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사 앞에선 특별한 기자회견이 열렸다.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결성 50주년을 맞아 ‘자유언론 탄압, 조선일보 규탄 기자회견’이 진행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반세기 전, 조선일보 기자들은 박정희 군사정권에 맞서 언론 자유 회복을 위한 선언문을 채택하고 정론지 제작을 요구했다. 당시는 유신 정권 기관원이 언론사를 출입하며 언론 보도를 통제하고 기자들을 불법 연행하던 시기였다.
마침내 1975년 3월6일 조선일보 기자들은 제작 거부와 편집국 점거 농성에 들어갔으나 당시 조선일보 사장은 강경 대응을 예고, 3월11일 기자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32명의 기자들을 파면 또는 해임시켰다. 강제 축출된 이들은 조선투위를 결성했고, 이후 지속적으로 언론자유수호운동을 전개해나갔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50년 동안 이들에게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고, 그간 32명의 위원 중 절반이 세상을 떠났다.
성한표 조선투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50년 전 궐기할 때 우리의 가장 절실한 심정은 이제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며 “세상에선 참담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신문만 조용했던 그 침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하지만 당시 우리는 정치권력과 야합한 언론권력에 의해 집단 해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성 위원장은 이어 “50년을 지난 이제, 우리는 50년 전 우리가 부딪혔던 그 침묵의 카르텔이 훨씬 더 견고해져 있음을 본다”며 “그러나 젊음의 특징인 저항의 정신이 시대가 달라졌다고 쉽게 바뀌지는 않기에 그 정신이 우리 젊은 후배들에게 살아 있고 언젠가 폭발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우리는 50년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눈을 감을 때까지도 그 폭발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투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거 청산도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해직 후 50년 동안 우리는 죽은 언론을 다시 살리고 그 언론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그동안 한국의 언론은 과연 달라지고 발전해 왔는가”라며 “‘유신 언론’이 변형된 모습으로 계속되고 있으며, ‘시대정신’을 거부하며 저항하는 언론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지난날의 끔찍한 독재 시대를 제대로 정리하고 청산하지 못한 결과”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이 뼈저린 고난과 절망의 시대를 살았다면, 그 시대를 다시 돌아보고 책임을 묻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야 역사에 정의를 세우고,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게 할 수 있다”며 “법원을 공격해 사법부를 파괴하려던 극우 세력의 광기와 광란도 머지않아 정리되고 심판받게 될 것이다. 올바른 시대정신이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마찬가지로 내란을 비호한 언론도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배들 투쟁 역사 있었기에 불법 계엄령, 포고령 맞설 수 있었다"
이날 조선투위는 기자회견에 이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서울클럽에서 50주년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엔 80대가 된 조선투위 위원들과 함께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각계 언론단체 위원, 대표들이 참석해 연대의 의지를 다졌다.
권영길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초대 위원장은 “여러분들의 투쟁은 조선일보에 국한된 투쟁이 아닌, 한국 사회 민주주의를 이루는 한 걸음 한 걸음의 수련이었다”며 “여러분들은 이미 승리한 역사를 만들었다. 승리한 역사의 주인공”이라고 치하했다. 조성호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도 “조선투위는 동아투위와 함께 자유언론실천선언의 정신을 고취하고 전승시키는 중심 역할을 해왔다”며 “앞으로 그 의로운 뜻은 후배들을 통해 계속 이어져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위원장은 “선배들의 지난 50년의 투쟁의 역사가 있기에 후배 언론인들이 불법 계엄령과 포고령에 맞설 용기, 내란 세력의 폭력과 압박에도 불구하고 현장을 기록할 수 있는 강직함을 만들 수 있었다”며 “언론인 개인의 저항을 넘어 노동조합을 만들고, 언론노조를 만들고,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단결해 투쟁하는 기풍 역시 선배들의 지난 삶이 남겨주신 성과라 생각한다. 후배들도 더 분발하고, 자유 언론 가치의 소중함을 더 깊이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언론계 후배 일동 명의로 조선투위 위원들에게 헌정패를 전달하는 뜻깊은 시간도 마련됐다. 헌정패에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언론을 바로 세우려는 조선투위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담아 헌정하며 그 뜻대로 언론 개혁을 위해 나아가겠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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