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언론은 관련 기획 등 다양한 보도를 내놓았다.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안전해졌는지 돌아보고, ‘잊지 않겠다’는 10년 전의 다짐을 되새기기도 했다. 가장 많이 등장한 건 역시 ‘사람’ 이야기였다. 세월호 참사로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사람들, 사고의 진실을 밝히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살아남은 자들의 상처를 보듬고 서로를 치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서도 한국일보 기사는 단연 눈에 띄었다. 한국일보는 지난 13일 ‘산 자들의 10년’ 기획을 시작하며 ‘가해자’의 이야기로 첫 문을 열었다. 임시로 채용돼 세월호에 하루밖에 안 탔지만 구조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죄로 징역 1년 6월형을 선고받은 선원 전영준, 그리고 구조 실패의 총 책임자지만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전 해경청장 김석균. “거기서 내가 죽었어야 한다”는 후회와 억울함에 괴로워한 전영준과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상황이 달라지기는 어렵다”는 김석균의 이야기를 2면과 3면에 나란히, 그러나 대립하듯 배치한 편집을 통해 그날의 책임을 묻는 저울은 과연 공정했는가, 기사는 묻는다. 이어 단원고 희생자의 부모, 세월호의 진실을 알아내려 10년간 분투했던 유가족의 이야기를 차례로 전하며 우리 사회가 여태 침몰의 원인조차 ‘합의’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제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회당 7000~8000자의 장문인 기사는 소설 작법으로 풀어쓴 덕에 술술 읽힌다.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서사 또한 납작하지 않고 입체적이어서 기사의 부제대로 ‘모두가 안다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정확히 모르는 사건’이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한국일보 특별기획팀은 이번 기사를 위해 두 달 동안 전국 20개 도시에서 관련자 93명을 인터뷰했다. 특히 김석균 전 청장이 기자와 단둘이 만난 건 참사 10년 만에 처음이었다. 한국일보의 기획은 영상과 인터랙티브 콘텐츠로도 만나 볼 수 있다.
사람들 이야기로는 시사IN도 빼놓을 수 없다. 시사IN은 ‘세월호 사람들’ 100명을 만나 그 이야기를 100일간 들려줬다. 유가족과 생존자, 영화감독, 가수, 소설가, 의사 등 각자의 위치에서 세월호 참사를 경험한 100명이 지난 10년 자신의 삶과 우리 사회를 돌아봤다. 시사IN은 10주기 100일 전인 1월7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온라인 기사로 내보냈고, 이들의 얼굴과 말을 전자책으로도 만들어 무료로 배포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도 일찌감치 세월호 10주기 기획을 선보였다. 지난 1일 나란히 기획을 시작한 두 신문은 세월호의 진실과 함께 참사가 남긴 교훈, 그런데도 반복되는 참사와 재난시스템의 한계, 국가 책임의 문제 등을 조목조목 짚었다. 조선일보의 10주기 기획도 눈에 띄었다. 조선일보는 16일 반복되는 바다 위 안전사고를 첫 주제로 직접 여객선·유람선 4척에 탑승해 선상 안전 실태 등을 점검했다.
방송 중에선 JTBC가 15~16일 이틀간 세월호 10주기 특집 뉴스룸을 편성해 눈길을 끌었다. JTBC는 10년 전 87일간 팽목항(현 진도항) 현지 연속 보도로 화제를 모았던 서복현 기자가 15일 다시 현지를 찾아 관련 보도를 한 데 이어 16일엔 세월호가 인양된 목포신항에 스튜디오를 차려 안산, 팽목항, 현충원 등과 연결해 다원 생방송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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