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송3법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초 5월 말 처리를 목표로 했으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 의견을 추가로 수렴해 빠르면 대선 직후, 늦어도 이달 중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다만 정치적 후견주의를 최소화하자는 당초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데다 충분한 합의 과정 없이 법안이 추진돼 일각에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과 언론현업단체 등에 따르면 국회 과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5월26일 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그간 공청회 및 당내 논의를 거쳐 만든 방송3법 개정안을 공유했다.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소폭 늘리고 정치권 몫을 절반가량 보장하는 내용으로, KBS의 경우 15명 중 7명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EBS의 경우 13명 중 6명을 국회가 추천토록 했다. 나머지 이사는 학계, 법조계, 종사자 대표, 시청자위원회가 추천한다.
그간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법적 근거 없이 공영방송 이사 전원을 여야 구도에 맞게 추천해왔다. KBS는 7대4, 방문진과 EBS는 6대3의 구도였고, 이 때문에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의 영향력 아래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9~11명인 이사 수를 21명으로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다양한 주체로 확대하는 내용의 방송3법 개정안을 만들어 지속 추진해왔다. 이 법안은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서 모두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 재표결 끝에 부결됐고 결국 두 번이나 폐기 수순을 밟았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방송3법이 잇달아 재발의됐다. 다만 이사 수와 그 구성에 있어선 이전 법안과 큰 차이가 생겼다. 기존 개정안에선 이사 수가 21명이었지만 언론계와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반영해 13~15명으로 줄었고, 추천 권한도 발의하는 의원마다 달라졌다. 기존엔 국회 추천 몫이 21명 중 5명에 불과했는데 이번 개정안에선 추천 권한을 모두 국회로 몰아준 의원이 있는가 하면 13명 중 3명으로 비율을 맞춘 의원도 있었다. 결국 여러 의견을 조율해 절반가량을 정치권 몫으로 보장하는 이번 개정안이 나오게 됐다.
다만 이 정도 비율로는 공영방송이 정치적 후견주의를 벗어날 수 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공청회 등을 통해 국회 추천 몫은 3분의 1 정도가 적정하다는 의견이 여럿 제시됐는데, 이번 초안에선 그 비율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개정안이 충분한 협의 과정 없이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 역시 제기되고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앞서 논의됐던 법안들이 있고 또 이후 야당 의원들이 낸 안도 굉장히 다양했는데, 왜 이런 법안이 나왔는지 설명이 없다”며 “의원들끼리 내부적으로 조율하는 과정은 필요하고 그것까지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합의안이 나오고 어느 정도 논의가 숙성되는 과정이나 기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내용을 파악조차 못한 상태에서 대선이 끝나고 바로 법안을 통과시켜 버리면 법안의 취지와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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