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지난해 2월 MBC를 사전 정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수방사 제1경비단 소속 군인들이 지난해 MBC를 사전 정찰했다”며 “이는 12월3일 계엄령 시행을 위한 사전연습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체회의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건식 MBC 기획조정본부장은 “지난해 2월6일 수방사 제1경비단에서 MBC 시찰을 요청하는 협조 공문을 보냈고, 2월15일 수방사 군인 5명이 MBC 본사를 방문했다”며 “뉴스데스크 주조정실과 부조정실을 정찰했고, 이때 예비군 중대장이 MBC 사옥 도면을 요청했다. 주조정실은 붕괴될 경우 방송이 즉시 중단되는 중요 시설”이라고 밝혔다.
박건식 본부장은 “도면의 경우 정식 공문을 보내라고 요청했는데 이후 공문이 오진 않았다”며 “이해하기 어려웠던 건 국가기간방송은 KBS인데 왜 굳이 MBC만 찾아왔느냐는 점이다. 도면은 주지 않았는데, 내부의 단전·단수와 관련해 중요 시설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MBC는 2월21일 단독 기사를 통해 수방사 제1경비단이 계엄 수개월 전부터 국내 주요 방송사들에 건물 내부 도면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군이 방송사에 건물 도면을 요구한 건 최근 10년간 없었던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제1경비단은 계엄 수개월 전부터 지상파 3사를 포함해 모두 5곳에 공문을 보냈고, 이 중 세 곳은 건축물 현황도를 제출했다. 건축물 현황도는 건물의 구조는 물론 출입구와 전기·통신·수도 등 설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도면이다.
정동영 의원은 이와 관련 “대테러 업무는 경찰 소관인데 경찰을 대동하지 않고 수방사 경비단이 MBC를 방문한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며 “수방사는 SBS에도 도면을 요청했으나 주지 않아 구청을 통해 입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마 MBC 도면도 다른 경로로 입수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바로 계엄령 시행을 위한 사전 연습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포털 '가짜뉴스' 유통 손 놓고 있다" 질타
이날 전체회의에선 네이버와 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들의 허위조작정보 대응 체계가 허술하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네이버를 향해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 같은 극단적 사건이 발생하는 데 공론장 오염이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며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는 네이버가 손을 놓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황 의원은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한미군, 미국 국방부, 우리나라 국방부까지 완전히 허위라고 확인했음에도, 네이버 댓글에는 극우 세력들의 좌표 찍기로 중국 간첩이 부정 선거를 일으켰다는 내용이 버젓이 올라오고 있다”며 “네이버가 급격한 트래픽 변동이 있을 경우 일반 대중에게 직접 좌표 찍기 가능성을 고지하고, 대중이 스스로 기사의 댓글 공론장이 오염된 것인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이정규 네이버 서비스운영통합지원총괄은 “좌표 찍기나 트래픽 어뷰징에 기술적 대응을 하고 있으나 개인들의 참여를 기술적, 정책적으로 잡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언론사가 댓글 기능을 온·오프할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한 바 있는데, 5월경에 트래픽 급증 어뷰징이 감지되면 언론사에 전달하는 기능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체회의에선 유튜브의 허위조작정보 방치에 대해서도 수차례 문제가 제기됐다. 김현 민주당 의원은 “이재명 대표 테러 관련 콘텐츠와 부정선거 관련 가짜뉴스가 유튜브에서 계속 유통되고 있지만 민원을 제기해도 ‘문제없음’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며 “전광훈 TV의 ‘이재명 죽여라’라는 내용이나 손현보 목사의 폭력 선동 발언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이런 발언은 구글 가이드라인에 명백히 위배됨에도 구글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폭력을 선동하거나 폭력이 나오는 영상에 대해선 제재를 하고 있다”면서도 “검토팀이 미국에 있고 구글코리아에선 하지 않는 일이라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AI 시대 뉴스 저작권 관련 "단가 책정 않으면 연구자들 고소 위험 노출" 우려도
이날 전체회의에선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한 뉴스 콘텐츠 사용 문제와 관련해 저작권법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최근 한국신문협회가 뉴스 콘텐츠를 AI 학습에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빅테크 기업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며 “이는 AI 산업 연구와 사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지점이다. 기존 저작권법 틀 안에선 해외 기업들과 경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허의 경우 일반 특허와 표준 특허로 나눠 피해갈 수 없는 특허에 대해선 공정 이용 단가를 책정하고 있다”며 “뉴스 콘텐츠 같은 공공성이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비슷한 접근이 필요하다. 연구나 사업화에 대해 공정 이용 단가를 책정하고 샌드박스를 만들지 않으면 AI 연구자들이 신문협회의 고소 위험에 노출돼 연구 의지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김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뉴스나 공개된 자료의 스크롤링을 통한 학습에 저작권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 대가성을 인정할 경우 어떻게 지불할지 등을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논의하겠다”며 “자세한 방식을 준비해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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