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 직무 넷 중 하나, AI '완전대체' 가능?

김학재 KBS 기자 'AI시대 기자 역량의 대체 가능성 탐색' 논문
방송기자 직무 423개 분류… 연차·AI 능숙도 따른 차이 등 분석
"23.9% 완전대체 가능, 43.5% 불가, 32.6%는 부분대체 가능"

  • 페이스북
  • 트위치

연구 <인공지능(AI) 시대 기자 역량의 대체 가능성 탐색-방송기자 직무를 중심으로>는 AI 시대를 마주한 현직 기자가 업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밀어붙여 현실적 조망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에 가깝다. AI로 인한 일자리 대체가 거의 전 산업군에서 거론되는 시대, 김학재 KBS 기자의 고려대 박사학위 논문(2026년 2월)은 방송기자 직무를 중심으로 AI가 더 발전했을 때 언론사 내에서 “어떤 직무가 여전히 인간 기자의 몫으로 남을 것인지”를 모색한다. 기술 파장 또는 산업적 변곡점의 시기마다 언론계에선 ‘좋은 뉴스는 독자·시청자가 그래도 알아 본다’는 가치 중심 판단이나 추상적 개념에 기반한 해법이 나오곤 했는데, 연구는 이 문제를 실증적으로 접근했다는 데서 차이가 있다.

논문 <인공지능(AI) 시대 기자 역량의 대체 가능성 탐색-방송기자 직무를 중심으로> 중 방송기자 직군, 직무의 AI 대체 가능성 개괄 표.

논문은 방송기자 직무를 8개 직군의 423개 세부 항목으로 분류해 각각의 대체 가능성을 분석한다. 그 결과 전체 직무 중 AI가 완전 대체할 수 있는 업무는 23.9%(101개), 대체 할 수 없는 업무 43.5%(184개), 부분 대체 가능한 업무 32.6%(138개)였다. 방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이 수치는 AI가 뉴스룸에 미칠 영향을 달리 보게 할 수 있다. ‘AI 완전 대체 가능한 기자 직무가 4분의 1에 불과하고 대체 불가한 경우가 절반에 가까우니 AI는 위협이 아니다’, ‘부분 대체 가능한 일이 3분의 1이고 완전 대체 가능한 일이 25%에 육박하니 AI는 명백한 위협이다’ 등 상반된 해석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만 현실은 이런 단순화된 시각보다 더 면밀한 접근과 적응을 요할 공산이 크다. 실제 연구결과를 보면 이 같은 수치는 직군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일례로 편집 데스크, 취재 데스크, 디지털 데스크 등 관리·조정 중심 직군에선 대체 불가능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디지털 데스크는 전체 직군 중 유일하게 완전 대체 가능한 업무가 0%로 나타났고, 부분 대체 비율은 가장 높은 사례(64.3%)였다. 실무 직군 중에서도 현장성과 실시간 상황 대응이 필요한 특파원과 취재기자 등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 컸던 직군이 있지만 문서 처리나 콘텐츠 가공 비중이 높은 직무는 상대적으로 대체 가능 비율이 높았다.


직군별로 세부 직무를 분류하고 업무를 범주화하는 지난한 계열화 작업을 통해 연구는 AI 대체 불가능 영역을 규정한다. 이는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보도 결정”,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의 취재원 관리”, “예측 불가능한 현장 상황에 대한 즉각적 대응”, “창의적 기획과 차별화된 관점 제시” 등이다. 이에 대해 연구는 “저널리즘의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회적 가치 판단과 윤리적 성찰을 포함하기 때문”에 인간 기자의 역할이 AI 시대에도 핵심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논문 <인공지능(AI) 시대 기자 역량의 대체 가능성 탐색-방송기자 직무를 중심으로> 중 인간과 AI가 주도할 영역에 대한 분류 모델.

다만 부분 대체나 완전 대체가 가능한 영역이 상당하다는 점도 배제할 순 없다. 연구는 “부분 대체 영역에선 AI가 효율성과 속도를 제공하고 인간이 창의성과 판단력을 담당하는 분업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며 “AI 도입이 기자의 완전한 대체보다는 업무 방식의 혁신과 역할 재정의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결과는 다양한 방송사의 여러 보직과 기자 경력, AI 능숙도를 지닌 30명 기자의 심층 인터뷰 분석으로 이어진다. AI에 의한 대체 (불)가능한 직무에 대해, 기술적으론 가능해도 규범적으로 인간이 해야한다고 믿는 직무는 무엇인지를 현장 기자들의 입을 통해 살폈고, 그 결과는 인간 기자의 영역을 업에 잠재한 세세한 경험의 단위로 드러내는 형태로 연구에 담겼다.


단순 오토바이 사망 사고가 될 수 있는 기사가 “현장에 가봤더니 그 오토바이 기사가 가장이고, 아파서 못 나온 아르바이트생을 대신해 치킨 배달을 갔다가 숨진 사고”였다거나 “취재원이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는데, 눈빛이나 표정이 다르면 ‘뭔가 있구나’하고 느껴” 다른 루트로 확인을 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하거나 언론사 논조가 들어가는 이슈들은 AI가 대체하면 위험할 것”이란 인식은 대표적이다. 이에 따른 AI 시대 기자의 영역을 연구는 “물리적·감각적 요소가 핵심인 현장 취재와 돌발 상황 대응”, “인지적·판단적 요소가 핵심인 뉴스 가치 판단과 편집권 행사”, “관계적·감성적 요소가 핵심인 취재원 관리와 대면 인터뷰”, “최종 검수와 승인 과정” 등 범주로 정리했다.


이런 논의는 변화의 시기를 마주한 기자 집단 내 AI 관련 인식차를 드러내는 문항으로도 연결된다. 기자 경력과 AI 능숙도에 따라 직무 대체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살핀 결과 ‘저연차-고능숙도’(AI 협업형), ‘고연차-고능숙도’(AI 도구형), ‘저연차-저능숙도’(AI 경계형), ‘고연차-저능숙도’(AI 거부형) 등 네 집단으로 분류됐다. 각 그룹은 AI 활용에 대한 태도와 전략에서 큰 차이를 보였는데, 특히 AI 협업형은 AI를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한 효율성의 도구로 본 반면, AI 거부형은 직업 본질을 위협하는 기술이자 저널리즘 파괴 요인으로 우려하며 극명한 대립을 보였다. 전반적인 경향에선 연차보다 능숙도가 직무 대체 가능성 인식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인공지능(AI) 시대 기자 역량의 대체 가능성 탐색-방송기자 직무를 중심으로> 중 기자 경력과 AI 능숙도에 따른 그룹 구분 그래프.

연구는 현 시점 언론계에 요구되는 시의성이 큰 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가 뉴스생산 방식이나 유통은 물론 뉴스 수용자에게까지, ‘뉴스’를 둘러싼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와 맞물린 언론사의 대응은 조직의 변화로는 가닿지 못한 게 현실이다. 특히 머지 않은 시점, 대다수 언론은 AI 도입 우선순위와 적용 범위를 정하는 등 결단을 내릴 공산이 크다. 이 과정은 불가피하게 조직 전반의 변화나 기존 직무들의 취사선택, 기자 역할에 대한 재정의를 전제하고 뉴스룸 내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 기자 양성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설계부터 다시 이뤄져야 할 수도 있는 문제다.


언론사들이 각각의 조직 구조와 업무방식, 워크플로우에 대해 나름의 해법을 찾고 변화해야 할 상황이 현재다. 이 연구는 크게 ‘방송사 내에서 AI가 대체 가능한 직무’, ‘기자들이 인식하는 대체 (불)가능한 직무’, 변화 추진 과정에서 고려돼야 할 ‘언론조직 내 AI에 대한 인식’으로 구분할 수 있고, 이는 다분히 실천적 변화를 위한 기초자료로서 성격이 크다. 방송사 뉴스름을 중심으로 이뤄진 연구지만 차후 대응이 본격화될 언론사에선 결국 대동소이한 고민의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큰 만큼 참고할 여지가 상당하다 하겠다.

최승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