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여러분, 본인 직업에 만족하십니까

[기자협회 창립 57주년 기획] 기자라는 '업'이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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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살아가기 어려운 시대라지만 그래도 길을 찾아야 하는 건 기자의 숙명이다. 저널리즘을 안내하는 이정표는 사방으로 흔들리지만 화살표가 가리키는 어디쯤 좋은 저널리즘으로 향하는 길은 열려있지 않을까.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도로 위 이정표를 3회 다중 노출로 찍었다. /이효균 더팩트 기자

가령 이런 질문을 던져보면 어떨까. “기자여서 행복하십니까?” 조금 낯간지럽다면 이렇게 바꿔봐도 좋겠다. “기자라는 직업에 만족하십니까?”


몇 가지 참고할만한 응답이 있었다. 기자협회보가 매년 이맘때 실시하는 여론조사에서 기자들의 직업 만족도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2년 사이 기자들의 사기가 떨어졌다는 응답도 91%나 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4년마다 실시하는 ‘언론인 의식 조사’에서도 언론인 직업 전반에 대한 만족도(11점 척도)는 2013년 6.97점에서 2017년 5.99점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두 조사에서 기자들의 사기 저하 요인으로 공통되게 많이 거론된 것이 ‘언론인으로서의 비전 부재’, ‘사회적 평가 하락’, ‘낮은 임금과 복지’, ‘과중한 업무’ 등이었다.

[관련기사(1) "지금 언론계보다 미래가 불투명한 곳이 어디 있나?"]

[관련기사(2) 신입 기자들 "시켜보고 잘못하면 혼내는 게 교육? 그건 비효율입니다"]

비전 부재, 사회 평가 하락, 저임금… 기자들, 버티냐 떠나냐 갈림길에

‘요즘 같은 세상에 자기 일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냥 그러고 다 사는 거지’ 하며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은 좀 달리 볼 측면이 있다. 민주주의를 굴러가게 하는 바퀴 중 하나가 언론이라면, 언론이 수행하는 저널리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여전히 기자다. 인적 자원은 언론사의 거의 유일한 자원이며, 기자는 그중에서도 핵심 부분을 차지한다. 기자들의 경쟁력이 기사의 질과 언론사의 경쟁력을 결정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바로 그 기자들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일의 위태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유를 불문한 ‘기레기’라는 손가락질 때문만은 아니다. 메일함을 가득 채우는 지독한 혐오와 독설 때문만도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이 몸담은 언론이라는 업의 본질 자체에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세상이 변해서 이젠 유튜버 같은 1인 미디어까지 기자들의 경쟁 상대가 됐는데, 언론은 수십 년째 같은 조직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일한다. 여기에 ‘디지털 혁신’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기승전-조회수(PV)’로 귀결된 지금, 상황은 더 나빠졌다. 수십·수백 명의 기자가 같은 출입처, 같은 소셜미디어,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바라보며 비슷비슷한 기사를 쏟아낸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몸부림은 ‘투자=비용’이란 인식 아래, 그보다 더 굳건한 관성에 의해 곧잘 무너진다. 이런 시기를 거치며 기자들은 버틸 것이냐 떠날 것이냐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서게 된다. 문제는 그 시기가 점점 더 앞당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언론계를 떠나는 젊은 기자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중 다수는 ‘성장도, 비전도 없다’며 기자라는 직업 자체를 등지고, 언론사는 ‘쓸만하면 나간다’고 하소연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고자 했다. 기자들이 언론을 떠나는 이유,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해결책을 찾는 것도 바로 그 지점부터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3년차부터 21년차까지 다양한 연차의 현직 기자 5명, 그리고 몇 달 전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전직 기자의 이야기를 되도록 깊이 있게 들으려 애썼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 상황에서 언론사에 입사한 1년차 기자 4명의 속마음 이야기도 들었다. 이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누군가는 철없는 응석으로 여길 지도, 단순히 세대 차로 치부하며 혀를 찰지도 모르지만, 변화를 위한 조금의 희망이라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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