전직 또는 희망퇴직 방침 밝혀
노조 "일방적 외주화 추진 즉각 중단… 공개 협의체 구성해야"
서울신문이 한국프레스센터 재건축 추진에 앞서 시설관리 부문 인력을 정리할 방침인 가운데 노동조합이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구체적인 재건축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이 크게 침해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신문은 조만간 사장 설명회를 열고 노조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대안이 나오기 전까진 한동안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신문지부는 6일 <20년 헌신, 무리한 외주화 추진 멈추고 실질적인 고용 안정 대안으로 응답하라!> 제하의 성명을 냈다. 7월 말 사측이 시설관리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를 두고 ‘타 직무로의 전직 배치’ 또는 ‘희망퇴직 후 별도 법인으로 전적해 재건축 시점까지 고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구화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장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와 프레스센터 재건축을 협의하고 있다는 소문이 7월부터 돌았고, 회사에 확인한 결과 이 같은 얘기를 들었다”며 “내년 1월부터 재건축을 본격 추진할 방침인데 그 전에 시설관리 인력 정리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레스센터 재건축 이야기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신문은 2022년 재건축 방침을 공식화하며 이를 전제로 사무실을 서울 서초구 호반파크로 이전했다. 당시 재건축 승인은커녕 세부 일정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사옥 이전이 강행됐고, 그 과정에서 기자들이 집단 반발하는 일도 벌어졌다. 2024년엔 제작국 인력을 대상으로 업무 전환 배치, 희망퇴직 등이 이뤄졌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대쇄가 결정되며 그해를 끝으로 윤전기를 폐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재건축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한때 30여층 규모의 신사옥 조감도까지 나온 적도 있지만 실제 진전된 것은 없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코바코와 시청자미디어재단 통폐합 법안이 5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하면서다. 법안은 두 기관을 통폐합해 방송미디어통신진흥원으로 만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에 따라 코바코가 새로운 사무공간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코바코가 연내 지방 이전을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프레스센터 재건축을 정말로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며 “속도가 좀 빨리 붙기 위해선 시설 인력 정리를 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아직 재건축과 관련해 확정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코바코 관계자는 “서울신문이 2주 전 자산기획팀에 방문한 적은 있으나 당시 재건축과 관련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며 “서울신문과 재건축 관련해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노조도 성명에서 “구체적인 일정과 계획안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재는 건물의 복잡한 구조와 노후화된 설비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숙련된 노동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선제적인 외주화를 추진하기보다 합리적인 인력 운영 방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 시설관리 인력은 전기·설비·소방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32명으로 40~50대 비중이 80%가 넘는다. 노조는 “수십 년간 시설관리라는 특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온 노동자들에게 본인의 경력과 무관한 타 직무를 선택하게 하는 것은 당사자에게 심각한 직무 부적응과 심리적 부담을 주는 무리한 처사”라며 “희망퇴직이라는 절차를 통해 어떤 타협안을 제시하더라도 언제 시작될지조차 불투명한 재건축 시점까지만 일하라는 제안은 고용의 질과 지속성 측면에서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 시설분회도 12일 성명을 내고 “사측은 시설관리 업무의 일방적인 외주화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전기·설비·소방 노동자와 노조가 참여하는 공개 협의체를 구성해 외주화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 우리는 일방적인 외주화가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단결해 우리의 일터와 프레스센터의 안전을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조만간 사장 설명회를 열고 노조 및 직원들과 적극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인 전직 배치 내용과 희망퇴직 조건은 결정되지 않았다. 서울신문 관계자는 “노조, 또 직원 분들과 잘 협의해 진행하려 한다”며 “수십 년간 서울신문이 단독으로 프레스센터 관리를 해왔는데, 건물 노후화로 유지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코바코와 건물을 공동 소유하고 있어 이젠 시설 관리를 코바코가 했으면 하는데, 못 한다고 해서 이참에 시설 운영 체계를 확실히 개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레스센터는 서울신문이 1~11층, 코바코가 12~20층을 소유하고 있다. 다만 건물 관리·운영은 코바코를 대신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서울신문과 공동으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서울신문이 시설관리 인력을 직접 고용하고 임금 절반은 언론재단이 내고 있다. 코바코 관계자는 “저희 지분에 해당되는 부분에 대한 관리는 언론재단에 위탁한 상태”라며 “관리와 관련해 저희가 직접적인 책임을 갖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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