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 임금협상 파국... "투자실패 손실, 직원에 떠넘겨"

회사 임협기준 변경 및 사실상 임금동결 제시... 갈등 심화
노조 피켓시위 시작... 노동위 조정·교섭권 반납 등 진행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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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 노사의 지난해 임금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임협 기준을 변경하는가 하면 사실상 임금 동결을 제시해 노사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노조는 피켓 시위를 시작했고, 조만간 내부 논의를 거쳐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나 상급단체로의 교섭권 반납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C지부는 13일 대구 수성구 TBC 사옥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언론노조 TBC지부 제공

전국언론노동조합 TBC지부에 따르면 TBC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넘게 2024년 임협을 진행해왔다. 다만 회사가 임협 기준 변경을 일방 요구하고 투자 손실을 직원들에 떠넘기며 그간 협상은 난항을 겪어왔다. TBC지부는 11일 성명에서 “회사는 시종일관 직원들의 당연한 권리와 처우를 외면했고, 협상 과정 내내 노조를 기만하고 유린했다”며 “공연 투자 실패로 발생한 처참한 손실을 두고 당당히 책임지는 모습 대신 직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TBC 노사 갈등의 핵심은 10년 넘게 준용해온 임협 기준의 변경 시도에 있다. 그간 ‘세전이익+이월금’을 기준으로 임금을 협상해왔는데 갑자기 회사가 그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바꾸자고 요구한 것이다. 박영훈 언론노조 TBC지부장은 “임협을 시작하자마자 일방적으로 협상 기준을 바꾸자고 했다”며 “쉽게 말해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게임 룰을 바꾸자고 요구한 거다. 이전까지 임협 자료에는 영업이익이란 항목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회사는 기준 변경 요구를 철회했으나, 임금 동결에 성과격려금 50%를 제안해 또 한 번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박영훈 지부장은 “세전이익과 이월금을 합한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면 지난번 임협 때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제 입장에선 아무리 양보해도 지난해(기본급 2.5% 인상+성과격려금 180%) 정도는 받아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회사는 영업이익이 많이 줄었으니 직원들도 희생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C지부는 13일 대구 수성구 TBC 사옥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언론노조 TBC지부 제공

이번 임협 갈등의 배경엔 회사의 공연 투자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 TBC는 2023년 한 공연 프로그램에 투자했다가 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이로 인한 손실 규모는 16억8000만원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분의 90%를 차지한다. TBC지부에 따르면 회사는 2차 협상 이후 갑자기 해당 손실을 영업이익에 반영했고, 이를 바탕으로 임협 기준 변경과 임금 동결 등을 요구해왔다.

TBC지부는 성명에서 “투자는 손실 위험을 안고 있고, 경영 위기 속 적극적인 투자 과정에서 나온 불행한 실패임을 공감했기에 그동안 투자금 미회수에 대해 침묵했다”며 “하지만 임협 과정에서 보여준 회사의 경악스러운 모습은 노조와 직원들의 이러한 인내와 공동체 의식마저 철저히 이용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투자 실패의 책임과 손해를 직원들에게만 떠넘기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13일 TBC 사옥 앞에서 피켓 시위를 시작했다. 조만간 내부 논의를 거쳐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나 상급단체로의 교섭권 반납 등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영훈 지부장은 “TBC는 노사 관계가 나쁘지 않은 곳이다. 10년간 갈등도 없었고 노사 간 신뢰도 깊었다”며 “노조가 무리하게 요구한 것도 아닌데 회사가 이번에 제대로 뒤통수를 쳤다. 이번 갈등의 책임은 오롯이 회사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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