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 전 아사히신문 기자

4월28일부터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기자회견에는 ‘올해의 프로그래머’ 연상호 감독도 나왔다. 연상호 감독은 대히트 영화 ‘부산행’(2016)이나 작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지옥’으로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감독이다. ‘올해의 프로그래머’는 5편의 영화를 선정할 수 있는 게스트 프로그래머다. 연 감독은 2편은 자신의 작품 중에서 선정해야 했다며 ‘부산행’과 장편 데뷔작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골랐고, 나머지 3편 중 2편은 일본영화를 선택했다.

하나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큐어’(1997)다. 봉준호 감독도 이 영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들은 적이 있다. 연상호 감독은 “굉장히 요즘 영화 같은 느낌이 많이 드는 작품이며 내가 요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또 하나는 가타야마 신조 감독의 ‘실종’이다. 나도 아직 못 본 올해 일본에서 개봉한 작품이다. 가타야마 감독은 봉준호 감독 조감독을 맡은 적이 있다. 연상호 감독은 “어떤 면에서 봉준호 감독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구로사와 기요시 작품이 생각이 나기도 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의 감독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다.

연상호 감독은 가타야마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 ‘방황하는 칼날’에 빠져 가타야마 감독에게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하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가타야마 감독하고 같이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친하게 지내면서 영화든 뭐든 같이 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찾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나는 생생한 한일 영화인의 교류가 재미있다고 느꼈지만 한국 언론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한일 문화인의 교류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양국의 언론은 그런 보도에 소극적이다.

최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에는 한국 배우들도 출연했다. 코로나19 유행만 아니었다면 대부분 부산에서 촬영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하마구치 감독은 “한국 영화의 힘을 느끼면서 나도 배울 것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최근 한국에서 화제가 된 건 ‘포켓몬빵 열풍’이다. 포켓몬빵이 동봉된 스티커 수집 때문에 한국에서 열풍이라는 보도를 여러 매체에서 봤는데 “구매할 때마다 일본 기업에 로열티를 지급하는 만큼 일본 제품 불매운동 ‘노재팬’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국민일보) 등 노재팬에 대해 언급하는 기사도 많았다. 뒤에 이어지는 기사들도 노재팬을 우려하면서, 노재팬을 계속해야 하는데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하고 있다.

일본에서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 살피려고 기사를 검색해봤는데 한국에서 뜨거운 인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소개하는 기사가 많았다. 한국의 정권 교체로 최근 일본에서는 한일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있다. 한국에서 살고 있는 나는 노재팬은 사그라졌다고 느끼고 있다. 특별히 한국에서 일본 제품이 잘 팔리길 바라는 마음도 없지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사회는 불편하다. 노재팬을 부추기는 언론의 태도는 한일 문화인의 우호적인 교류에 대해 보도하지 않는 태도와 일맥상통한다. 한일관계가 안 좋은 건 정치만 탓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