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의 친구로 불렸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88세의 일기로 선종했다. 앞서 폐렴 진단을 받고 입원해 치료를 받았던 그는 최근 퇴원해 활동을 늘려가고 있었으나 이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국내 언론들은 신문 지면과 TV 다큐멘터리, 유튜브 생중계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그의 선종을 기록했다.
첫 남미 출신 교황이자 가장 진보적인 교황으로 평가받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은 국내 언론에도 중대한 뉴스였다. 이튿날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일제히 2~3개 지면을 할애해 교황의 생애와 업적, 선종 배경, 가톨릭계 반응 등을 심층 보도했다. 한 종합일간지 기자는 “다른 신문들도 대부분 그랬겠지만 교황 건강이 악화됐을 때부터 부고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며 “다만 시간 관계상 초판엔 기사를 싣지 못했고 그 다음 판부터 기사가 들어갔다”고 말했다. 교황의 선종은 한국 시간으로 21일 오후 5시에야 알려졌다.
주요 방송사들은 교황의 선종 소식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KBS는 바로 다음날인 22일 오전 10시 교황 선종 추모 기획을 편성했다. 2022년 9월1일 방송된 ‘다큐 인사이트-교황과 추기경’ 편을 재방송한 것이다. 해당 방송은 바티칸 최초 한국인 교황청 장관 유흥식 추기경의 바티칸 살이를 그린 다큐멘터리로, 한국 방송 최초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단독 인터뷰와 교황청사, 교황 숙소, 바티칸 정원 등의 모습이 담겼다.
MBC도 24일 밤 12시 추모 다큐멘터리 2부작을 편성했다. 2014년 교황 방한 당시 처음 방영된 다큐멘터리로 교황청의 현재 모습을 소개하는 한편 한국 천주교의 역사를 되돌아본 방송이다. MBC는 “당시 제작진이 약 5개월간 아르헨티나, 바티칸,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현지 취재를 진행했다”며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의 역대 교황 묘역, 교황 선출 비밀회의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 그리고 바티칸의 역사가 기록된 비밀문서고 내부 등이 한국 언론 최초로 공개되며 큰 주목을 받았다”고 밝혔다.
언론사들은 유럽 주재 특파원을 파견해 현장 취재에 나서기도 했다. 7개 국내 언론사가 24일 바티칸 성직자부 사무실에서 교황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된 유흥식 추기경과 간담회를 갖는가 하면 일부 언론사는 26일 바티칸에서 진행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식을 유튜브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장예지 한겨레신문 베를린 특파원은 “첫 조문이 시작되기 전날인 22일부터 취재를 위해 로마로 갔다”며 “당시가 부활절 연휴 기간이기도 하고 미성년자 가톨릭 신자들의 ‘희년(jubilee)’ 기간이기도 해 사람이 정말 많았다. 생전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교황이라 그의 마지막을 조문하기 위해 긴 줄도 마다않고 조문과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행렬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장례식 이후 베를린으로 돌아왔고,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취재를 위해 5월 초 다시 로마로 갈 계획”이라며 “처음으로 선출된 비유럽 출신 교황이 선종한 만큼, 이후 교황은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느냐가 아무래도 관심사가 될 것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개혁적, 진보적 행보를 많이 보인만큼 그러한 행보를 이어갈 인물이 선출될지, 혹은 보다 가톨릭 종교의 정통성 자체를 중시하는 교황이 나올지도 주목할 포인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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