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3개월간 각종 관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전 세계 무역 시장이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행보에 이를 보도하는 언론 역시 어려움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변덕은 취임 직후부터 시작됐다. 취임한 날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관세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틀 만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30일간 유예하더니, 한 달 뒤엔 또 1개월을 유예하면서 상호관세로 대체하는 예측불허 행보를 보였다. 9일엔 전 세계 모든 국가에 ‘10%+α’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관세 폭탄을 떨어트렸는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엔 90일간 유예를 발표하는 극심한 변덕을 부리기도 했다.
더 황당한 것은 이틀 전에 미국 언론이 관세 90일 유예설을 보도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부인하고, 백악관은 ‘가짜뉴스’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스마트폰 등 일부 전자제품은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의 발표와 관련해서도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이 이를 ‘일보 후퇴’로 분석했는데, 실은 “일시적 조치”일뿐 추후 반도체에 대한 관세와 합쳐질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결국 미국 언론은 물론 국내 언론들도 하루 만에 전혀 다른 내용의 기사를 보도해야 했다.
기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정상적인 보도도 오보가 되는 데다 국내 언론 특성상 보도에 시차까지 존재해 확실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부담이 있어서다. 한 종합일간지 워싱턴 특파원은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이나 대통령 참모들이 자주 하는 말이 ‘결정은 대통령이 한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상호관세 유예 판단의 경우 CNBC가 유예설을 기사화했다 곧장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부인 당했지만 보도는 이튿날 현실이 됐다. 결정 시기를 조정하는 식으로 대통령은 얼마든지 정상적인 보도를 오보로 만들 수 있고, 그런 점에서 트럼프 시대엔 독자가 오도되지 않는 게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말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그가 취침에 들 때까지 하는 모든 언급이 잠정적이라는 사실”이라며 “오전에 ‘트루스소셜(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플랫폼)’로 화두를 던지고 이를 행정명령 서명, 공개 연설 등 여러 미디어 이벤트를 통해 재생산하는 패턴이 만들어졌다. 아무리 실시간 온라인 시대라지만 독자가 기사를 접하는 시점과의 시차 때문에 사실상 이틀 뒤 상황까지 얼마간 예상하며 마감해야 하는 입장에선 죽을 맛”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행은 원칙을 강조했던 전임 바이든 행정부와 비교해 더욱 대비되는 모습이다. 김유진 경향신문 워싱턴 특파원은 “바이든 정부 땐 정책 관련 메시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편이어서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며 “트럼프 정부에선 사실상 대부분 메시지의 최초, 최종 발신자가 대통령 자신이고, 갑작스러운 정책 번복도 트럼프 말 한마디에서 출발하고 있다. 특히 관세의 경우 번복이 잦다보니 과연 새로 발표한 조치가 몇 주, 며칠, 심지어 몇 시간이나 갈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행보가 기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국제 뉴스, 특히 통상 관련 보도에 대한 국내 독자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언론사들은 관련 보도를 늘리거나 별도의 콘텐츠를 제작하며 수요에 반응하고 있다.
특히 SBS는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유튜브 콘텐츠 ‘트럼프 NOW’를 매일 업로드하며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을 얻고 있다. 백악관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영상물을 통해 국내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미국 내 정치 사안을 다루고 때때로 인공지능(AI) 자막을 활용한 생방송, 직접 취재한 기획물도 내보내고 있다.
김수형 SBS 디지털뉴스편집부장은 “트럼프 1기 시절 워싱턴 특파원을 지내면서 그의 행동 방식을 상당히 잘 알게 됐는데, 트럼프는 비디오형 대통령”이라며 “자신의 통치 행위를 리얼리티 쇼처럼 중계하는 데 익숙하고 1기 행정부 때도 그렇게 국가를 경영했다. 실제 그가 하는 수많은 발언을 보면 자기 생각을 빌드업하는 과정이 있고 영상에서 캐치하기가 훨씬 쉬운데, 그걸 놓치지 않아야 2기 행정부를 이해할 수 있겠다 싶어 이번 콘텐츠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막연하게 ‘문제 있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네’ 정도가 아니라 트럼프가 미국을 어떤 식으로 바꾸려는지 데일리한 영상 자료를 통해 최대한 생생하게 보여주자는 취지”라며 “외교관이나 외교 안보를 전공하는 학자는 물론 일반 시청자들 반응도 좋다. 아무리 못해도 조회 수 20만~30만은 나오고 대부분 30만~50만 조회 수, 많을 땐 200만도 나와 보람 있게 제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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