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간에 목숨 건 영부인, 침묵하는 조선일보… 그리고 명태균

[주진우 기자 '김건희 육성 공개' 파장]
주 "명태균, 조선 기자에 녹음 전달"
조선 "주진우에 명예훼손 민·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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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라고 말한 육성 녹음이 공개되며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그들과의 통화 녹음파일을 조선일보 기자를 통해 용산에 전하려 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며 의문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조선일보는 관련 자료를 전달한 적이 없고 법 위반을 고려해 보도를 유보했다고 밝혔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2월26일 오후 나온 조선일보 공지.

주진우 기자(시사IN 편집위원)는 2월26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등에 출연해 김 여사가 “아주 난 조선일보 폐간에 목숨 걸었어” 등의 발언을 한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공천개입 핵심 물증으로 거론돼 온 명씨-윤 대통령 부부간 통화 녹음파일을 조선일보가 입수한 상황이 격분의 배경이란 설명이었다. 주 기자는 명씨가 구속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과 잘 안다는 조선일보 기자를 통해 통화 녹음 파일 등이 담긴 USB를 용산에 전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기자는 그러지 않았고 명씨가 다른 사람을 통해 조선일보의 USB 확보 사실을 용산에 알리자 제3자와 통화에서 김 여사가 이런 반응을 보였다는 요지였다.


곧장 조선일보는 주 기자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2월26일 공지했다. ‘조선일보 기자가 USB를 용산에 전달한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허위이고, “본지 기자는 USB는 물론 어떤 형태로든 명씨 관련 자료를 대통령실에 전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애초 조선일보 기자가 USB를 전달했다고 하지 않았던 주 기자는 이후 “확인을 하시고 대응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자가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조선일보가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담은 녹음파일’을 보도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 의문은 남은 상태다. 일부 언론에선 조선일보-용산 간 거래가 있었고, 이에 영부인이 더 격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4일 조선일보 관계자는 미보도 이유 등을 묻는 본보 질의에 “공식 입장문에 설명된 내용이 전부”라고 답했다. 조선일보는 앞선 공지에서 지난해 10월 USB를 입수했으나 명씨가 동의 없이 보도하면 안 된다고 했고, 당사자 동의 없이 녹음파일을 공개할 경우 언론윤리헌장과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에 저촉될 수 있어 보도를 유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이란 공적 중요사안과 관련해 일찌감치 자료를 확보하고도 보도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해당 건이 통비법 저촉에 해당하지 않고, 공익성이 커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한다며 여러 매체에서 실제 비판 보도가 나왔다.


한국일보는 “‘조국 딸 세브란스 인턴’(2020년8월) 보도 등에서 익명 인용을 주저하지 않았던 조선일보”가 “특종의 가치가 분명한 USB를 확보하고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김 여사가 주요 언론에 대해 ‘지들 말 듣게끔 하고 뒤로 다 거래하고’라고 말한 이유도 조선일보가 침묵하는 이유에 더 화가 났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조선일보가 유독 이 건에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시사IN은 주 기자와의 협업을 통해 조선일보가 확보한 것과 같은 내용으로 추정되는 명씨와 대통령 부부의 통화 원본 파일을 최신호에서 공개했다. 조선일보는 앞선 공지에서도 해당 녹음파일 보도 계획 여부는 밝히지 않았고, 김 여사의 “폐간” 운운에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언론계로선 특정 언론을 폐간시키겠다는 영부인, 대선후보 시절 명씨에게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은 골수반윤’이란 메시지를 공유한 윤 대통령 등의 인식을 비슷한 시기 확인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월27일 서면 브리핑에서 “특정 언론사를 겨냥해 폐간을 언급한 것은 언론의 독립성과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이자 권력을 이용해 비판적인 언론을 억압하려는 권력 남용”이라며 “폐기시켜야 하는 것은 특정 언론사가 아니라 김건희와 윤석열의 언론관”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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