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김창민 감독 사망 부실수사' 보도, 경찰 초기수사 허점 명확히 드러내
제428회 이달의 기자상에는 11개 부문에 걸쳐 총 84편이 출품되었다. 63 지방선거와 중동 전쟁 등 격동하는 국내외 정세 속에서도 현장을 묵묵히 지킨 기자들의 역작이 다수 출품되어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깊었다. 이번 수상작은 총 7편으로, 권력 감시와 약자 보호라는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를 충실히 구현한 보도들이 이름을 올렸다. ◇취재보도1부문JTBC 〈고 김창민 감독 사망사건 부실수사〉장기기증으로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영화감독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해 큰 사회적 파급력을 낳았다. 취재팀은 CCTV 영상과 응급실 이송
[이달의 기자상] 고 김창민 감독 사망사건 '부실수사'
누군가의 죽음을 보도하며 상을 받게 됐다는 사실이 어느 때보다 무겁게 다가옵니다. 저희가 처음 마주한 건 고 김창민 감독님의 안타까운 사연이었습니다. 하지만 장기기증 사연으로만 남을 수도 있었던 그 이면에는 끝까지 설명되지 않은 죽음의 이후의 과정이 있었습니다.왜 피의자들은 구속되지 않았는지, 왜 유족들이 직접 증거를 찾아 나서야만 했는지 JTBC는 41일 동안 17꼭지의 보도로 그 배경을 추적했습니다. 강나윤 기자는 폭행 장면이 담긴 CCTV를 단독 입수해 사건의 흐름을 처음으로 움직였고 박호연 기자는 초기 수사 당시의 영장 청구
[이달의 기자상] 김관영 전북지사 돈봉투 의혹
지방선거를 반년 앞둔 시점에 찍힌 전주 한 식당의 CCTV에는 현직 도지사와 청년 정치인들 사이에서 현금이 오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관영 지사 측은 대리비 명목으로 빌려준 것이고 다음 날 전액 돌려받았다며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카메라 너머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교차 검증이 필요했습니다.굳게 닫힌 입을 여는 과정은 고단했습니다. 화면 속 참석자들의 신원을 특정해 끊임없이 전화를 돌렸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뻔한 해명들이 이어졌지만, 취재 과정에서 쌓여가는 모순을 파고든…
[이달의 기자상] 요양시설, 보험과 거래
이번 취재는 익숙한 제도 안에 숨어 있는 허점을 들여다보는 과정이었습니다.처음 제보를 접했을 때만 해도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요양시설이 가입한 보험이 어떻게 개인의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그 과정이 실제로 가능한 일인지부터 확인해야 했습니다. 취재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계약 구조는 무엇인지, 자금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제도적으로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하나씩 추적했습니다.자료를 확인하고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점차 드러난 것은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었습니다. 제도의 빈틈과 영업 관
[이달의 기자상] 휴게소의 약탈자들
왜 휴게소 음식은 비쌀까요?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질문에서 취재가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전국 휴게소 음식 가격과 휴게소 운영사의 수수료, 한국도로공사의 임대료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이후 입점 업체 점주들을 만나고, 도로공사와 운영사 관계를 추적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소비자가 결제한 돈이 입점 업체로 바로 가지 않는 구조, 운영사들의 물품 대금 장기 미지급 문제, 그 과정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희생은 무거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가능했고, 왜 오랫동안 방치됐을까.이 질
[이달의 기자상] 사각의 사각
47곳 중 21곳. 판결문을 역추적해 찾아낸 청소년 방임 가구 중 문을 열어준 집의 수입니다. 나머지 26곳은 끝내 닿지 못했습니다. 대표 사례로 정한 가정에서 취재팀은 오래 머물렀습니다. KTX마일리지가 쌓이는 동안 취재원과 취재팀의 라포르도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80시간째 보온 중인 밥솥을 보여줬고, 물이 넘치는 반지하까지 취재팀을 들였습니다.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가족에 대한 얘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지역사회와 중앙 부처가 놓친 청소년들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했고, 청소년 방임의 실태를 알릴 수 있었습니다.이에
[이달의 기자상] 시흥 세 살 자녀 살해사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한 아이가 성인으로 커가는 과정에 주변, 나아가 사회 모든 구성원이 관심을 가지고 보살펴야 한다는 말입니다.시흥 세 살 딸 살해사건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 속에 범행 이후 6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밝혀졌습니다. 친모는 자신의 자녀를 살해한 후 공범의 조카를 자신의 딸이라 속였고, 현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범행을 은폐해 왔습니다.사건이 알려지며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고, 현 제도의 문제점이 하나둘씩 드러났습니다. 초기 사건에 중점을 둔 취재는 국가의 아동학대 예방 체계의 허
[이달의 기자상] 식판경제학
저랑 밥 한 끼 하시면서 이야기 나누실 수 있을까요?올 초부터 산업단지 식당을 돌며 노동자들에게 수없이 건넨 질문입니다.남동과 부평, 주안산단 골목들에선 구내식당 혹은 매점 등의 이름을 붙인 식당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철저히 이방인 같은 제가 빠르게 밥 한 술 뜨는 노동자들에게 대화를 청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10분 남짓으로 짧은 휴식을 방해하는 듯해 미안한 마음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산단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숫자와 통계를 앞세우는 대신 산단을 채우는 이들의 목소리에서 노후 산단이 처
JTBC '마약왕 박왕열 인터뷰' 보도, 필리핀 감옥 취재로 범죄자 인도절차 이끌어
제427회 이달의 기자상은 9개 부문에서 후보작 86편이 경쟁했다. 63 지방선거와 중동 전쟁 등 어수선한 국내외 환경 속에서도 현장을 지키며 써내려간 수작이 많아 심사위원의 고민도 그 어느 때보다 깊었다.다수의 출품작이 접수돼 경쟁이 뜨거웠던 취재보도1부문은 JTBC의 마약왕 박왕열 인터뷰 및 후속 보도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2023년 필리핀 감옥에 있던 박왕열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등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취재했고, 이 보도에 따라 범죄자 인도절차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국제 마약 조직에 대한 까다로운 취재 여건
[이달의 기자상] 마약왕 박왕열 인터뷰
2021년 1월, 황하나 마약 관련 제보로 시작된 취재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직접 만난 세 명이 마약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마약 범죄는 개인의 일탈이나 안전의 문제를 넘어, 한순간에 사회를 무너뜨리는 구조적 범죄라는 걸 배웠다.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한 조직적 마약 유통 구조를 추적하던 중, 그 정점에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 중인 박왕열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는 살인 전과로 복역 중이었음에도 국내에 마약을 지속적으로 유통하며 여전히 범죄를 확장하고 있었다.2023년 4월, 첫 필리핀 현지 취재는 완전히 실패였다. 교도소 접근은…
[이달의 기자상] 지연된 정의_부장판사 판결문 늑장 송달
법정에서 선고를 듣다 보면, 그 안에는 무수한 눈물과 안도, 절망과 기쁨이 뒤섞여 있다는 걸 느낍니다. 판사의 한마디가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판사는 법정을 찾은 모든 이에게 최대한 빠르고 명쾌한 답을 줘야 합니다.2월, 한 변호사의 제보가 있었습니다. 선고는 났는데 판결문이 오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재판은 끝났지만 판결문을 받지 못해 소송 당사자는 강제집행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판결문 늑장 송달로 멈춰버린 당사자들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니, 문제
[이달의 기자상] 황당한 보증보험 조건 폐지
우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합니다. 주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세금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돈을 더 내면서까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합니다. 하지만 집주인의 사망이라는 변수 앞에서, 이 보험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마땅히 세입자들을 보호해야 할 순간에, 전세보증보험은 오히려 세입자들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취재 과정에서 마주한 현실은 제도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임대인이 사망하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세입자에게 집주인의 4촌 이내 방계혈족까지 직접 찾아 상속 포기를 입증
[이달의 기자상] 국내 명문대 '학술 용병' 의혹
학술용병 취재가 드러낸 의혹보다 중요한 건 배경입니다. 전 세계 대학을 한 줄 세워 순위를 매기는 산업이 고등교육 기준처럼 자리 잡은 시대입니다. 여기서 뒤지면 유학생교원 유치 경쟁에도 밀리고, 기부금도 줄어듭니다. 랭킹이 떨어지면 동문들 압박도 거세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학의 각 부문을 따져 순위를 집계하는 주요 기관은 영국에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대학을 죽이고 살리는 기준이 밖에 있는 셈입니다.한글로 쓴 논문은 랭킹에 중요한 학술 데이터베이스 인용 지표에 거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그럼 영어로 쓰면 되지 않나? 취
[이달의 기자상] 아들의 첫 출근
19살 아들을 잃은 엄마는 맨발이었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여름날. 회사 문 앞에 주저앉아 단식 농성을 하던 고 박정현씨 어머니의 처연한 그 발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유가족은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진실을 밝혀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취재팀이 경찰 보고서, 부검감정서를 입수해 분석해 봤더니 곳곳이 허점이었습니다. 엉터리 조사 끝에 나온 결론은 회사 책임 없음, 개인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었습니다.방송 이후 다시 열린 산재 심의에서 박정현씨의 죽음은 산업 재해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사망 1년9개월 만입니다
[이달의 기자상] 제주항공 참사 유족의 절규
검은 천막이 걷히고 15개월간 방치되어 있던 대형 마대자루가 열리던 순간이 생생합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당국이 속도전 하듯 내놓은 99% 수습 완료라는 발표가 무색하게도, 그곳엔 여전히 수습되지 못한 많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유난히 안개가 짙은 날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뿌연 현장에서 가장 명확했던 건 마대자루가 열릴 때마다 터져 나오는 유족의 곡소리였고, 그 울음을 따라간 곳엔 희생자의 고스란한 흔적이 있었습니다.다 타버려 남은 게 없다던 당국의 설명은 하나둘 열린 포대 앞에서 힘을 잃었습니다. 곰팡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