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여인형 전 사령관, KBS에 여론작업 준비"

간첩죄 관련 KBS에 자료제공 준비시켜
계엄선포 정당화 여론조성 시도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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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헌법재판소 제공

내란죄 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당일 “KBS에서 간첩죄 관련 보도를 할 것”이라며 부하 간부에게 KBS에 제공해 줄 자료를 준비시켰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계엄 선포 배경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론작업을 계획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단독보도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 한 방첩사 간부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 전 사령관이 계엄 당일 김대우 방첩수사단장에게 ‘KBS에서 간첩죄와 관련한 보도를 할 것이다. 우리가 소스를 줘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이 간부가 말한 소스는 ‘방첩사가 외사 사건으로 기소한 사례’를 정리한 자료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령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 내내 중국인들의 활동을 간첩죄로 처벌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막았다며 야당에 경고하려 계엄을 선포했다고 거듭해 주장했다.

20일자 경향신문 3면 기사.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김 단장은 실제로 자료를 작성해 여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언론 대응 담당인 정성우 전 1처장이 중간에서 보고 내용을 보완하기도 했다. 다만 KBS가 이 자료를 전달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KBS는 계엄 이후 방첩사가 준 것으로 보이는 내용을 보도하지는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사측이 계엄방송 사전 준비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이번 보도는 사측이 내란정권, 반란군과 내통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더한 것”이라며 “이는 사측이 공영방송 KBS를 내란정권에 헌납했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내통한 자가 누구인지 철저한 조사로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경향신문은 앞서 1월에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일 저녁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을 안가로 불러 MBC 등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사에 단전·단수를 지시했다고 단독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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