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0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선거와 관련이 없는 방송을 문제 삼아 징계를 내렸다며 법원이 이를 취소했다. 당시 선방위는 모든 보도가 여론과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기상예보에까지 중징계를 내렸고 방송사들은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13행정부(부장판사 진현섭)는 선방위가 지난해 2월 MBC 라디오 ‘뉴스하이킥’에 내린 ‘관계자 징계’를 10일 취소 판결했다. 지난해 1월 해당 방송은 진행자가 “국지전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문익환 목사님이 (살아) 계셨으면 무슨 말씀을 하셨을까”라고 물었고 출연자인 송경용 신부가 “우셨을 것 같고 호통치셨을 것”이라고 답해 제재받았다.
재판부는 해당 방송이 선거방송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했다. 선거방송에 대한 정의는 법에 따로 규정이 없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제8조가 정하는 방송 즉,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기타 사항에 관해 보도, 논평하는 경우”와 “정당의 대표나 후보자, 또는 대리인과 대담하거나 토론하는 경우”로 엄격히 한정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또 공직선거법에는 “기타 선거에 관련한 내용” 표현이 있지만 투표나 선거운동 등 선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뉴스하이킥에는 “22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자나 정당 등에 관해 명시적인 언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선방위는 진행자가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유도했다며 ‘공정성’ 위반으로 제재했었다.
재판부는 설령 선거방송으로 볼 수 있다고 해도 여전히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처분이 위반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도중에 끼어들어 출연자 발언을 막기는 어려운데 가장 무거운 제재인 ‘관계자 징계’는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이 처분을 받으면 방송사는 직원을 자체 징계하고 방송통신위원회로 보고해야 한다.
재판부는 방통위의 ‘2인 체제’에 대한 위법성 판단은 하지 않았다. 선방위가 애초 권한이 없는 심의를 한 이상 의결 결과를 넘겨받아 행정처분을 내리는 등 방통위를 거치는 그 이후의 절차적 문제는 살펴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지난 선방위는 역대 가장 많은 30건의 제재를 남겨 언론탄압 비판을 받았다. 이중 최고수위의 ‘관계자 징계’도 14건이었다. ‘주의’나 ‘경고’ 수준 제재만 있었던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과 비교해도 확연히 많다. 지난 4·10총선 선방위에 제기된 소송은 모두 19건으로 이날 첫 판결 이후 잇따라 처분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당시 선방위는 미세먼지 지수를 표현한 ‘파란색 1’ 그래픽이 더불어민주당 투표를 독려하는 것 같다며 기상예보에도 관계자 징계를 결정했다. 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보도 등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도 모두 심의에 올렸다.
언론탄압 문제가 제기되자 당시 백선기 위원장은 “제3자인 언론이 어떻게 평가하든 상관없고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고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6·3 조기 대선을 위한 선방위도 곧 출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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