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대규모 정부지출 삭감', 기자 연수에도 영향?

풀브라이트 등 장학 프로그램 지원금 지급 일시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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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교육부 폐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교육을 다시 각 주(州)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다. 그가 서명하는 뒤에서는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함께 서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AP 뉴시스

대대적인 정부 지출 삭감을 추진 중인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최근 해외 유학 장학금까지 줄이며 혼란이 일고 있다. 주요 장학 프로그램의 지원금 지급이 일시 중단되며 존속마저 장담할 수 없는 가운데 한국 언론인의 해외연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P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여러 장학 프로그램의 지원금 지급이 2월 중순 일시 중단되며 외국인 유학생 등이 월세, 식비, 생활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최대 국제교육 및 교류 비영리기관인 국제교육자협회(NAFSA)는 최근 “당초 지급 중단 기간은 2월27일까지 15일 간이라고 통보됐는데 아직까지 동결이 해제되지 않았다”며 “제한적 지급이 있었지만 전체 85%는 여전하다”고 성명 등에 적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학생, 연구자를 대상으로 미 유학을 지원해온 프로그램이 다수 중단됐다. 미국 ‘소프트파워’의 교두보로 여겨진 풀브라이트(Fulbright)를 비롯해 길먼 장학금(Gilman Scholarship), IDEAS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중단 이유와 기간 등에 대해 공식 입장이 나온 적은 없지만, 바이든 정부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DEI) 폐지를 천명한 트럼프 정부 행정명령의 연장선이란 진단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가 운영하는 여러 장학 프로그램의 지원금 지급이 최근 일시 중단되며 외국인 유학생 등의 어려움이 현실화됐다. 사진은 해당 사안을 조명한 워싱턴포스트의 3월 중순 기사.

한미 양국의 재정지원으로 풀브라이트 프로그램을 운영해 온 국가 중 하나인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언론계와 관련해선 ‘풀브라이트 험프리 펠로십 저널리스트 장학 프로그램’이 한 사례다. 2020년 신설된 프로그램은 이듬해부터 매해 2명을 뽑았고 지난해부턴 1명씩의 기자를 선발했다. 심사가 까다롭고 연수 강도가 세다는 평이 대다수지만 수혜자는 학비, 생활비 등을 지원받으며 1년 간 미국에서 어학코스, 대학원 비학위 과정을 밟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한미교육위원단 관계자는 “지금 안내 가능한 정보가 미국에서 온 게 없고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는 중”이라며 “올해 프로그램은 종료시점이 가까워졌고 현재까지 장학금이 안 나간 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국내 언론, 기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드문 사례다. 선발이 돼도 당장 장학금 지급, 비자 발급 등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수혜자 자체는 극히 일부지만 미국 사회·문화를 경험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드는 계기가 된 사업이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은 트럼프 2기 일면을 드러내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험프리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 기자는 “개인적인 리프레시 차원을 넘어 미국 저널리즘을 배운 좋은 기회였다. 코스가 상당히 빡센데 그래서 남는 게 많았고 무엇보다 현지 언론인과 풍부하게 접촉한 경험이 크다”며 “트럼프 집권이 이런 식으로 영향을 미칠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불확실성의 시대란 걸 새삼 실감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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