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보다 25분 늦었던 계엄특보… "MBC 시스템 개선 필요"
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 19일 자사 계엄보도 비판 보고서
두 달여간 '섣부른 단정, 자극적 표현, 주요 뉴스 누락' 등 지적
12·3 비상계엄 당시 MBC 뉴스룸의 초동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는 19일 민실위 보고서를 통해 MBC가 비상계엄 특보를 다른 방송사보다 늦게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불법 계엄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난 두 달여간 MBC가 계엄 관련 보도를 하면서 섣부른 단정이나 자극적 표현을 쓰고, 주요 뉴스를 누락하는 등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뉴스룸 수뇌부의 보다 명확한 판단을 촉구했다.
민실위는 12·3 계엄 사태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특보의 지연을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MBC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를 생중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담화 시작 25분 뒤에야 특보를 시작했다. 이는 KBS, JTBC보다 25분, SBS보다 19분 늦은 시각이다. 특보 지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날 오후 11시에 발표된 포고령 1호는 37분 뒤에야 시청자들에게 전달됐고, 취재기자의 스튜디오 투입과 국회 현장 중계 시점도 타 방송사보다 크게 늦었다.
민실위는 “특보 내용도 문제였다”며 “야근 도중 급히 앵커석에 앉은 아나운서와 사회팀 야근 기자는 담담히 뉴스를 전하려 최선을 다했지만, 비상계엄 선포가 법과 절차를 얼마나 중대히 위반했고 유례없는 국헌 문란 사건이란 것을 지적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초기 특보 진행은 대통령의 담화만을 계속 반복해 내보냈고, 국회 상황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실위는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저연차 직원에게 초기 특보를 전적으로 맡긴 데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사안의 중차대함을 고려하면 메인 앵커나 고참 아나운서, 데스크급 이상의 중견 기자를 신속하게 특보에 투입했어야 한다”며 “비상계엄에 대한 초기 판단이 어려웠다면 관련 전문가들을 급히 섭외해 전화 연결이라도 진행하면서 비상계엄의 위법성과 위헌성을 신속히 짚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뉴스룸국장과 아침뉴스 센터장, 정치팀장 등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자정 뉴스 부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박범수 MBC 뉴스룸국장은 “자정 뉴스 앵커를 연륜 있는 기자로 배치한다면 늦은 밤 시간대에 비상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실제 MBC는 17일부터 심야뉴스 프로그램 ‘MBC 뉴스25’를 새롭게 선보였다. 다만 민실위는 “자정 뉴스 신설만으로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며 “수뇌부의 보다 빠른 판단과 신속한 인력 배치, 적극적인 특보 운영 등이 절실하다. 야근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리포트·자막, 객관적 근거 부족... 주요 뉴스 누락되기도"
민실위는 12·3 계엄 이후 보도 과정에서 나타난 자극적인 표현과 단정적 보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민실위는 MBC 뉴스룸이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그 주동자들을 비판한 점에는 동의했으나, 일부 리포트와 자막에서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자극적인 표현이 사용된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이 정신건강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는 리포트의 경우 “대면 진료도 없이 몇몇 전문의의 익명 인터뷰에 의존해 보도한 것은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앵커멘트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범수 국장 체제 이후 MBC 앵커들은 오프닝과 클로징, 각 리포트별 멘트에서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민실위는 “그간의 오랜 관행을 넘어선 시도인 만큼 구성원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현재 앵커멘트에 시청자들이 호응하며 뉴스의 경쟁력 또한 높아진 것도 사실”이라며 “다만 ‘리포트 내용이 아닌, 앵커멘트로 날을 세우려 하는 것 아닌가’라는 현장 기자들 평가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민실위는 내란 사태 보도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주요 뉴스들이 누락되거나 소홀히 다뤄진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은 3분47초 분량의 특파원 리포트 한 건으로만 다뤄졌고,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일정과 최측근의 대장동 관련 2심 선고 소식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민실위는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이른바 ‘사법리스크’ 역시 국민들의 관심사인 만큼 보도 가치는 충분했다고 판단한다”며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뉴스룸은 철저히 국민적 시각에서 모든 권력을 감시하고 검증해야 한다. 뉴스룸 수뇌부의 보다 명확한 스트레이트 판단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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