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회 한국기자상 시상식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수상자들은 뉴스룸 동료와 선후배들 도움으로 한국기자상을 받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하는 걸 잊지 않았다. 기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 되새기며 다시 신발 끈을 매고 좋은 기사를 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아래는 수상 소감 전문이다.
취재보도부문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및 명태균 게이트>
-뉴스토마토 김진양 한동인 박현광 유지웅 기자/ 수상 소감 김진양 기자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 설 수 있게 이끌어주신 최신형 부장과 김기성 국장, 정광섭 대표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방금전에 사진 찍은 게 저희 아들이었는데요. 올해로 9살 됐고 작년에 학교를 다니면서 그때부터 엄마가 하는 일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정치뉴스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작년 12월 이후로 아들의 질문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계엄은 뭐냐. 탄핵은 뭐냐. 윤석열 아저씨는 왜 그랬냐. 근데 그 모든 질문에 제가 명확하게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줄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8살 아이의 입에서 탄핵과 계엄이라는 질문이 나오는 이 세상이 과연 정상인가라는 고민도 굉장히 많이 들었습니다. 기자 생활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겠지만 저희 아이에게 더 나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물려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추행 보살님’ 민간인이 움직였다…‘롯데리아 내란 모의’>
-JTBC 이서준 오원석 김지윤 김산 심가은 기자 /수상 소감 이서준 기자
고등학교 때 읽었던 디스토피아 소설 ‘1984’를 보면 전쟁은 평화다 같은 말도 안 되는 모순적인 단어들이 그 정부의 표어로 나오죠. 지나친 풍자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 대한민국에서 그런 단어들이 현실적으로 돌아다니는 것 같습니다. 평화로운 계엄이다. 하지만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은 다들 아셨을 겁니다. 12월3~4일에 군대가 우리 국민을 향해 출동해서는 안되고, 국회에 출동해서는 안되고 그리고 이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고 불법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았습니다.
이 보도는 저희 JTBC 보도국이 그거를 명확히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JTBC는 12·3 내란사태 이후에 이것은 불법계엄이라고 규정을 했고, 또 JTBC 보도국은 12·3 내란사태로 규정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명확하게 잘못된 부분, 그리고 굉장히 허술하고 비선에 의해서 불법적으로 운영된 사실을 낱낱이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결정을 해주고 방향성을 잡아준 JTBC 보도국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감사 인사를 하나 더하자면 오늘 이 자리에 저의 아들과 같이 온 아내에게 감사 인사를 하겠습니다. 12월3일 계엄 발표가 나자마자 와이프는 저한테 속옷과 양말을 챙겨주면서 며칠 동안 못 볼 수 있겠구나 하면서 저를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서민금융기관의 민낯, 새마을금고의 배신>
-한국일보 정민승 유대근 진달래 박준석 원다라 송주용 기자/ 수상 소감 정민승 기자
이 작품은 기획취재부와 전국부의 한 기자가 조인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올해 제가 입직한 지 20년입니다. 기자생활을 오래하면서 상을 받는 걸 사실은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갑자기 연락을 받았습니다. 작년 1월에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작품이 한국기자상으로 선정됐다. 기자생활을 그만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제가 발제를 했습니다만 이 작품은 오롯이 후배들 덕분입니다. 기획 전반을 꼼꼼하게 봐준 유대근 차장이 있었구요. 그 뒤에 제가 모시고 일을 해도 될 정도로 훌륭한 후배들이 있습니다. 진달래 기자, 박준석 기자, 원다라 기자, 송주용 기자. 이 후배 기자들이 일하는 걸 보면서 나는 이제 물러나야 되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이 후배들과 함께 또 고마운 사람이 있습니다. 강철원 부장인데요. 제가 세종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데 이 제보를 받았을 때 쓰면 쓸 수 있겠는데 정말 의미를 만들자면 좀 더 다르게 쓰고 싶었습니다. 좀 도와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정말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같이 하자고 답을 줬습니다.
아까 동영상으로 소개됐습니다만 요즘 신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합니다. 신문의 여전한 매력은 신문을 펼쳤을 때 편집, 거기에 들어가는 다양한 시각물, 이미지들이 백업이 되기 때문에 기사가 돋보인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는 데 있어서 편집부와 그래픽 뉴스부 기자들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1년 전에 나온 기사여서 좀 오래됐습니다만 저는 의미를 이렇게 부여하고 싶습니다. 그간 수많은 새마을금고 기사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2~3년치 기사를 모아보니 똑같은 내용이에요. 사람만 다르고 장소만 다를 뿐이지 내용은 똑같습니다. 우리 어릴 때 두더지게임을 하지 않았습니까. 근데 저는 이제 팔이 아파서 그만하고 싶어요. 근데 끝나지 않은 두더지게임처럼 계속 올라오는 거예요. 이걸 제가 만약에 혼자 기사를 썼다면 그냥 망치 한 번의 효과를 내는 기사를 쓰고 말았을 겁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정치화되어 있는 현실에서 모든 문제들이 비롯됐다. 여기의 뿌리를 우리가 한 번 취재해 보도하는 게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지난주에 이 기사가 한국기자상으로 선정됐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오늘 시상식 전에 그 기사를 보고 또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우리 금고에 이런 일이 있는데, 저 금고에 이런 일이 있는데, 제발 취재 좀 해주십시오. 이 보도의 여파로 관련 법까지 바뀌었습니다만 아직도 현장은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겁니다.
오늘 이 상은 축하의 상이기도 하지만 격려, 그리고 이런 것들을 계속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달라는 의미로 주신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족입니다. 저는 사실 오늘 이 자리에 있으면 안됩니다. 2주 휴가를 나가 있었는데요. 중간에 끊고 오늘 새벽에 귀국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지금 서울의 기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아주 유능한 기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근데 지역에는 정말 이게 대한민국인가 싶을 정도로 열악합니다. 제가 3년 전에 가족과 세종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모두를 데리고 이주를 했습니다. 그래서 전국부 소속이고 지역 기자입니다. 지역에서 높은 분들과 숨 쉬면서 같은 공기를 마시면서 같이 지내지 않았으면 제가 이 제보를 받았을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합니다. 기자들은 항상 현장에 있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정부 부처가 옮겨가고 국회가 내려갈 예정이라고 하는데 훌륭한 기자들은 여전히 서울에 있습니다. 여기서 비롯된 문제들이 정말 적지 않습니다. 더 큰 나라, 더 바른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감시의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합니다. 서울뿐만 아니고 전국 곳곳에. 지역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기획보도부문
<12대 88의 사회를 넘자>
-조선일보 정한국 조유미 김윤주 김민기 한예나 양승수 기자/ 수상 소감 정한국 기자
작년에 저희 국장이 저를 불러 가지고 저희가 노동시장 이중구조 취재를 하고 있었는데, 전태일 재단이랑 공동기획을 한번 해보면 어떠냐. 전태일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 상태였습니다만 제목에 전태일재단을 내세워서 같이 한번 해보자고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얘기를 듣고 나와서 ‘에이 이게 되겠어’ 이렇게 생각하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당시 전태일재단 사무총장 한석호님에게 전화를 드려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랬더니 처음에 아! 이렇게 깊게 얘기하시더니 한 이틀 정도 뒤에 해보자라고 답을 주셨어요. 정말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쭉 이어져 왔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일을 하면서 기자들이 많은 프레임들이 있어요. 저도 벗어날 수 없고 피하는 분도 대개 많지만 노동 이슈를 조선일보가 다룬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고, 또 다른 진보매체가 기업에 대한 이슈를 다룰 수도 있구요. 누구는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누구는 이런 것을 안 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데 저희가 이번에 상을 받게 된 거는 저희가 그때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해서 조선일보가 얼마나 더 바뀔 수 있고 더 많은 걸 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을 매일매일 많이 보여줬고 그것들을 응원해주시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이번 주에 우크라이나에서 북한군 포로 인터뷰를 했던 것도 그렇고 저희 내부에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뭔가를 해내려고 하는 그런 시스템들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고 그런 시스템에 대한 또 하나의 기대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할 것을 약속드리고요. 마지막으로 저희의 마지막 팀원이셨던 전태일재단 전 사무총장 한석호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
-동아일보 김호경 김소영 김태언 서지원 위은지 홍진환 이승건 김충민 기자/ 수상 소감 김호경 기자
이 단상에 올라오려면 결혼을 한 번 더 해야 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돼 너무 영광이고 아직 얼떨떨합니다. 불법사채는 알다시피 되게 식상한 문제였습니다. 처음에 취재 시작한다고 했을 때 다들 답이 없는 문제라고 많이들 만류했었는데요. 저희 팀은 5개월, 6개월 동안 그 없는 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고 그 결과물이 이번 보도물이었습니다. 이런 결과물을 내기까지 회사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습니다. 5개월 동안 아무런 제약도 제한도 없고 기사 하나 안 써도 월급도 꼬박꼬박 주셨구요. 편집국 동료들도 물심양면 많이 도와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팀장을 맡았지만 우왕좌왕할 때마다 후배들이 중심을 오히려 잡아줬고요. 그 덕분에 이런 큰 상까지 받게 된 것 같습니다.
기자를 하면서 나름 세상을 모르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불법사채라는 세계도 우리 사회의 어두운, 어떻게 보면 하층, 하부 어려운 사람들만의 얘기라고 생각했는데요. 저희가 취재하면서 마주하는 현실은 우리 이웃들의 얘기였습니다. 돈의 덫을 놓는 사람들도, 거기에 걸리는 사람들도 일반인이었습니다. 그만큼 불법사채라는 악이 평범했다는 경험을 이번 취재로 확인을 했고요. 그래도 쉽게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 취재로 상을 받긴 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 관심 있게 지켜볼 거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희 집에는 100일도 안 된 쌍둥이가 있는데요. 아직 아빠라는 존재를 모를텐데, 나중에 커서 글 읽을 수 있을 때 아빠가 뭐하는 사람인지 물어보면 제일 먼저 보여줄 기사가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캄보디아의 내부자들-불법 리딩방의 비밀>
-KBS 원동희 최인영 이원희 김경민 정준희 기자 /수상 소감 최인영 기자
이번 취재를 위해서 총 2번 캄보디아 현장 취재를 다녀왔는데요. 처음으로 8월에 다녀왔던 그 조직의 조직원들에 대한 선고가 최근에 났습니다. 형량은 낮았고 피해자들은 이미 잃어버린 돈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그만큼 리딩방 사기 범죄는 예방이 가장 중요한 범죄였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현장 취재를 다녀오기로 결정했던 거고요. 재작년부터 피해자들이 피해 제보를 KBS에서 정말 많이 했는데 그것만으로 보도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내부자가 내부 조직의 자료를 제보해왔고 이 정도면 피해자를 예방할 수 있겠다 이런 판단이 들었습니다.
저희의 보도가 단 몇 명의 피해자를 막고 또 사기에 가담하러 가는 한국인 청년들의 캄보디아 행을 막을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 정말 의미가 있는 보도이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시 캡이었던 정연우 선배께서 저희를 잘 이끌어주셔서 이렇게 좋은 상을 받은 거라고 생각하고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두 번의 현장 취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 현장을 누비면서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면서 취재했던 선배들이랑 동료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역 취재보도부문
<비리의 온상, 온누리상품권>
-매일신문 윤수진 박성현 기자/ 수상 소감 윤수진 기자
먼저 이렇게 큰 상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처음 취재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귀한 상을 받게될 줄 전혀 몰랐습니다. 저희가 처음 취재를 시작할 때는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이 있는 것 같다고 하길래 한 시장에서 누가 또 상인이 뭔가를 해 먹었나 보다 하고 그렇게만 생각하고 시작을 했습니다. 근데 해보니 상인들이 하나같이 증언하기를 여기가 문제가 아니라 이 집도 저 집도 온 동네방네 다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걸 하면서 저희도 심각성을 인지했고 좀 더 깊게 취재할 수 있었습니다. 국정감사에서 저희 기사가 다뤄지면서 좀 더 추진력을 받아 취재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한 상인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 점을 지적할 수 있어서 정말 뜻깊고 많은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회사 본사가 대구에 있는데, 서울지사에서 또 축하해주러 선배들이 오셨습니다.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같이 해 준 박성현 기자에게도 이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지역 경제보도부문
<33조 녹색채권 어디에>
-부산일보 김백상 김준용 손혜림 기자/ 수상 소감 김백상 기자
서울 오는 기차 안에서 역대 한국기자상 목록을 찾아봤습니다. 지역 경제보도부문에는 다른 수상작이 없더라고요. 첫 포문을 열어 영광으로 생각하고 지역 경제보도부문에 수상작이 없었던 거는 그런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 경제보도부문 기사는 취재 영역이 제한되거나 소극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왜 굳이 부산일보가 녹색채권 전수조사를 하고 그린워싱 문제를 삼아야 되나 이런 의문도 있었는데, 꼭 기후 위기와 경제를 묶어서 기사를 쓰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습니다. 녹색채권을 가지고 심도 있는 기사를 쓰면 기후 위기 극복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역대 목록을 보니까 진짜 좋은 기사들이 많더라구요. 다 하나같이 세상을 밝히거나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보탬이 되는 그런 기사들이었는데, 올해 저희 후배들이랑 같이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지역 기획보도부문
<광부엄마>
-강원일보 최기영 신세희 김오미 김태훈 최두원 기자/ 수상 소감 최기영 기자
우선 한국기자협회와 심사위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함께 자리해주신 편집국장님, 데스크 선배, 편집국, 미디어국 동료들께 오늘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의 태백 장성광업소가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올해 6월에는 삼척 도계광업소가 폐광합니다.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는 석탄을 생산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한 시대의 끝이라고 생각했구요. 그 끝을 기리는 기념비적인 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함께 수상한 다른 동료분들 기사를 보면서 존경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온 나라를 뒤흔든 그런 보도를 보면서 기자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였습니다. 그에 비해 저희 기사는 좀 소박합니다. 하지만 지역에도, 로컬에도 유능한 기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강원일보만 할 수 있는 보도라는 점에서 무한한 긍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또 무엇보다 올해 강원일보가 창간 80주년을 맞았는데 한 페이지를 쓸 수 있어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오늘 아내랑 아이가 함께 왔는데, 평소 쉴 때는 주로 소파랑 게임기 앞에 누워 있습니다. 아마 와병 중인 줄 알았을 텐데, 아빠가 일하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바실라>
-울산MBC 설태주 전상범 기자 /대리 수상 서하경 울산MBC 보도국장
설태주 기자는 이 기사를 위해서 그동안 못 갔던 25년 휴가를 떠나서 제가 대리 수상을 하러 왔습니다. 설태주 국장이 저에게 이 상 수상 소식을 알렸을 때 제가 그랬습니다. 국장님 이 상은 눈물의 수상이라고. 왜냐하면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희 지역에서 이 작품을 4년 동안 제작했습니다. 따가운 눈총 속에 다른 기자들한테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이란, 오만 촬영을 끝나고 와서도 주간 제작물 하고 또 다른 특집 제작을 하고…. 정말 설태주 기자가 얼굴이 흙빛이 되고 입술이 부르틀 정도로 열심히 일한 걸 제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작품이 탄생했다 생각하구요. 이 상을 계기로 ‘바실라’는 3관왕을 했습니다. 내년에도 더 보석 같은 작품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사진보도부문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서울의 밤’>
-조선영상비전 김지호 기자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심사위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사진이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보다는 묘한 무게감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날 밤의 기록이 누군가에게 의미로 남고, 오래 기억된다면 기자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믿습니다. 계엄 속보를 접한 순간, 망설일 틈도 없이 국회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국회는 봉쇄된 상태였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출입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저는 담이 가장 낮은 한강 둔치 공원 쪽으로 달려가 담을 넘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국회는 혼란과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저항과 억압이 부딪히는 순간, 카메라는 본능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진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정확한 답은 알 수 없었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진실도 사라질 수 있다는 확신만큼은 있었습니다. 그날 밤, 함께 현장으로 달려와 준 이덕훈 선배, 전기병 선배, 오종찬 선배, 그리고 고운호 기자에게 감사드립니다. 함께하지 않았다면 이 기록도 남지 않았을 겁니다. 지면을 대문짝만하게 아낌없이 내어 준 선우정 국장, 그리고 밤늦게까지 편집을 맡아 준 서반석 선배께도 감사드립니다. 또 늘 묵묵히 응원해주신 방상훈 회장, 방준오 사장, 김홍진 대표께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무엇보다 언제나 제 길을 응원해 주신 부모님께 이 상을 바칩니다.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바꾸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록이 남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전문보도 문화부문
<2024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인터뷰>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기자
제가 달변이 아니라서 몇 자 적어왔습니다. 노벨문학상 기사를 대략 10년쯤 담당해왔습니다. 침착해지고 익숙해지려고 해도 노벨문학상 발표시간만 되면 긴장되고 떨렸습니다. 작년 10월처럼 떨리는 시간은 이전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한강 작가님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 뒤 제가 받은 관심과 격려는 제 상상을 뛰어넘은 수준이었습니다. 두 달 뒤 12월에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웨덴에서 열흘 동안 머물렀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문화부 기자로서 느낄 수 있는 최대치의 숭고한 표정을 보았습니다. 인터뷰 기사를 쓰면서도 시상식 출장에서도 저는 영광스러운 기억을 저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공유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힘썼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선후배들도 공감하시겠지만 기자로서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과 아주 잠깐의 영광, 기쁨으로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 한 번의 순간을 잠시 느낀 뒤에 다시 신발 끈을 매어야 하는 게 기자로서의 삶인 것 같습니다.
한강 작가님 인터뷰와 노벨상 시상식 참석 이후 사실 저는 몇 달간 길을 잃은 느낌이었습니다. 지금 2025년 2월이 아니라 2024년 14월을 사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더 이상 깊이 있는 기사를 쓸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 기자들이 가장 받고 싶어 하는 이 상, 한국기자상을 받으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잘했다고 주는 상이 아니라 잘하라고 주는 상임을 기억하겠습니다. 다시 신발 끈을 매고 제가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겠습니다. 제가 써야 하는 기사를 쓰겠습니다. 멈추지 않고 질문하고, 귀담아 듣고 써보겠습니다. 부족한 기사를 들여다 봐주신 한국기자협회 그리고 제 오랜 친정인 매경 선후배들, 손현덕 대표님, 김대영 편집국장님 그리고 제가 가장 사랑하는 선배인 전지현 문화부장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문화부 후배들께도 고개를 숙입니다. 지금 하늘에 계신 저희 어머니와 그리고 제일 큰 산이신 아버지께 감사를 전합니다. 지금은 다시 골방으로 들어가신 한강 작가님께도 멀리서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제15회 조계창 국제보도상
<“자다가 잡혀갔다”…중국 ‘반간첩법’ 우리 국민 첫 구속>
-KBS 김효신 김민정 안용습 기자/ 대리 수상 신지원 국제부 팀장
베이징지국 특파원들이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제작 출장차 참석을 하지 못해 제가 대리 수상을 하게 됐습니다.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김효신 특파원이 전해온 수상소감을 대신 말씀 드리겠습니다. 기자 혐오의 시대입니다. 현장에서 질문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말도 들려옵니다. 중국 사회의 특성상 베이징 특파원으로 지낸 지난 2년은 자괴감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번 중국 ‘반간첩법’으로 인한 우리 교민 첫 구속 보도 또한 취재진도 우려와 고민 속에 5달 동안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앞서 중국을 취재하며 족적을 남기신 조계창 선배께서 이런 어려움과 고민을 다독여 주신 것 같아 이번 수상이 저희 취재진에게 큰 위로가 됐습니다. 구속된 교민은 한·중 반도체 인재 확보 경쟁 속에 중국으로 향한 인물이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한·중 양국의 반도체 지형도의 단면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민 개인의 불행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이번 수상을 계기로 사건의 목격자로 끝까지 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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