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 요구받은 탄핵 촉구 문자사이트 '2탄' 나왔다

방심위, 5일 "탄핵 표결에 영향 미칠 수도" 삭제 요구
민주노총 "일고의 가치도 없어 거부… 당연한 국민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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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대통령 탄핵 찬성투표를 요구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사이트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삭제 요구했으나, 민주노총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비슷한 사이트를 추가로 개설했다. 민주노총은 방심위가 다시 삭제를 요구해도 거부한다는 방침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10일 ‘국민의힘 탄핵 찬반 의원 명단’ 사이트를 열었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의 명단이 사진과 함께 모두 올라가 있고 개인 휴대전화 번호도 쓰여 있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해 번호를 누르면 곧장 의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민주노총이 만든 '국민의힘 탄핵 찬반 의원 명단'. 지역구별, 찬반 의사별로 의원 목록을 나눠 볼 수 있다. 가운데 '참여'는 찬반 의사는 밝히지 않았지만 투표하겠다고 밝힌 명단이다.

방심위는 5일 민주노총이 앞서 만든 ‘윤석열 탄핵촉구 문자행동’ 사이트에 삭제를 요구하기로 만장일치 의결했다. 국민의힘이 의원들 번호가 유출돼 이른바 ‘문자 폭탄’으로 업무 차질이 벌어진다며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하자 2시간 만에 이뤄진 결정이었다.

방심위는 문자행동 사이트가 7일 예정됐던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민주노총에 ‘즉시’ 삭제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이 따르지 않으면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명령할 수 있고,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민주노총은 국회에서 탄핵안 표결이 이뤄진 다음 날(8일) 사이트 운영을 중단했지만 삭제하지는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투표 참여나 찬성 의사를 밝히면 이에 따른 구분을 실시간으로 반영하려고 새 사이트를 만들었을 뿐, 방심위의 삭제 요구를 따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방심위가 새 사이트에 다시 삭제를 요구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계획이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국회의원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고, 공인으로서 이 정도 공개는 하등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삭제 요구는 일고의 가치도 없이 거부한다”고 말했다.

전 대변인은 “지금 상황에서 탄핵이 아닌 방법으로 국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수습책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불법 계엄이라는 중차대한 일이 벌어졌는데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고 계속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정치적 혼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문자행동 사이트 삭제 의결로 “아직 계엄령 망상에서 못 벗어났다”는 비판을 받았다. 16개 언론시민단체가 결성한 21조넷은 방심위의 의결 다음 날 “표현의 자유 침탈 계엄군처럼 방심위를 점령한 류 위원장은 즉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안 투표가 정족수 미달로 불성립된 이후부터 지역구 사무소 앞에 조화가 배달되거나 비판 대자보가 나붙는 등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이날도 국회에 있는 의원실로 항의 전화가 쉴 새 없이 빗발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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