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읽지 못하는 선거보도, 낡은 관성 벗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6·3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끝났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맞아 언론은 제 역할을 다하고자 애썼다. 그러나 노력한 만큼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는지는 의문이다. 결과의 정치적 의미를 떠나 개표 과정에서 나타난 출구조사 예측 실패와 그로 인한 조간신문의 무더기 오보 사태는 기성 언론이 마주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개표 막바지까지 승패를 가늠할 수 없었던 혼란 속에서 밤새 개표 상황을 확인하며 땀 흘린 많은 언론인들의 고군분투는 누구라도 인정할 것이다. 다만 기성 언론의 뉴스 생산 방식이 오늘날 유권자의 뉴스 소비 환경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단 방송사들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진행한 출구조사가 무용론에 직면했다. 출구조사에서 ‘경합’으로 분류되지도 않았던 서울과 경남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당락 예측이 정반대로 뒤집혔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접전 지역으로 분류돼 관심이 높았던 경기 평택을과 부산 북갑에서도 모조리 예측이 어긋났다. 현행법상 사전투표에 대해 출구조사를 할 수 없는 가운데 사전투표와 본투표 유권자의 성향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현실, 표심을 숨기는 ‘샤이 보수’의 출현, 여론조사 공해에 지친 유권자들의 응답 회피 등이 출구조사의 예측력을 떨어뜨린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원인이 아무리 이해할 만해도 예측이 크게 틀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돈과 시간을 쏟아붓고도 여론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언론에 대해 유권자의 신뢰는 흔들렸다.


신문 역시 뼈아픈 실패를 피하지 못했다. 조간신문 배달을 하려면 아무리 마감을 늦춰도 새벽녘에는 인쇄를 시작해야 하는 종이신문의 특성상 지상파 출구조사와 개표 초반 판세를 토대로 당락을 예측해 만들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날이 밝은지 몇 시간이 지나서야 당선인이 확정된 서울시장 선거에서 주요 일간지 대부분이 다른 후보를 당선인으로 예측해 1면에 싣는, 사실상 오보를 내고 말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많은 언론인들이 투표 당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결코 폄훼될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번 사태가 남긴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개별 언론인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출구조사라는 오래된 예측 저널리즘과 마감이라는 기성 언론의 경직된 관성이 실시간으로 변하는 세상과 여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인쇄 마감에 쫓겨 설익은 예측을 기정사실로 굳히는 관행, 답변을 꺼리는 유권자에게도 기계적으로 전화만 돌리는 여론조사 방식부터 점검해야 한다. 갈등과 판세 중계에만 매달린 ‘경마식 보도’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시대에는 지면도 방송 시간도 더는 제약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작 지방선거의 주인인 지역 유권자의 목소리는 지운 채 거대 정당과 유력 인사의 동선만 따라갔다. 모두 시대착오적 관행이다.


선거 결과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리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나 독자가 언론에 바라는 가치가 그것만은 아니다. 선거에서 언론의 본분은 유권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전하고 선거의 의미를 짚어 올바른 선택을 돕는 일이다. 단순한 수치와 등락을 중계하는 데서 나아가 여론과 맥락을 깊이 읽어내는 선거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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