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특파원, 북한군 인터뷰 특종… 국제부장 "와, 진짜 됐다고?"

세계 최초, 연속보도로 큰 파장…
정철환 특파원 "정부에도 비밀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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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를 인터뷰 한 기사가 담긴 19일자 조선일보 신문 1면. 기사를 쓴 정철환 조선일보 유럽 특파원은 2021년 10월 발령 후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 대지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취재를 이어왔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 포로를 세계 언론 처음으로 인터뷰한 조선일보 기사가 19~20일 연속 보도되며 파장을 일으켰다. 국정원 기획설이 나올 만큼 인터뷰 과정에 관심이 컸던 가운데 기사를 쓴 정철환 조선일보 유럽 특파원은 “모든 과정은 한국 정부에 비밀로 했다”는 취재기를 통해 음모론을 일축했다. 조선일보에서도 “(기자들의) 루틴한 방식을 써서 나온 보도”란 설명이 나왔다.


김신영 조선일보 국제부장은 24일 통화에서 “사안이 컸을 뿐 미리 있던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소개를 받고, 섭외를 하는 평범한 과정이었다”며 “우크라이나가 북한군 포로를 처음 공개했을 때부터 정 특파원이 장기간 이런저런 저인망으로 시작을 했고, 중단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을 텐데 끈질기게 계속 한 거라 특별한 묘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19~20일 러시아에 파병됐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두 북한군 청년과 단독 인터뷰를 선보였다. 20대 초중반의 리씨, 백씨를 각각 만나고 <“北에서 포로는 변절, 한국 가고 싶다” 전장서 붙잡힌 북한군 인터뷰>, <“내가 전쟁터에 있는지도 모르는 홀어머니, 모시러 돌아가고 싶지만...”> 등 기사를 내놨다. 세계적 특종을 두고 일각에선 국정원 기획설이 나오는 등 궁금증이 일었다.

러시아군에 파병됐다가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를 인터뷰 한 기사가 담긴 19일자 조선일보 신문 3면. 기사를 쓴 정철환 조선일보 유럽 특파원은 2021년 10월 발령 후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 대지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취재를 이어왔다.

김 부장은 “회사를 너무 주도면밀하고 엄청난 조직으로 보는 듯해 재미있었다”며 “(저희로선)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안 될 확률이 높은 일에 비용, 시간을 쓰는 리스크가 컸다. (우크라이나로) 가기 전 키이우 기사를 많이 썼는데 (인터뷰가) 안 되더라도 앞선 기사와 관련해 갔다고 할 수 있도록 고려를 했다. 처음 (승인) 연락을 받고 ‘진짜 됐단 말야?’하고 저도 깜짝 놀랐다”고 부연했다.


앞서 정 특파원도 21일 취재기 <키이우 4번 찾아...대통령 인터뷰보다 값졌던 포로 인터뷰>를 통해 음모론을 일축했다. 그는 “이 모든 과정은 한국 정부에 비밀로 했다. 국내 정치 상황들이 빠르게 바뀌면서 관련 부처들이 북한군 포로 취재와 관련해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는 인상을 받아서”라며 “많은 우크라이나 내 친한(親韓) 인사들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고 기사에 적었다.


인터뷰 성사엔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후 젤렌스키 대통령을 한국 언론 최초로 인터뷰한 것을 포함해 이번까지 키이우를 네 번 방문 취재한 정 특파원의 경험치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결정적이던 군 고위 인사와 대화를 거론했는데, 그는 북한군 파병을 인정치 않는 한국인이 있다고 전했고 “생포한 포로도 있는데 무슨 소리냐”, “만나 보겠느냐”, “좀 기다려 보라”는 답을 받아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고 썼다.

과거 우크라이나 키이우 취재 후 조선일보 사보에 담긴 정 특파원 인터뷰 기사.


인터뷰에서 “내가 난민 신청을 하면 받아줄까요?” 등 발언이 나오며 한국 정부, 나아가 세계 이목이 쏠린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1975년생인 정 특파원은 2002년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 2006년 조선일보로 이직해 주로 경제부와 산업부에서 일했다. 종종 거물급 인터뷰를 성사시켜 온 그는 2021년 10월 유럽 특파원으로 발령난 후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튀르키예 대지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취재를 이어왔다.


김 부장은 “레거시 미디어가 여러모로 수난을 겪고 언론계 선·후배들도 처지기 쉬운 때다. 지난하고 지겨운 일을 하다보면 한 사람 인생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때가 이 일엔 찾아오는구나 이번에 새삼 떠올렸다. 업의 고민이 많은 후배들에게 나이를 먹어도 기자는 이런 걸 계속 할 수 있구나 보여준 측면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향후 포로 송환 절차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엔 “저희 손을 떠난 문제이고 다만 정치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고 답했다. 정 특파원은 서면 인터뷰 요청에 답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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