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요 언론이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한국 민주주의의 승리”로 규정했다. 해외 언론은 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소식을 속보로 전하며 지난해 12월 계엄 선포 이후 지속됐던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종료됐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심각한 양극화와 분열상이 드러났다며 한국 사회가 향후 치유와 단합의 과제를 안게 됐다고 전망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4일 “한국 헌재가 실패한 쿠데타를 시도한 윤 대통령 탄핵을 만장일치로 인용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계엄령을 실시했고 이는 국회의 해제 요구 결의로 6시간 동안만 지속됐다”며 “윤 대통령은 안정적인 민주주의 국가를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혼란에 빠뜨렸다”고 보도했다.
미국 CNN도 “윤 전 대통령은 한국 민주화 이후 가장 짧은 임기를 가진 대통령이 됐다”며 “이는 전직 검사 출신 정치인의 비참한 몰락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몇 년 전 다른 대통령의 탄핵과 구금에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 같은 운명을 맞게 됐다”고 전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취임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핵심 동맹으로 칭송받았다”며 그야말로 “극적인 쇠락”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법을 수호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공적 이미지를 구축한 윤 전 대통령은 종국에는 스스로 법을 어기는 지도자가 됐다”며 “최근 몇 달간의 정치적 공백으로 한국은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와 한국의 주요 산업을 위협하는 새로운 관세 부과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윤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탄핵으로 물러난 두 번째 보수 대통령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윤 전 대통령의 축출은 한국 보수 진영에 큰 타격”이라며 “진보 세력이 정권을 되찾고 한국의 외교 정책을 재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북한과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미국과의 합동 군사 훈련을 확대함으로써 보수 세력을 기쁘게 했다”며 “반면 진보 세력은 북한과의 대화를 선호하고 주요 군사 동맹국인 미국 및 최대 교역국인 중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외신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으로 한국 사회의 분열이 더욱 심화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영국 BBC는 “윤 전 대통령은 불명예스럽게 권력을 박탈당했고, 분열된 한국을 남겨두고 떠났다”며 특히 한국 사회 극우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정치적 위기가 촉발했다”며 “이는 한국 사회에 깊은 균열을 남겼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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