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에 따르면 2인 체제는 합법입니다. 최근 2인 체제 문제를 심리한 헌법재판소도 저의 탄핵 사건을 기각함으로써 2인 체제의 적법성을 인정했습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2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보내는 공개 질의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뿐만이 아니다. 최소 상임위원 3인은 돼야 회의를 열 수 있도록 한 방통위법 개정안에 정부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18일에도, 이 위원장은 2인 체제의 적법성을 강조하며 향후 2인 의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를 토대로 이미 EBS 사장 선임 절차도 시작했다.
다만 이진숙 위원장의 주장과 달리, 2인 체제 방통위가 위법하다는 판결은 계속 쌓이고 있다. 2023년 8월 말 국회 추천 방통위원 3자리가 공석이 된 이후, 대통령이 지명한 2인 위원만으로 의결한 안건들이 최근 잇달아 패소하고 있어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의결한 제재조치의 결정, 공영방송 이사 임명처분의 효력 등은 이미 30여건 넘게 집행정지 됐고, 본안 판결에서도 방통위가 연이어 패소하고 있다. 이 위원장이 주장하는 헌재 기각 판결조차 2인 체제에 대해선 4대4로 의견이 양분됐다.
그렇다면 법원은 왜 2인 체제를 위법하다고 판단했을까. 재판부가 입법 취지와 목적, 합의제 행정기관의 의미를 토대로 방통위법의 문언을 보다 폭넓게 해석했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0월 첫 본안 판결이기도 했던 MBC ‘PD수첩’ 제재처분 취소 1심 판결에서 “방통위가 정원 5인 중 2인의 의결만으로 제재처분을 결정한 것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적’의 사전적 의미에만 의존해 ‘현재 존재하는 위원’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법령의 내용, 체계 등과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극단적으로 방통위가 1인 위원으로만 구성된 경우에도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는데, 그러한 결론은 합의제 행정기관의 존립 자체를 무의미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간 2인 체제가 적법하다는 논리는 이 문언을 엄격하게 해석한 데서 나왔다. 이진숙 위원장 탄핵심판에서 정형식 등 헌법재판관 4명은 “어디까지나 문언이 간직하고 있는 말의 뜻에 비추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해석해야 하고, 그 말의 뜻을 완전히 다른 의미로 변질시켜서는 안 된다”며 2인 위원만으로도 의결이 가능하다고 봤다. 이들 재판관은 “3인 이상 위원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나 “2인 위원 간에도 의견 교환과 토론이 가능”해 방통위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기능할 수 있고, “입법자가 최소 3인의 의사정족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이를 법문에 명확하게 규정했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은 것은 “정파적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위원이 임명되지 않는 상황에도 일부 위원에 의한 의결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반면 문형배 등 헌법재판관 4명은 결원이 생겼을 때 지체 없이 보궐위원을 임명하도록 규정한 점, 회의는 2인 이상의 위원이나 위원장이 소집할 수 있다는 조항 등을 근거로 입법자가 2인 심의·의결을 예정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위원 정수를 5인으로 규정하고, 결원 시 지체 없이 보궐위원을 임명하도록 규정한 것은 5인의 상임위원으로 하여금 심의·의결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회의 소집 권한에 있어서도 2인일 경우 위원장이 소집하는 경우에만 회의가 개최될 수 있고, 의결 과정에서도 전원일치가 되지 않는 이상 다수결에 따른 의결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위원장의 의사에 좌우될 가능성이 큰 바, 입법 취지가 몰각될 수 있다”고 봤다.
이들 재판관은 더 나아가 ‘2인 체제의 책임 소재’나 ‘업무 수행의 필요성’이 위법한 의결을 정당화하는 사유도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관들은 “국회가 방통위원 3인을 추천하지 않아 2인이 재적한 상태가 장기화됐고, 이런 상황에서도 업무를 수행할 필요성이 있어 불가피하게 2인만으로 의결한 것이라고 방통위는 주장한다”며 “하지만 2인 체제 의결의 적법 여부는 그 원인과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의 문제와는 별개”라고 했다.
지난해 10월 첫 본안 판결 이후 줄줄이 이어진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뉴스데스크’ 전용기 탑승 배제 보도와 관련한 1심 판결에서도 재판부는 비슷한 논리로 2인 의결이 위법하다며 방송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방통위법은 방송과 관련된 규제 정책과 그 집행 등에 관한 주요 사항을 제외한 나머지 행정업무에 대해선 회의를 통한 심의·의결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2인 의결을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보더라도 곧바로 방통위의 조직 구성 및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마비되는 문제가 초래된다고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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