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 반 동안, 언론이 인용한 인물들 중 그 인용량이 전체의 10%를 넘게 차지한 특정 직업이 있다. 바로 국회의원이다. 언론은 이 기간 국회의원 296명(10월 기준)의 발언 13만6210건을 인용해 기사화했다. 의원 한 명당 평균 460건 수준이다. 그러나 평균은 평균일 뿐, 실제 의원 간 인용량은 큰 격차를 보였다. [관련기사 : 1.7%가 언론보도 좌우… 대선 후보 등 1110명 발언에 편중]
기자협회보가 빅데이터 분석 업체 ‘스피치로그’에 의뢰해 지난 2019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 반 동안 10개 종합일간지와 9개 방송사의 기사를 수집·분석한 결과, 가장 언론에 많이 인용된 국회의원과 가장 적게 인용된 국회의원 간 차이는 약 689배까지 났다. 언론이 국회의원 중에서도 유력 정치인들의 목소리만 중점적으로 보도했단 소리다.
가장 많이 인용된 의원은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5선의 주 의원은 대선 후보들보다 더 많은 8273건이 언론에 인용됐다. 그 뒤를 김태년(6265건)·이인영(5993건)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이었다. 세 의원이 했던 말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발언은 모두 원내대표 시절 했던 말이었는데, 이에 미루어 언론이 원내대표의 움직임과 말을 주요하게 보도하는 습성이 분석 결과에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 뒤에 등장하는 의원들도 모두 익숙한 이름들이다. 홍준표, 박범계, 송영길, 하태경, 심상정, 최인호, 윤호중 의원 등 당과 정부에서 굵직한 직책을 맡거나 맡았던 의원들이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상위에 자리했다. 특히 이 상위 10명의 인용량은 전체 국회의원 인용량의 30.5%를 차지해, 언론이 유력 정치인의 동정과 목소리만 집중적으로 보도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상위 30위까지 넓히면 전체 국회의원 인용량의 51.4%로, 나머지 266명의 인용량보다 더 많았다.
인용의 집중화는 개별 의원에 국한하지 않았다. 성별에서도 차이를 드러냈다. 전체 국회의원 중 남성 의원의 인용량은 총 11만5823건으로 85.0%를 차지했지만 여성 의원의 인용량은 2만387건으로 15.0%에 머물렀다. 실제 남성 의원이 249명으로 월등히 많기 때문에 1인당 평균을 계산해 봐도 남성 의원 한 명당 인용량이 481건인데 반해 여성 의원의 인용량은 한 명당 371건에 그쳤다.
초선과 재선, 3선 등 당선횟수별로 의원들을 분류했을 때도 의원 간 격차가 있었다. 전체 총합을 따져봤을 땐 초선 의원의 인용량이 3만5784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재선(2만8598건), 4선(2만5978건), 3선(2만3445건), 5선(2만1318건), 6선(1087건)이 이었지만 1인당 평균을 계산했을 땐 결과가 뒤집혔다. 12명에 불과한 5선 의원 1인당 인용량이 1777건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4선(평균 1367건), 6선(1087건), 3선(평균 558건)이 이었다. 149명의 초선 의원과 73명의 재선 의원은 1인당 평균 인용량이 각각 240건, 392건에 그치며 뒷자리에 머물렀다.
상임위원회별로도 인용량에 차등이 있었다. 국회운영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같은 겸임 상임위를 제외하고, 남은 14개 상임위별 인용량을 비교해봤을 때 가장 많은 인용량을 기록한 상임위는 기획재정위원회(2만3059건)였다. 김태년·이인영 등 인용량이 많았던 의원들이 해당 상임위에 있어 결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그 뒤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1만5462건), 외교통일위원회(1만3497건), 법제사법위원회(1만3139건), 국토교통위원회(1만1440건) 등이 따랐다.
위원회별로 의원 수가 다르기 때문에 1인당 평균을 계산했을 때도 총 합계와 거의 비슷한 순위가 나왔다. 의원 1인당 평균 인용량이 가장 많은 상임위는 또 기획재정위원회(평균 922건)가 차지했고, 그 뒤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평균 773건), 법제사법위원회(평균 730건), 외교통일위원회(평균 643건), 국방위원회(평균 617건) 등이 이었다. 여야 공히 인기 상임위로 꼽히는 법제사법위, 국토교통위는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그 이유를 실감케 했지만 공단지대, 또 농어촌 출신 의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총 9767건, 평균 337건)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총 4334건, 평균 228건) 등은 총 인용량이나 의원 1인 평균 인용량에서 모두 뒤처지는 결과 값을 보였다.
그렇다면 지역별로는 인용량에 격차가 있었을까. 비례대표를 제외하고 지역구를 둔 의원들의 총 인용량을 살펴보면 역시나 서울(2만9745건)과 경기(2만8856건) 의원들의 인용량이 가장 많았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의 47.8%이고, 인천까지 합하면 54.5%의 지분을 차지했다. 그 뒤를 대구(1만5306건), 부산(1만1016건), 인천(8226건) 등 광역시들이 이었다.
다만 의원 1인당 평균을 냈을 땐 순위가 다소 바뀌었다. 의원 1인당 평균 인용량은 대구(1276건)가 가장 많았고, 그 뒤를 대전(평균 849건), 서울·인천(평균 633건), 부산(평균 612건) 등이 이었다. 주호영, 홍준표 의원 등 대구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의 인용량이 많았던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세종(총 120건, 평균 60건)과 제주(총 298건, 평균 99건), 전남(총 820건, 평균 82건)은 총 인용량이나 의원 1인 평균 인용량 모두에서 맨 끝 순위에 자리했다.
정당의 경우엔 더불어민주당(7만5185건)과 국민의힘(4만7157건)의 총 인용량이 높았지만 의원당 평균을 냈을 땐 오히려 군소정당들의 인용량이 더 높았다. 특히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의 인용량은 각각 평균 848건, 826건으로 높았고, 무소속 의원들도 평균 472건으로 적지 않은 수치를 보였다. 그 뒤를 국민의힘(평균 458건)이 더불어민주당(평균 445건)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따랐다.
어떻게 조사했나 10개 일간지, 9개 방송사 기사 수집·분석
기자협회보는 발언 빅데이터 분석 업체 ‘스피치로그’에 의뢰해 지난 2019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2년 반 동안의 기사를 수집했다. 언론사와 분야(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 기사제목, 보도일자, 발언자와 발언 내용, 핵심 단어를 기사에서 추출했고 이를 토대로 분야별, 시기별, 언론사별 가장 많이 인용된 인물 등을 분석했다.
데이터를 수집한 언론사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10개 종합일간지와 KBS MBC SBS YTN 연합뉴스TV 채널A JTBC MBN TV조선 9개 방송사다. 다만 기술적 한계로 한국일보(2020년 3월11일부터) JTBC(2020년 10월11일부터) 연합뉴스TV·채널A·MBN(2020년 12월9일부터) TV조선(2020년 12월21일부터) 6개 언론사는 스피치로그에서 보유한 기간의 데이터만을 사용해 분석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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