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디지털 전환 위기... "인력·투자 부족" 여전
언론재단 '2024 디지털 기술 인력 파악 시범조사' 자료 공개
기술 인력은 '기자 중심 조직문화'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아
국내 언론사들이 디지털 전환의 기로에서 인력과 투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24 언론사 디지털 기술 인력 현안 파악을 위한 시범조사’에 따르면, 전국 28개 언론사 중 대다수가 디지털 인력 부족과 투자 미흡을 디지털 혁신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조사 결과 국내 언론사들은 평균 24.46명의 디지털 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매체 유형별로 큰 격차를 보였다. 전국종합일간지는 평균 42.33명으로 가장 많은 디지털 인력을 확보한 반면 지역종합일간지는 평균 8.8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지(26.43명)와 온라인 매체(15.50명)는 중간 수준을 유지했다.
디지털 인력 격차는 조직 구조에도 반영됐다. 전국종합일간지는 평균 5.33개의 디지털 관련 부서가 있었지만 지역종합일간지는 평균 2.30개의 부서만 운영하고 있었다. 또 디지털 시스템 구축 방식과 관련해서도 전국종합일간지와 경제지는 자체 구축과 외주를 균형 있게 활용한 반면 지역종합일간지는 외주 의존도(71.11%)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 언론이 디지털 전환에 대응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언론사들은 디지털 기술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론 ‘인력 부족 및 업무 과다’(32.08%)와 ‘언론사 차원의 투자 부족’(28.30%)을 꼽았다. 특히 온라인 매체(50.00%)와 경제지(38.46%)에서 인력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한 종합일간지 관계자는 “기획자 1명당 개발자 3명 이상이 필요한데, 현재는 2.5명 수준이어서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고, 다른 지역종합일간지 관계자는 “지역 인재들이 서울로 흡수되는 상황”이라며 “지역 특성상 기술적 역량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는 게 힘들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조사에선 디지털 기술 인력들이 언론사에서 일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도 조사됐다. 이들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기자 중심의 조직문화’(34.00%)와 ‘열악한 근무조건’(30.00%)을 꼽았다. 한 전국종합일간지 관계자는 “기자들이나 다른 부서가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있다. IT 전문가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밝혔고, 다른 전국종합일간지 관계자도 “실질적으로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의사결정이 경영기획본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언론사의 디지털 전환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조직문화 변화와 함께 이뤄져야 함을 시사한다.
언론사들은 디지털 기술 도입 및 활용을 위해 필요한 지원으론 ‘예산 지원’(26.58%)과 ‘기술인력 고용 지원’(18.99%)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 외에 ‘기술 인력 교육훈련 비용 지원’(11.39%), ‘기술 인력 최신 기술 교육’(12.66%), ‘기술개발/도입/활용관련 컨설팅’(8.86%) 등이 필요 지원 사항으로 꼽혔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설문과 인터뷰를 병행해 실시됐다. 조사엔 전국종합일간지 9개사, 경제지 7개사, 온라인 매체 2개사, 지역종합일간지 10개사 등 총 28개 언론사가 참여했다. 언론재단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7월 중 디지털 혁신과 전략 공유, 실무 중심 학습과 협업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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