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가 언론보도 좌우… 대선 후보 등 1110명 발언에 편중

[누구의 목소리가 뉴스가 될까] ①언론이 주목한 대선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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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많이 인용된 인물 중 대선 후보를 빼놓을 수 없다. 기자협회보가 2019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 반 동안 10개 종합일간지와 9개 방송사의 기사를 수집·분석한 결과 안철수(왼쪽부터) 국민의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4명 모두 인용량이 가장 많은 상위 4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은 네 후보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코라시아 2021 포럼'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문제. 2019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 반 동안 언론에 100번 이상 인용된 인물은 총 몇 명일까. 쉽게 맞힐 순 없을 테니 보기를 드리겠다. ① 111명 ② 1110명 ③ 1만1100명 ④ 11만명. 선택했다면 정답을 공개할 차례. 정답은 바로 2번, 1110명이다. 누군가는 그 수가 적어서, 누군가는 오히려 그 수가 많아서 놀랐을 수 있겠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전체 발언자의 약 1.7%에 불과한 이 1110명이 전체 인용량의 약 49.1%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련기사 : 국회의원 언론 인용 빈도, 최대 689배차… 원내대표에 스포트라이트]


그렇다면 1110명의 상단엔 누가 위치하고 있을까. 바로 주요 정치인, 그 중에서도 대선 후보들이 자리하고 있다. 기자협회보가 빅데이터 분석 업체 ‘스피치로그’에 의뢰해 지난 2019년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년 반 동안 10개 종합일간지와 9개 방송사의 기사를 수집·분석한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4명 모두 인용량이 가장 많은 상위 4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발언이 인용된 대선 주자는 이재명 후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총 7267건의 발언이 인용돼 전체 인물 중 10위를 차지했고, 윤석열 후보 역시 총 6351건이 인용돼 12위에 안착했다.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도 각각 5315건, 2536건의 발언이 인용되며 19위와 40위에 올랐다.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심상정 후보(약 2.8건)를 제외하곤 이재명 후보(약 8.0건), 윤석열 후보(약 7.0건), 안철수 후보(약 5.8건) 간 인용량은 수치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각 대선 후보들은 다소 다른 주제들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후보별로 언론에 여러 차례 인용된 발언 및 그와 연관돼 많이 등장한 단어를 살펴보면 특정 이슈로의 쏠림 현상이 명확히 나타났다. 이재명 후보는 연관 단어 15위 안에 ‘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지역화폐’가 있을 정도로 관련 발언이 언론에 많이 인용됐다. “얼빠진 국책연구기관”이나 “보편적인 지원을 하면 그 돈을 쓰러 철부지처럼 몰려다니리라 생각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닌가 싶다”처럼 지역화폐와 재난지원금을 비판하는 기관과 정당에 일침을 가한 말들이 가장 많이 인용된 발언 상위권에 올랐다. 재산비례 벌금제나 지역화폐와 관련된 발언도 가장 많이 인용된 발언 2, 3위에 자리했다.


반면 윤석열 후보는 검찰총장 사퇴나 대선 출마선언 이후보다 지난해 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극에 치닫던 때 했던 발언들이 언론에 더 많이 인용됐다. 가장 많이 인용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발언이 대변하듯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에 내린 직무정지 처분이나 징계 청구 등에 반발하는 발언들이 대부분 상위권에 포진했다. 관련 단어에서도 ‘법무부’ ‘추미애’ ‘징계위’가 각각 2위, 5위, 11위에 올랐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예비경선 과정에서 했던 말들이 대부분 상위권에 자리했다. 관련 단어에서도 ‘국민의당’이 아닌 ‘국민의힘’이 1위를 차지했고, ‘단일화’ ‘서울시장’ ‘오세훈’ 같은 단어들도 5위 안에 올랐다. 한편 심상정 후보는 최근 발언보다 지난 2019년 정의당과 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이 진행했던 선거법 개정안 협상 때 했던 말들이 더 많이 언론에 인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인용된 발언 4위와 6위에 “오만하다” “민주당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단가를 후려치듯 밀어붙이고 있다” 등이 올랐고, 연관 단어 5위에도 ‘선거법’이 등장했다.


다만 주제와 상관없이 언론이 주목했던 대선 후보들의 발언은 그 성격이 비슷했다. 정책과 관련한 발언보다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싸움을 부추기는 발언들이 언론에 많이 인용되는 경향을 보였다. 윤석열 후보를 제외하면 출마 전까지 모두 유력 정치인이었건만, 안철수 후보 발언 중 가장 많이 인용된 말이 “도쿄에 아파트 가진 아줌마는 충분히 상대 가능하다”인 것에서 알 수 있듯 언론은 갈등과 부정의 의미가 강한 발언일수록 그 말을 즐겨 인용했다.

이재명, 2019년 월 평균 54건 → 올 상반기 539건
윤석열, 대선 출마 선언했던 올 6월 동안만 1233건

언론의 주목을 받은 시기와 주제는 각기 달랐지만 대선 후보들의 인용량은 전반적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2019년 월 평균 인용량이 54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월 평균 282건, 올해 상반기엔 월 평균 539건으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윤석열 후보 역시 2019년 월 평균 80건에서 지난해 월 평균 260건, 올해 상반기 월 평균 379건으로 꾸준히 인용량이 늘었다. 윤 후보는 특히 검찰총장을 사퇴하며 사실상 정치 참여를 선언한 3월부터 인용량이 대폭 증가했고,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한 6월엔 1233건이 인용되며 타 후보를 압도했다.


안철수 후보도 지난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정계에서 은퇴해 2019년 인용량이 단 1건도 없었지만 지난해엔 월 평균 180건, 올해 상반기엔 월 평균 525건으로 인용량이 훌쩍 뛰었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2019년 월 평균 75건에서 지난해 월 평균 114건으로 상승한 후, 올해 상반기 월 평균 46건으로 인용량이 다시 하락했다.


그렇다면 인용량과 대선 후보 간 지지도는 동일한 움직임을 보였을까. (주)엠브레인퍼블릭과 케이스탯리서치, (주)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주)한국리서치가 매주 발간하는 ‘전국지표조사 리포트’의 대선 후보 지지도와 인용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두 지표 간 유의미한 인과관계를 발견할 순 없었다. 예를 들어 윤석열 후보의 경우 지난 2월 한 달간 인용량이 89건에서 3월 698건으로 대폭 뛰었을 때 지지도도 8%에서 21%로 같이 상승했지만, 지난 5월 인용량이 68건에서 6월 1233건으로 뛰었을 땐 지지도가 21%에서 22%로 오르는 데 그쳤다. 안철수 후보도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인용량이 각각 474건, 1254건, 335건으로 널뛰기했지만 지지도는 세 달 모두 변동 없이 4%에 고정됐다.

어떻게 조사했나 10개 일간지, 9개 방송사 기사 수집·분석

기자협회보는 발언 빅데이터 분석 업체 ‘스피치로그’에 의뢰해 지난 2019년 1월부터 2021년 6월까지 2년 반 동안의 기사를 수집했다. 언론사와 분야(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 기사제목, 보도일자, 발언자와 발언 내용, 핵심 단어를 기사에서 추출했고 이를 토대로 분야별, 시기별, 언론사별 가장 많이 인용된 인물 등을 분석했다.


데이터를 수집한 언론사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10개 종합일간지와 KBS MBC SBS YTN 연합뉴스TV 채널A JTBC MBN TV조선 9개 방송사다. 다만 기술적 한계로 한국일보(2020년 3월11일부터) JTBC(2020년 10월11일부터) 연합뉴스TV·채널A·MBN(2020년 12월9일부터) TV조선(2020년 12월21일부터) 6개 언론사는 스피치로그에서 보유한 기간의 데이터만을 사용해 분석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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